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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국민엄마요? '국민'이라는 말은 좀 뺐으면 좋겠어.(웃음)"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채비' 인터뷰에는 배우 고두심과 김성균이 나란히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고두심은 그동안 수많은 작품에서 인자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였다. 이어 김성균과 함께 가슴 절절하면서도 따뜻한 웃음이 절로나오는 '채비'를 통해 또 다른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줬다.
"지적 장애인 아이를 두고 세상을 떠나는 어머니 입장이라서 깊숙한 내면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었어요. 그러면서도 가볍게 평범한 일상적인 것들 보다는 단단한 것들을 보여줘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조금 더 무겁게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고두심은 극 중 지적 장애 아들 인규(김성균)를 둔 엄마 애순 역을 맡았다. 그는 지적장애 아이의 엄마이자 시한부 인생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캐릭터임에도, 오히려 냉정하고 단단하게 캐릭터를 만들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얼굴의 잡티가 큰 스크린 화면에 나오는 것도 개의치 않았던 고두심은 "얼굴은 민낯이다 싶을 정도로 얼굴 잡티도 완전히 나오게끔 했다"라고 털어놨다.
"제 연기인생에서 어머니 연기로서의 전환은 굉장히 자연스러웠어요. 제주도에서 4대가 한 집에 살았어요. 가족이 많은 집안 구조에 살았거든요. '~할머니'라는 소리를 처녀때부터 들었어요. 그 전에도 누가 '할머니'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았어요. 어머니 역할로 가는 것은 굉장히 자연스러웠던 것 같아요. 젊을 때부터 엄마 역을 많이 했는데 목소리가 하이톤이 아니라 저음인데 그런 것에도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지난 2004년 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에서 고두심은 가슴에 빨간약을 바르는 엄마를 연기, 시청자들의 가슴을 미어지게 했다. 여전히 '빨간약 엄마'라는 호칭이 붙어있을 정도로 그 당시 큰 슬픔과 감동을 안긴 어머니 연기를 한 터였다.
"'꽃보다 아름다워'는 너무 마음이 아픈 작품이에요. 극중 남편이 그렇게 미울 수 없는 작품이었어요. 두 번째 부인이 아프다고 장기를 잘라달라고 하는 그런 내용이었는데, 너무 밉더라고요. 그 당시 남편 역이었던 주현 씨 쳐다보면 지금도 생각이 나요. '디어 마이 프렌즈' 때도 반갑기는 한데 밉더라고요.(웃음)"
고두심에게 자연스럽게 붙는 호칭. '국민 엄마'에 대해 고두심은 "과분하다"라고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너무 과분해요. '국민' 자는 안해주면 더 좋겠어요. '전원일기' 22년으로 맏며느리는 이런 상이어야돼, 라고 어깨를 무겁게 하더니, 또 '국민' 자를 붙이면서 꼼짝말라고 하는 느낌이에요. 그리고 그만큼의 준비 내지는 그런 얘기를 들을 정도의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겸손해서가 아니라 정말이라고 생각해요. 이미자 씨나 조용필 씨 정도는 '국민' 자를 붙여도 좋을 것 같은데 저는 마음이 무겁기만 한 말이에요."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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