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리빌딩을 선언한 kt가 귀중한 구슬 2개를 모았다. 이제 꿰어서 보배를 만드는 일만 남았다.
부산 kt는 지난 30일 열린 2017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2순위로 허훈(연세대), 양홍석(중앙대)을 지명했다. 이견의 여지가 없는 선택이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1~2순위를 독식한 건 kt가 역대 2번째 사례다. kt에 앞서 안양 KGC인삼공사는 2010 신인 드래프트 1~2순위 지명을 통해 리빌딩의 초석을 다졌고, 챔프전 우승까지 달성할 수 있었다. 적어도 드래프트까지만 보면, 당시 KGC인삼공사와 2017년 kt의 행보는 비슷한 면이 많다.
▲ 리빌딩의 교본이 된 KGC인삼공사
챔프전 경험조차 없던 KGC인삼공사는 2008-2009시즌(당시 KT&G) 종료 후 대대적인 체질개선에 나섰다. 양희종이 군 입대한 가운데, 주희정과의 맞트레이드로 영입한 김태술도 곧바로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대체하게 된 것.
양희종과 김태술이 제대, 신예들과 조화를 이룰 2011-2012시즌에 대권을 노리는 게 KGC인삼공사의 계산이었다. 실제 KGC인삼공사는 2011-2012시즌 정규리그 2위에 이어 챔프전서 원주 동부(현 DB)를 4승 2패로 제압, 창단 첫 챔프전 우승을 달성했다.
KGC인삼공사의 우승 스토리를 돌아볼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2010 신인 드래프트였다. 전체 1순위로 경희대 가드 박찬희를 지명한 KGC인삼공사는 2009-2010시즌 중반 kt에 나이젤 딕슨을 넘겨주며 받은 드래프트 2순위 지명권으로 연세대 득점원 이정현까지 손에 넣었다.
KGC인삼공사는 이후 역할이 겹치는 황진원을 트레이드하며 이정현에게 힘을 실어줬다. 덕분에 박찬희뿐만 아니라 이정현도 데뷔시즌부터 경험치를 대폭 쌓을 수 있었다. 박찬희, 이정현이 2년차 시즌에도 성장세를 보인 KGC인삼공사는 결국 목표대로 김태술과 양희종이 합류한 2011-2012시즌에 챔프전 우승을 달성했다.
물론 KGC인삼공사가 달성한 챔프전 우승의 ‘마지막 퍼즐’은 2011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오세근이었다. 하지만 2011-2012시즌 당시 KGC인삼공사가 내세운 압박수비에서 핵심역할을 한 박찬희, ‘벤치 에이스’로 불린 이정현의 지원사격 역시 KGC인삼공사에겐 큰 힘이 된 요소였다.
또한 KGC인삼공사는 박찬희가 팀을 떠났지만, 이정현이 최정상급 득점원으로 자리매김한 2016-2017시즌에 통합우승까지 달성했다. 비록 이정현도 시즌이 종료된 후 FA(자유계약) 협상을 통해 전주 KCC로 이적했지만, KGC인삼공사가 체계적으로 진행한 리빌딩은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 셈이었다.
▲ “리그 판도 뒤집겠다!? 이종현, 최준용도 아직 못 이뤄”
kt 역시 주축선수의 트레이드를 통해 드래프트 로터리픽 확률을 높였고, 1~2순위를 독식했다는 점은 KGC인삼공사의 리빌딩 과정과 유사하다. 다만, 깊이 살펴보면 이들의 리빌딩은 성격이 다르다.
KGC인삼공사와 달리, 2017-2018시즌의 kt는 신인들이 곧바로 팀에 합류해 시즌을 소화하게 된다. 기존 선수들과 호흡을 맞출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실제 드래프트 시기가 종전 1~2월에서 10월로 바뀐 2012년 이후 1순위 또는 2순위로 신인을 지명, 챔프전까지 오른 사례는 2013-2014시즌의 LG(1순위 김종규)가 유일했다. 초대어급 신인이 아니라면, 단번에 전력 급상승을 기대할 순 없다는 의미다.
허훈과 양홍석은 아직 다듬을 부분이 많은 원석이다. 허훈은 청소년대표-국가대표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지만, 공을 소유하고 있는 시간이 길어 단기간에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다. 양홍석 역시 20세에 성인 국가대표에 선발되는 등 잠재력은 높이 평가받고 있지만, 아직 스몰포워드로서의 움직임은 다듬어야 한다는 평이다.
조동현 kt 감독은 “선수 기용이라는 측면에서 여유는 생겼지만, 냉정히 말해 당장 리그를 바꿔놓을 정도의 선수들은 아니다. 지난해 선발됐던 이종현-최준용-강상재도 ‘리그 판도를 바꿔놓겠다’라고 했지만, 아직 약속을 못 지키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조동현 감독은 이어 “대학 졸업 예정인 허훈은 그나마 낫지만, 양홍석은 성인농구를 경험한 기간이 짧다. 아마와 프로의 차이는 분명하다.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긴 하지만, 일단은 이들이 프로농구나 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내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 트레이드는 없다…역할 분배·포지션 전향은 과제
물론 허훈, 양홍석은 잠재력이 높은 선수들이다. 안정적으로 프로에 정착한다면, 허훈과 양홍석은 향후 2~3년 내에 kt가 선보일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여지가 있다. KGC인삼공사가 트레이드로 교통정리를 한 것과 달리, kt는 일단 특별한 변화 없이 허훈과 양홍석이 팀에 적응할 여건을 마련해준다는 계획이다.
kt 관계자는 “이재도가 올 시즌을 끝으로 군 입대할 예정이다. 그 자리를 허훈이 메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동현 감독 역시 “이재도, 허훈은 장단점이 분명한 선수들이다. 둘 다 신장이 낮지만, 상대가 투 가드를 쓰면 우리 팀 역시 투 가드를 활용할 수도 있다. 어쨌든 현재 체제에서 가드의 중심은 이재도다. 그에 맞춰 역할을 분배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양홍석은 점진적으로 포지션을 전향시킨다는 계획이다. “대학에서는 파워포워드를 맡았지만, 프로에서는 스몰포워드를 맡아야 한다”라고 운을 뗀 조동현 감독은 “단번에 포지션을 바꾸면 혼란이 올 수 있는 만큼, 이 부분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스몰포워드를 맡으려면 스몰포워드를 수비할 수 있어야 하고, 무빙슛도 던져야 한다. 김영환처럼 픽앤롤이나 픽앤팝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비시즌에 조금씩 보완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kt 역시 리빌딩에 돌입하기 전 KGC인삼공사처럼 챔프전 우승 경험이 없는 팀이다. 최근 3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데다 올 시즌 역시 출발이 매끄럽지 않아 분위기 전환이 절실한 팀이기도 하다. 이 와중에 1~2순위 독식이라는 행운은 침체기에 빠진 kt에 내려진 한줄기 빛이나 다름없을 터.
하지만 아직 미완성인 신인 2명만 믿고 팀을 만들어갈 순 없다. KGC인삼공사는 리빌딩 기간임에도 경험 부족을 메우기 위해 베테랑 김성철을 재영입했고, 향후 오세근까지 지명하며 비로소 리빌딩을 완성할 수 있었다.
kt 역시 신인 2명과 기존 선수들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야 한다. 더불어 향후 또 다른 신인이나 외국선수 등 ‘플러스 알파’가 더해져야 진정한 리빌딩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허훈, 양홍석을 손에 넣은 것만으로 ‘리빌딩’을 논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미다. kt는 아직 갈 길이 멀다.
[2010년 드래프트 당시 KT&G(상), 2017 신인 드래프트(하). 사진 = KBL 제공]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