야구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롯데 자이언츠의 베테랑 내야수 문규현의 3번째 가을야구는 어떤 모습일까.
문규현은 올 시즌 소리 없이 강하다. 시즌 성적은 108경기 타율 .266(301타수 80안타) 6홈런 40타점. 그저 평범한 기록이지만 공수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해냈다. 올 시즌 550이닝 이상을 소화한 유격수 중 수비율(.987)이 가장 높고, 결승타는 8회로 팀 내 이대호(12개), 최준석, 앤디 번즈(이상 11개)에 이어 3위다. 9월 들어 18경기 타율 .327로 타격감까지 끌어올린 상태.
문규현은 이러한 활약에 대해 “김승관, 정보명 코치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문제점 개선을 물론이고 좋은 점은 더욱 발전시키려 한다. 아마 그래서 후반기 들어 타격감이 좋아진 게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좋아진 수비에 대해서도 “김민재 코치님이 수비수들을 편하게 해주신다. 선수들이 거기에 잘 따라간다. 또한 감독님이 기본에 충실하자는 이야기를 비시즌 때부터 강조하신 덕이다”라고 코치와 감독에게 공을 돌렸다. 아울러, “신본기, 번즈가 있어서 내 수비율도 덩달아 올라간 것 같다”라고 동료들을 칭찬했다.
롯데의 올 시즌 팀 수비율은 한화, 넥센과 함께 리그 공동 선두(.984)다. 실책은 85개로 한화와 함께 최하위. 에이스 브룩스 레일리는 “문규현과 번즈를 믿고 던지고 있다”라고 야수들을 향해 신뢰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선 “그렇게 생각한다면 투수들에게 너무 고맙고 뿌듯하다. 투수들이 그만큼 잘 던지니까 거기에 대해 더 많이 도와주려고 하고, 효과도 그만큼 나타나는 것 같다”라고 흐뭇해했다.
물론, 문규현의 시즌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타격감이 오름세에 있던 지난 5월 수비 도중 손가락이 골절되며 약 한 달간 자리를 비웠고, 8월 29일 잠실 두산전에선 판단 미스로 1사 만루 위기를 병살타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아직 문규현의 손가락 상태가 완치된 건 아니다. 그는 “물론 상태가 좋아졌지만 아무래도 타격할 때 아직까지 통증이 있다. 현재는 참으면서 경기에 나서고 있다”라고 ‘팀퍼스트’ 정신을 뽐냈고, 두산전 수비에 대해선 “베테랑으로서 하면 안 되는 실수였다. 한 동안 충격이 있었다. 내 실수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문규현은 지난 2002년 프로에 데뷔해 롯데에서만 16년을 보낸 ‘자이언츠맨’이다. 5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그에게 유독 특별할 수밖에 없다. 그는 “지금은 패해도 분위기가 좋다. 특히 (이)대호 형의 역할이 크다. 선수들이 자신감을 잃을까봐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한다. 팀 분위기가 처질 수 없다”라고 웃었다.
아울러, 문규현은 지난 2011년과 2012년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선 4경기 타율 .462 2타점으로 강했고, 플레이오프에선 타율 .120으로 저조했지만 10경기를 경험했다. 그는 “양승호 감독님 시절과 지금 크게 차이가 없다. 지금도 그 때처럼 흐름을 타고 있고, 계속 이기고 있다. 아무래도 계속 이기다보니 선수들 자신감이 많이 올라온 상태다”라고 말했다.
문규현은 남은 시즌 역시 팀의 주연이 아닌 조연이 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욕심 부릴 생각은 전혀 없다. 수비에서 조연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싶다. 나도 고참 축에 속하니 대호 형을 필두로 해서 선수단을 이끌고 더 높은 곳에서 시즌을 마무리하고 싶다”라는 게 문규현의 마음.
문규현은 끝으로 “지금이 경기하기 참 편한 계절이다. 그 동안 팬들의 많은 응원에도 보답을 못해드렸는데 올해는 이제 보답을 해드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기분이 좋다”라고 웃으며 “가을야구에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가을의 향기만 맡을 순 없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문규현.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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