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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부산 신소원 기자] "순수한 것은 오염되기 쉽죠."
영화 '유리정원'은 앞서 '명왕성', '마돈나'를 통해 파격적이고 감각적인 연출력, 여성 연출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섬세함을 보여준 신수원 감독의 신작이다. '유리정원'은 오는 25일 개봉을 앞둔 가운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돼 세상에 첫 선을 보였다.
연기 경력 18년, 만만치 않은 내공을 지닌 맑은 눈을 가진 여배우 문근영은 '사도' 혜경궁 홍씨 역에 이어 2년 만에 복귀작으로 신수원 감독과 만났다. 서태화, 김태훈, 박지수, 임정운 등 배우들과 함께 '유리정원'이라는 신비롭고 영롱한, 달리 보면 섬뜩한 연기를 펼쳤다.
홀로 숲 속의 유리정원에서 엽록체를 이용한 인공혈액을 연구하는 과학도 재연(문근영)은 "순수한 것은 오염되기 쉽죠"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자신을 가리켜, 나무에서 태어났다고 믿는 그는 엽록체 연구 속에 갇혀 자신의 인생 또한 그 속에 파묻히게 한다. 하지만 숲 속의 요정처럼 순수한 눈을 통해 초록의 세상을 보는 재연은 소설가 김지훈에게 새로운 소설의 주인공이 된다.
지훈은 재연을 소설 속 주인공으로 만들고, 그 안에 자신의 욕망을 구현한다. 다리를 저는 재연에게 튼튼한 다리를 만들어주고 자신과 그 다리로 춤을 추는 일련의 행위들은 그가 재연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는 것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재연에게 이는 자신의 세상, 인간은 모두 나무가 되어야한다고 믿는 정원을 망치는 훼방꾼으로 인식한다.
어긋난 만남 속에서 재연과 지훈은 각기 다른 입장에서 엽록체 연구를, 소설을 써내려가고 이는 훤히 비치면서도 잘 깨어지기 쉬운 유리정원의 유리처럼 불안한 전개를 보인다.
'유리정원'에서 재연은 "나무는 서로의 가지를 해치지 않고 피해서 뻗어나가요. 오직 사람들만 서로를 다치게 하죠"라고 말한다. 초록색의 피를 자신의 피라고 믿는 재연은 광기의 과학도일까, 그를 미친 여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상한 세상 속에 살아가고 있는 걸까.
한편 '유리정원'은 오는 25일 개봉 예정이다.
[사진 = 준필름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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