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대반전이다.
KIA와 두산의 한국시리즈가 시작되기 전, 두산의 우세를 점치는 야구관계자가 적지 않았다. 막강한 선발진과 타선의 힘이 팽팽하다면, 두산이 불펜의 힘에서 KIA에 우세를 보이며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
두산과 KIA의 정규시즌 불펜 성적은 극과 극이었다. 두산은 평균자책점 4.31로 1위, KIA는 평균자책점 5.71로 8위였다. 두산은 이용찬과 이현승이 기복을 보였다. 그러나 마무리 김강률의 업그레이드, 신인 김명신의 발견, 시즌 막판 함덕주의 메인 셋업맨 가세로 필승계투조의 짜임새가 좋았다.
플레이오프서도 함덕주 활용도를 극대화, 경기중반 이후 NC 타선을 무력화시켰다. 플레이오프 이후 사흘을 쉬면서 한국시리즈에도 위력을 이어갈 것으로 보였다. 판타스틱4만 살아나면 운용의 효율성도 높일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KIA는 정규시즌 내내 필승계투조의 틀을 잡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김세현 마무리-임창용 메인 셋업맨 체제로 정착했다. 그러나 두산에 비해 양질에서 뒤졌다. 김세현과 임창용의 기복도 불안요소.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했던 양상이 아니다. KIA 불펜은 의외로 탄탄하다. 1차전과 3차전서 심동섭~임창용~김세현, 임창용~심동섭~김세현이 각각 3이닝 무실점을 합작했다. 심동섭이 왼손타자, 임창용이 오른손타자를 맡고, 김세현이 마무리하는 구도. 단순하지만, 힘이 있었다.
1차전은 3-5로 뒤진 상황서 가동됐다. 심리적으로 편안했다. 그러나 3차전은 살얼음 1점 리드였다. 물론 9회초 나지완의 대타 투런포가 있었다. 마무리 김세현은 9회말에 부담을 덜고 등판했다. 그렇다고 해도 압박감이 없을 리 없었다. KIA로선 1승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두산 불펜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완벽하지는 않았다. 1차전서 함덕주가 1이닝, 김강률이 2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냈다. 8회말 함덕주가 무사 1,2루 위기를 맞았으나 최형우의 평범한 2루수 땅볼이 불규칙바운드로 안타가 된 걸 감안해야 한다.
2차전서 함덕주와 김강률이 8회말 1사 1,3루 위기를 자초한 건 옥에 티였다. 나지완에게 3루수 병살타성 타구를 유도하고도 수비 실책으로 결승점을 내줬다. 그러나 1차전처럼 완벽하지는 않았다. 3차전서 이용찬~이현승~김승회~김강률~김명신이 나쁘지 않았으나 깔끔한 피칭도 아니었다. 이용찬은 5회 승계주자실점을 막지 못했다. 9회 김승회가 흔들린 뒤 마무리 김강률이 나지완에게 맞은 대타 투런포는 뼈 아팠다.
이 상황이 반전될 여지는 남아있다. 두산 불펜이 크게 흔들린 건 아니다. 여전히 짜임새 측면에서 KIA에 한 수 위다. 반대로 KIA 불펜이 2경기 호투했다고 해서 기복이 사라졌다고 단언할 단계는 아니다.
중요한 건 지금까지 양 팀 불펜 투수들의 행보가 의외였고, 그만큼 양 팀 벤치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커졌다는 점이다. 두산은 KIA 불펜에 대한 대응책을 재점검해야 한다. KIA도 두산 불펜을 완벽히 압도하지 못한 만큼 상대를 좀 더 세밀하게 파악해야 한다.
한국시리즈 직전 예상처럼 불펜 싸움이 1차전, 3차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다만, 그 과정과 결과는 다소 의외다. KIA의 단단한 불펜은 한국시리즈 주도권을 잡은 원동력 중 하나다.
[김세현(위), 김강률(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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