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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부산 신소원 기자] 신수원 감독을 1년 4개월 만에 다시 만났다. 지난해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마돈나'가 출품되고 인터뷰에서 만났던 신수원 감독은 1년 여 만에 다시 기자를 만나자 반가워했다. "저와 이름이 비슷한 분"이라며 밝게 미소를 짓는 신 감독은 이름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전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해운대 바다가 펼쳐진 한 호텔 로비에서 신수원 감독을 만났다. 하지만 그는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올해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그의 신작 '유리정원'이 선정돼 배우들과 부산을 찾은 신수원 감독은 기자회견과 관객과의 대화, 여러 매체 인터뷰 일정으로 시간을 쪼개어 이동하고 있었다.
'유리정원'은 베스트셀러 소설에 얽힌 미스터리한 사건, 그리고 슬픈 비밀을 그린 작품으로 배우 문근영의 복귀작이자 새롭고 반가운 문근영의 변신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순수한 여인의 후반부로 갈수록 펼쳐지는 광기가 인상적이다.
"개막식에서 공식 첫 상영이었는데 사실 소리가 많지 않은, 조용히 봐야하는 영화인데 야외상영이라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야외에서 쌀쌀해진 날씨 속에서 이 영화를 어떻게 보실까 생각했어요. 관객들이 어디에 반응할지도 궁금했고요. 그런데 어느 부분에서 관객들이 서로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보였고 확실히 후반부가니까 조금 긴장을 하면서 보시는 것 같더라고요. 기분이 좋았어요."
'유리정원'은 초반부에는 한 여린 여자 과학도의 일상을 그리다가, 중반부터 전혀 다른 결을 보여준다. 1부와 2부가 자연스러우면서도 확실한 반전을 주는 작품이다.
"처음부터 장르영화를 만들겠다고 해서 출발한 건 아니었어요. 제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해보자는 게 목표였죠. 이상을 갖고 있던 과학도가 현실에 부딪히면서 상처를 입고, 태어난 숲으로 돌아가서 계속 자기 의지로 이상을 실현하려고 하는 것. 그리고 재연(문근영)을 바라보는 소설가가 있는데 그도 뭔가 자기 세계를 꿈꿔요. 그러면서 부딪히는 두 인물을 그리고 싶었어요."
신수원 감독은 전작 '명왕성', '마돈나'에서도 여성이 중심이 된 작품을 그렸다. 하지만 앞선 작품들과 '유리정원'의 가장 큰 차이점은 한 여성이 자신의 세상을 만들고 섬뜩하리만큼 설계를 한다는 것. 순수한 문근영, 재연의 눈빛은 관객들마저 그 세상으로 초대한다.
"큰 욕망에 의해서 희생되는 재연이 다른 사람을 만나서 소통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희생자가 되는 부분, 그 주제만 생각했어요. 결국 인간과 인간의 공존, 과연 불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풀고싶었어요."
문근영은 '사랑따윈 필요없어'(2006)에 이어 지난 2015년에는 '사도'에서 혜경궁 홍씨 역으로 전혀 색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어 2년 만에 복귀작으로 나선 '유리정언'에서는 숲 속의 요정 같은 여리여리하고 맑은 모습 뒤로 자신의 세상을 구축해나가는 인물을 연기, 각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기대해볼 만한 열연을 보였다. 신수원 감독은 문근영을 어떻게 생각할까.
"문근영 씨는 순수한 이미지가 있어요. 첫 미팅 때 느꼈는데 눈빛에서 다양한 표정들이 있더라고요. 인상을 쓰면 세 보일 것 같기도 했어요. '유리정원'은 숲에 들어가면 대사가 별로 없어지다보니 표정이 중요했는데 근영 씨의 표정이 정말 좋았어요. '신데렐라 언니' 한 회를 본 적이 있었는데 국민 여동생이 아니라 무언가 나이 든 여자의 느낌이 나더라고요. 성숙했어요."
문근영과 신수원 감독은 서로 '유리정원', 그리고 재연 캐릭터에 대한 해석이 완벽히 일치했고 36회차라는 짧은 촬영 기간동안 빠르게 '유리정원'과 재연을 만들어나갔다. 신수원 감독은 문근영을 "시나리오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배우"라고 말했다.
"숲을 엄청 좋아해서 어릴 때 많이 갔다고 하더라고요. 본인도 시나리오에 대해서 애정을 표현했고요. 적극적으로 표현해줬어요. 국민 여동생이라는 별명이 있는데, 현장에서는 그저 '머스마' 같았어요.(웃음) 정말 털털한 성격으로 잘 어울리더라고요."
'유리정원'은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라는 사실 외에도 문근영의 복귀작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본인 자체가 영화를 오랜만에 하는 거니까 긴장했을 것 같아요. 제가 근영 씨에게 '당신은 이상하게 왜 국민 여동생이라는 타이틀이 생겼는지 모르겠다'고 했어요. 영화는 오랜만에 하는 건데 이 영화로 그런 이미지(국민 여동생)이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전에 보여줬던 이미지가 아닌 것으로 생각해보자고 했어요."
문근영은 '유리정원' 속 과학도 재연 역을 위해 쇼트커트의 헤어스타일에 화장을 거의 하지 않은 민낯으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줬다. "노메이크업 괜찮겠느냐"라는 신수원 감독의 말에 문근영은 흔쾌히 오케이를 외쳤다.
"지금 생각해보건대, 마지막 장면에서 다른 배우였더라면 이런 감정이 생겼을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근영 씨의 눈빛이 아주 좋아요. 현장에서도 제가 좋아하는 것을 근영 씨가 정확히 알아줬어요. 근영 씨의 복귀작으로도, '유리정원'은 많은 분들이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진 = 부산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리틀빅픽쳐스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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