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색깔을 가져야 한다."
오리온 추일승 감독은 상무, 코리아텐더 시절 LG 현주엽 감독과 감독-선수로 호흡을 맞췄다. 두 농구인은 세월이 흘러 2017-2018시즌 개막전서 감독과 감독으로 만났다. 제자 현주엽 감독이 데뷔전서 스승 추일승 감독을 꺾었다.
현주엽 감독의 행보는 올 시즌 프로농구 주요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젊은 지도자의 성장은 한국농구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젊은 지도자의 성공 사례가 꾸준히 나와야 지도자들의 건전한 경쟁이 펼쳐지고, 선수와 팀의 건강한 발전으로 이어진다. 궁극적으로는 한국농구의 국제경쟁력 향상으로 연결된다. 최근 KBL에 젊은 지도자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아직은 그런 흐름이 매끄럽지 않다.
현 감독은 현역 시절 스타플레이어였다. 포스트업과 중거리슛, 돌파력에 패스능력 모두 일품이었다. 이른바 '포인트 포워드'의 창시자. 추 감독도 "내가 데리고 있을 때도 똑똑한 선수였다"라고 회상했다.
스타 출신 지도자가 반드시 성공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현역 시절 스타가 아니었던 추 감독의 성공 사례를 현 감독이 거울로 삼을 필요가 있다. 현 감독은 "추 감독님은 워낙 수가 많은 분"이라고 했다.
추 감독은 1999년 상무 사령탑을 맡은 뒤 남들보다 몇 배 이상으로 전술전략을 연구했고, 실전 대입과 시행착오를 통해 성장했다. 특히 농구 본고장 미국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 관리해왔다.
추 감독의 세계적인 농구인맥이 정리된 스마트폰 어플을 본 적도 있다. 그 결과 비주류라는 농구계 일각의 편견을 딛고 KBL형 스몰볼을 구축, 정통센터 없이 2015-2016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감독 생활을 시작한 뒤 약 16~17년만의 우승.
추 감독은 다재다능한 포워드 중심의 농구를 선호한다. 올 시즌 정통센터 버논 맥클린을 영입, 맥클린 위주의 시스템을 짠 건 이승현과 장재석이 군 복무로 빠졌고, 김동욱과 애런 헤인즈의 이적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여전히 장신포워드 허일영과 최진수의 활약이 중요하다.
추 감독은 "현 감독이 외도를 하지 않았나. 해설도 했지만, 예능프로그램에 자주 나갔다. 지금이라도 지도자로 데뷔한 건 한국농구의 발전을 위한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깊이 있는 지도자가 되기 위해 끝없이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추 감독은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처음으로 시작하는 감독은 눈 앞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자신만의 색깔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했다. 시간이 필요하고, 시행착오가 없을 수 없다. 성적 하락의 위험도 있다.
왜 성적보다 색깔이 중요할까. 추 감독은 "지도자는 색깔이 있어야 그에 맞는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그래야 자신만의 농구철학을 갖출 수 있다"라고 했다.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성공을 해야 지도자로서 내공이 쌓인다.
사실 성적은 외부, 상대적인 요소도 크게 작용한다. 추 감독은 "당장 감독을 그만둬도 자기 색깔이 확실하면 나중에 그 색깔을 원하는 팀으로부터 부름을 받을 수 있다. 구단도 감독을 많이 도와줘야 한다. 그래야 감독이 성공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추 감독은 현 감독이 긴 호흡을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구축, 성공하길 바란다. 종목을 불문하고 젊은 지도자가 성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추 감독은 "KTF서 나오고 이 팀에 오기 전에 스스로 느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현주엽 감독(위), 추일승 감독(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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