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위기의 롯데를 구한 것은 손아섭의 연타석 홈런도 컸지만 조쉬 린드블럼의 역투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린드블럼은 13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8이닝 동안 112구를 던지며 1점으로 봉쇄, 팀의 7-1 완승을 이끌었다. 탈삼진 11개를 기록하면서 사사구는 단 1개 뿐이었다. 그야말로 완벽한 투구였다.
린드블럼의 호투는 곧 '린동원'이란 별명으로 회자됐다. 롯데 역사상 최고의 투수는 바로 최동원이다. 롯데 팬들은 린드블럼에게 린드블럼의 이름과 최동원의 이름을 결합해 '린동원'이란 별명을 부여했다.
공교롭게도 린드블럼의 호투 덕분에 롯데는 5차전까지 승부를 이어갈 수 있었고 '안경 에이스' 박세웅의 등판 역시 성사될 수 있었다.
당초 박세웅은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 등판할 예정이었다. 준플레이오프 4차전은 12일 마산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고 롯데는 박세웅을 선발투수로 예고했으나 우천으로 연기됐다. 이미 벼랑 끝에 몰렸던 롯데는 우천 연기로 인해 선발투수를 린드블럼으로 교체했다. 좀 더 '확실한 카드'로 승부수를 띄우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롯데의 판단은 적중했다. 린드블럼은 초반부터 손아섭의 연타석 홈런이 터지면서 경기가 롯데 쪽으로 기울자 신바람 호투를 이어갔고 8회까지 책임지는 에이스 본능을 발휘했다. 1984년 최동원이 그랬던 것처럼 팀을 위한 책임감 있는 투구를 보여준 것이다.
린드블럼의 호투가 아니었다면 최동원과 염종석의 계보를 이을 수 있는 '안경 에이스' 박세웅의 투구는 아예 보지 못할 뻔했다. 그러나 '린동원'의 호투로 '안경 에이스'의 등판 또한 가능해졌다. 역시 롯데는 5차전으로 갈 운명이었던 것일까.
물론 롯데로서는 브룩스 레일리가 등판하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 레일리는 지난 2차전에서 5⅓이닝 무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하지만 상처도 컸다. 6회초 나성범이 레일리의 투구를 공략했으나 부러진 배트의 파편이 레일리를 공격하면서 끝내 부상으로 강판돼야 했다.
레일리는 현재까지 캐치볼 조차도 소화하지 못했다. 5차전 등판은 물론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더라도 투구는 불투명하다.
따라서 롯데의 미래를 이끌 '안경 에이스' 박세웅의 투구가 중요해졌다. 박세웅은 분명 토종 에이스로 거듭날 잠재력을 보여준 선수다. 다만 최근 등판 기록이 좋지 못했다는 점이 걸린다. 그것도 팀의 운명을 좌우할 5차전에 포스트시즌 첫 등판을 하게 됐으니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하지만 박세웅이 자신에게 새겨야 할 것은 롯데의 4차전 승리로 인해 등판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이다. 하마터면 포스트시즌에서 등판 조차 하지 못하고 시즌을 끝낼 뻔했지만 '린동원' 린드블럼의 역투로 5차전에서 등판할 기회를 잡았다. 결과를 떠나 본인의 야구 인생에 있어 엄청난 자양분이 될 가을야구 등판이 성사된 것이다. 어쩌면 하늘은 '안경 에이스'의 피날레를 점지한 것일지도 모른다.
[박세웅.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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