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원주 김진성 기자] 위기의 순간에 그들이 있었다.
DB는 시즌 초반 전문가들 평가를 180도 뒤엎었다. 이상범 감독은 개개인에게 주인의식을 심어줬다. 31일 모비스와의 홈 경기를 앞두고 "경기 중에도, 운동할 때도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오펜스, 디펜스의 큰 틀은 정해뒀고, 그 속에서는 스스로 알아서 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했다.
이 감독은 개개인이 세부적인 공수 움직임에서 실수가 있어도 지적하지 않았다. 스스로 생각하게 했고,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들에게 무한 믿음을 부여했다. 결국 서민수, 김태홍, 김영훈 등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이들이 디온테 버튼과 두경민 중심의 시스템에 양념을 치며 괜찮은 틀을 완성했다. 파워와 센스를 앞세운 골밑 돌파와 외곽슛, 어시스트 능력을 겸비한 버튼, 간결한 농구에 눈을 뜬 두경민이 DB 농구의 중심을 잡았다.
28일 SK에 완패했다. 버튼의 파울트러블에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도 있었다. 개막 5연승 기간에 잘 터졌던 외곽포도 침묵했다. 그러나 이 감독은 "SK전도 잘했다.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슛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팀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는다. 벤치부터 살아난 게 예전과는 가장 다르다"라고 했다.
31일 현대모비스와의 홈 경기는 중요했다. 상승세가 끊긴 상황서 다시 버텨내고, 일어날 수 있는지 드러나는 한판이기 때문. 어떤 팀도 한 시즌 내내 좋은 페이스를 유지할 수는 없다. 위기의 순간에 누가 팀을 일으킬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DB도 거쳐야 할 단계.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버튼을 막기 위해 지역방어를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유 감독 판단에 지금 현대모비스는 개개인의 수비약점이 많다. 1대1로 막기 힘든 버튼의 파괴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1-3-1 지역방어를 시도했다. 풀코트프레스와 섞어 시도, DB 특유의 풍부한 활동량을 제어했다.
DB는 1쿼터 종료 4분23초전 김태홍의 득점 이후 2쿼터 8분51초전 두경민의 3점포가 나오기까지 약 6~7분간 11점에 묶였다. 현대모비스의 지역방어에 패스실수가 많았다. 그러나 DB는 버튼의 영리한 움직임으로 서서히 극복해나갔다. 패스센스가 좋은 버튼은 무리하지 않고 로드 벤슨에게 연결, 어시스트를 적립했다. 올 시즌 자신감이 붙은 서민수도 두경민의 외곽슛을 두 차례 도왔다. 좋지 않은 흐름에서 결국 추격. 전반전을 38-39로 마쳤다. DB의 달라진 맷집이 확인된 전반전.
현대모비스는 달아나지 못했다. 그러나 후반전부터 서서히 저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마커스 블레이클리와 레이션 테리의 연계플레이가 하나, 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DB 로드 벤슨과 버튼은 두 사람의 순간 스피드와 활동량을 제어하지 못했다.
그리고 현대모비스는 양동근이 꾸준히 외곽포를 가동했다. 함지훈과의 연계플레이도 간혹 나왔다. DB 역시 버튼을 중심으로 추격했다. 외곽슛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서도 골밑 공략을 앞세워 힘겹게 따라갔다. 난타전 흐름. 결국 3쿼터는 62-62 동점으로 끝났다.
하지만, 현대모비스가 3쿼터에 얻은 게 많았다. 몸이 풀린 블레이클리가 4쿼터에 양동근과 함께 실질적으로 팀 오펜스를 지휘했다. 버튼과의 체력전에서 밀리지 않았고, 빈 틈을 양동근과 함지훈이 적절히 파고 들었다. 잠잠하던 전준범의 외곽포까지 터졌다. 양동근은 미스매치를 집요하게 활용하면서도, 한번씩 공격루트를 바꾸며 DB 수비를 교란시켰다.
DB는 순간적으로 내, 외곽 수비 밸런스가 무너졌다. 공격에선 무리한 플레이가 나오면서 추격의 동력을 놓쳤다. 여전히 1-3-1 지역방어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순식간에 10점 내외로 스코어가 벌어졌다. 노련한 양동근은 적절히 시간을 활용하며 확률 높은 이종현, 블레이클리의 골밑 공격을 유도했다. 결국 현대모비스의 90-81 완승. 양동근이 25점, 블레이클리가 21점을 넣었다. 4승4패가 됐다. DB는 시즌 첫 연패. 5승2패다.
유 감독은 "개인 수비에 약점들이 많다. 공격도 블레이클리가 볼 갖고 있는 시간이 길 때가 있어서 좀 더 다듬어야 한다"라고 했다. 공격횟수를 늘리는 작업은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다. 다만, 수비조직력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 이날 지역방어는 괜찮았다. 위기에 해결할 수 있는 양동근과 블레이클리의 존재감도 확인했다. 양동근은 DB의 화력을 버거워하면서도 해결사, 도우미 등 경기상황에 맞는 역할을 해냈다.
반면 DB는 위기의 순간을 극복할 리더가 없었다. 경기 내내 두경민과 버튼이 그 역할을 했지만, 4쿼터에는 고개를 숙였다. DB의 새로운 과제다.
[양동근.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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