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결국 ‘가을야구’는 또 다시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올 시즌 역시 한화의 키워드는 비상(飛上)이 아닌 부상(負傷)이었다.
한화 이글스는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서 61승 81패 2무 8위에 그쳤다. 10시즌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이었으며, 이는 LG 트윈스(2003~2012시즌)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최다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이라는 불명예 기록이었다. 시즌 도중 사령탑이 바뀌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한때 저력을 발휘하기도 했지만, 기세가 오래가진 않았다. 한화는 올 시즌에도 부상과 관련된 안 좋은 추억을 남겼다.
▲ 한화의 2017시즌
김성근 감독 부임 후 매년 FA 영입에 사활을 걸었던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노선을 변경했다. 알렉시 오간도, 카를로스 비야누에바 등 현역 메이저리거 2명을 영입하는데 총 330만 달러(약 36억원)라는 거액을 투자한 것.
하지만 올 시즌 역시 한화의 투자는 결실로 이어지지 않았다. 오간도는 한화 소속 외국인투수 가운데 3번째 10승(5패)을 달성했지만, 옆구리통증 탓에 자리를 비운 기간이 길었다. 단 19경기만 소화했고, 산술적으로는 1경기당 약 1억원의 수당을 받고 뛴 셈이었다. 이른바 ‘가성비’가 떨어졌다는 의미다. 비야누에바 역시 부상 때문에 20경기만 뛰었고, 그마저도 승운이 따르지 않아 5승 7패에 그쳤다.
시즌 개막 후 두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던 5월 23일에는 김성근 감독이 사령탑에서 물러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미 하위권으로 추락한 터였던 한화는 이상군 코치에게 감독대행을 맡기며 분위기 전환을 노렸지만, 여전히 전력의 안정감은 떨어졌다.
지난 2시즌 동안 그랬듯, 한화는 올 시즌에도 부상악령에 시달렸다. 김태균(94경기), 정근우(105경기), 이용규(57경기) 등 타선에서 중심을 잡아줄 것으로 기대했던 베테랑들은 모두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커리어-하이 시즌을 기대했던 이성열도 햄스트링 부상 탓에 상승세가 꺾였다.
시즌 내내 하위권에 머물던 한화는 줄 부상 탓에 8월 들어 ‘1.5군 라인업’이라는 고육지책을 꺼내들었다. 성과가 없었던 건 아니다. 오선진과 이동훈이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여줬고, 이상군 감독대행은 투수들의 피로도를 최소화시키는 마운드 운영을 통해 위험부담을 줄였다. 덕분에 한화는 1.5군 전력으로 치렀던 8월 경기서 13승 10패 승률 .565로 선전했다. 이는 10개팀을 통틀어 8월 승률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다만, 언제까지나 ‘고춧가루 부대’에 위안 삼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화는 어느 팀보다도 체질개선이 필요한 팀이며, 이제는 내부자원의 육성을 통해 미래에 대비하는 플랜을 세워야 한다. 한화는 이미 김응룡-김성근을 통해 실패를 맛봤다. 이제는 이름값에 의존하지 않고, 팀이 처한 상황에 대한 자가진단을 명확히 내릴 수 있는 지도자와 함께 새로운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한화가 10시즌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을 통해 뼈저리게 느낀바 아닐까.
▲ MVP : 윌린 로사리오
윌린 로사리오는 지난 시즌에 이어 또 다시 강렬한 존재감을 심어줬다. 로사리오의 올 시즌 기록은 119경기 타율 .339 37홈런 111타점 100득점. 외국인타자 신분으로 100타점-100득점을 동시에 달성한 역대 8번째 사례로 이름을 남기기도 했다. 더불어 OPS(1.075)는 전체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로사리오는 지난 6월 16일에 기념비적인 기록도 수립했다. kt 위즈와의 원정경기서 KBO리그 역대 3호 4타석 연속 홈런을 터뜨린 것. 1경기서 4연타석 홈런은 2000년 5월 19일 박경완(당시 현대, vs 한화) 이후 무려 6,237일 만에 나온 기록이기도 했다.
깨알 같은 모습들도 보여줬다. 로사리오는 최재훈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을 때 오간도와 배터리를 이루는가 하면, 도루도 10개나 성공시켰다. 이는 이용규와 더불어 팀 내에서 가장 많은 기록이었다.
일본팀들의 러브콜이 쏟아져 로사리오와 한화의 인연이 계속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다만, 로사리오가 제이 데이비스의 뒤를 잇는 한화의 효자 외국인타자였다는 점만큼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한화 선수들(상), 윌린 로사리오(하).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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