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수원 안경남 기자] 눈물의 세리머니였다. 부산 아이파크 공격수 이정협이 故 조진호 감독 별세 후 치른 첫 경기에서 골을 터트린 뒤 그의 생전 모습이 담긴 현수막에 얼굴을 파묻고 눈물을 흘렸다.
부산은 14일 오후 3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챌린지 2017 34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수원FC에 1-0으로 승리했다. 비록 같은 시간 경남FC가 서울 이랜드를 꺾고 챌린지 자력 우승을 확정지었지만, 승점 3점을 챙기며 2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지난 10일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故 조진호 감독 별세 후 치른 부산의 첫 리그 경기였다. 스승과 이별한 선수들의 경기 전 표정은 어두웠다. 동시에 조진호 감독에게 승리를 바치려는 의지도 엿보였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이승엽 감독 대행은 “선수들에게는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크게 바뀌는 건 없다. 감독님을 생각해서라도 올 시즌 끝날 때까지 후회 없이 한 번 해보자고 했다. 선수들이 더 잘 알 것이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그라운드에 나선 부산 선수들은 어느 때보다 열심히 뛰고 또 뛰었다. 그리고 후반 10분 기다리던 골이 터졌다. 이정협이 골키퍼와 경합 과정에서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직접 키커로 나선 이정협이 골망을 갈랐다.
득점 후 이정협은 골대 뒤 부산 원정 응원석에 걸린 故 조진호 감독 현수막을 향해 달려갔다. 부산 동료들도 너나 할 것이 없이 모두가 이정협을 따랐다.
현수막에 다가선 이정협은 얼굴을 묻고 한동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돌아선 그의 눈가에는 붉게 적셔 있었다. 뒤늦게 그를 쫓아간 동료들은 이정협과 포옹을 나눈 뒤 하늘을 쳐다봤다.
불과 나흘 전 스승을 떠나 보낸 부산 선수들이다. 경기를 준비할 겨를 도 없었다. 정신적인 충격으로 제대로된 경기를 치를지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故 조진호 감독을 위해 다시 축구화 끈을 쪼여 맸다. 그리고 이정협의 골과 눈물의 세리머니로 스승을 기렸다.
[사진 = 프로축구연맹]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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