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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뜨겁게' 슬퍼했다.
송지원(박은빈)이 2025년에 세상을 떠난다는 박연선 작가의 설정이 알려진 뒤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2' 시청자들의 반응이 그러했다.
냉정하게 말해 가상의 캐릭터에 불과하지만, '청춘시대2' 시청자들에게 벨 에포크에 살고 있는 하우스메이트들은 지금도 어디선가 숨을 쉬며 살아가는 친구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친구의 예고된 죽음에 대한 시청자들의 상실감은 컸다. 배우 박은빈은 이런 시청자들의 반응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말 그대로 캐릭터이긴 하지만 친구가 죽은 것처럼, 혹은 지인이 죽은 것처럼 심각하게 생각해주는 분이 많아서 감사했어요. 그만큼 사랑받았다는 얘기니까. 저보다 어린 친구들이 절 향해 '언니, 죽지 마요', '우울해요'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전 '괜찮아. 우울해하지말고 잘 살아'라는 답을 해주고 싶어요. 실제 우리의 삶도 언제 끝날지 모르고,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잖아요. 이번에는 캐릭터이기에 죽음을 먼저 알 수 있게 된 것이지만….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잊고 있던 과거를 되찾고, 친구 효진을 대신해 자신이 해야 한다고 믿는 일을 용기 있게 실천한 송지원. "시즌2 제작은 기적같은 일이었다"고 말하는 박은빈은 2년 간 함께 한 송지원을 떠나보내며 이별의 인사를 남겼다. 물론 또 한 번의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을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늘 작품을 끝낼 때마다 '앞으로 이 캐릭터는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겠지'라는 생각을 해요. 그게 제가 캐릭터를 보내주는 인사법이죠.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송지원은 이 순간에도 벨 에포크에서 하메들이랑 월세를 내면서 잘 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송지원에게 남은) 8년이라는 시간은 짧지만, 또 얼마든지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잖아요. 그 8년 동안 송지원이 잘 살 것이라고 믿어요."
차분한 말투, 허당기를 찾아보기 힘든 똑부러진 행동. 박은빈을 아는 이들은 모두 그녀가 연기하는 송지원의 모습에 놀란다. 그만큼 송지원은 실제 박은빈과 다른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번의 여름을 함께 하며 송지원은 자연스럽게 박은빈에게 스며들었다.
"송지원에게 영향을 받은 것이요? 불쑥 말이 튀어나올 때가 있어요. 실제 전 인내가 습관이 된 사람이거든요. 그동안은 참고, 품고 있는 경우가 많았고 그게 습관이었어요. 그런데 송지원을 연기하면서 어느 순간 '그건 아니지 않아요?'라고 말할 수 있는 힘이 생겼더라고요. 예전 같으면 바로 얘기하지 않을 법 했던 것을 지금은 '이 정도는 괜찮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말이죠."
1년 전 '청춘시대' 시즌1이 방송될 당시, 사람들은 박은빈이 송지원보다 유은재 캐릭터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가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은빈의 열연은 '박은빈이 아닌 송지원'을 떠올릴 수 없게 만들었다. 큰 사랑을 받은 송지원 캐릭터, 이제 박은빈에게 주어진 새로운 과제는 송지원이 아닌 모습의 배우 박은빈을 세상에 보여주는 일이다.
"송지원의 존재감이 커진 것에 대한 걱정이 처음에는 없었어요. 은연중에 이런 역할을 하고 싶어한 것도 사실이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잘할 것이라는 믿음도 가지고 있었거든요. 송지원을 처음 만났을 때는 저의 다면적인 면 중에 하나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을 했어요. 이 역할 때문에 힘들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죠. 오히려 보는 분들이 걱정을 했어요. 다음 작품을 할 때 송지원이 떠오를 것이라고…. 전 그것도 감사해요. 굳이 송지원을 지우려고 하기보다 송지원과 또 다른 인생캐릭터를 만나는 것이 저의 숙제이자 목표가 될 것이에요."
큰 사건을 겪은 송지원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처럼, 2년 간 '청춘시대'와 뜨거운 여름을 보낸 박은빈도 다시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마지막으로 박은빈이 남긴 말은 그렇게 만들어 갈 앞으로의 배우 인생에 대한 자신감이었다.
"'청춘시대'가 제게 남긴 것이요?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이 모습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
[박은빈. 사진 = 나무엑터스 제공]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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