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순간의 선택이 단기전 전체 흐름을 좌우한다.
야구, 특히 포스트시즌은 잔인한 측면이 있다. 구성원들의 선택에 대한 대가가 가혹하기 때문이다. 야구도 인생과 같아서 선택이 성공 혹은 실패로 귀결되면 각 팀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144경기를 치르는 정규시즌서는 선택이 실패로 이어져도 단 1패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서는 결정적인 승부처서 내린 선택이 시리즈 전체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다. 때문에 선택이 실패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정규시즌보다 훨씬 크다. 그래서 포스트시즌은 좋은 선수, 지도자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좋은 무대다.
두산 김태형 감독이 NC와의 플레이오프서 내린 최고의 선택은 함덕주의 메인 셋업맨 중용이었다. 플레이오프 1~4차전 내내 등판, 무결점 투구를 했다. NC 김경문 감독의 제프 맨쉽 불펜 카드가 실패로 돌아간 것과 대조됐다.
김 감독이 KIA와의 한국시리즈 1~2차전서 내린 최고의 선택은 함덕주가 흔들리자 마무리 김강률을 8회에 투입한 것이었다. 1차전서 무사 1,2루 위기를 극복, 탄력을 받아 9회까지 잘 마무리했다. 2차전 8회말 1사 3루 위기 투입 역시 당연했다.
그러나 이 선택은 실패로 돌아갔다. 정확히 말하면 김 감독의 선택 실패가 아닌, 3루수 허경민과 포수 양의지의 순간적인 선택 실패였다. 1사 1,3루서 나지완이 3루수 땅볼을 쳤다. 1차적으로 허경민이 나지완의 타구가 잘 맞았다는 점, 나지완의 발이 늦었다는 점을 감안, 5-4-3 더블플레이로 연결할 경우 이닝이 종료될 가능성이 컸다.
설령 홈으로 들어가는 김주찬을 태그하기 위해 허경민이 양의지와 함께 런다운을 걸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김주찬을 처리해야 했다. 그러나 양의지가 3루로 달려가는 최형우를 잡기 위해 갑자기 3루 커버를 들어온 김재호에게 공을 던진 게 실수였다. 최형우를 횡사시켰으나 그 사이 홈으로 파고 든 김주찬을 막지 못했다. KIA의 승리를 부른 득점. 양의지는 순간적으로 얼굴을 찌푸렸다. 실수라는 걸 곧바로 알아차렸다. 리그 최고의 포수도 사람이다. 실수를 할 수도 있다. 단, 대가는 뼈 아팠다.
KIA 김기태 감독도 3-5로 뒤진 1차전 8회말 무사 1,2루서 2안타를 친 안치홍에게 강공을 지시한 게 실패로 돌아갔다. 포수 김민식도 5회초 김재환, 오재일에게 백투백 홈런을 내줬을 때 헥터 노에시에게 연거푸 패스트볼을 주문한 걸 두고 "변화구가 덜 떨어지고 패스트볼에 위력이 있어 빠르게 승부했는데, 결국 내 실수"라고 자책했다.
KIA와 두산은 한국시리즈 1~2차전서 나란히 결정적인 선택의 성공, 실패를 경험했다. 잔여 한국시리즈 경기들 역시 마찬가지다. 감독의 강공 혹은 번트, 히트&런, 도루의 지시 타이밍, 수비수와 배터리의 순간적 선택이 대표적이다. 수 없이 내려야 할 선택 중, 특히 결정적 승부처서의 선택이 해당 경기뿐 아니라 시리즈 전체 흐름을 좌우할 수 있다. 더구나 잠실 3~5차전은 한국시리즈 중반을 향하는 무대다.
[한국시리즈 1~2차전 장면.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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