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양현종이니까 떨지 마세요."
8년만에 페넌트레이스,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KIA. 그동안 큰 경기, 우승 경험이 없었던 선수들에게 큰 선물이 됐다. 포스트시즌은 매 순간이 승부처다. 그리고 개개인의 약점을 현미경처럼 파고드는 무대다. 그 어려움을 극복한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성장한다.
김민식도 그렇다. SK 시절 풀타임 시즌을 보낸 적도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 4월 트레이드 후 KIA 주전포수로 자리잡은 뒤 한국시리즈 우승포수로 성장했다. KBO리그 2017년 마지막 순간에 그가 마운드에서 양현종과 부둥켜안을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이 있었을까.
기술적, 정신적으로 많이 성장했다. 정규시즌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시리즈서도 깨지고 버텨내면서 KIA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그의 인정은 놀라웠다. 1차전 5회초에 김재환과 오재일에게 볼카운트 1B2S서 백투백 홈런을 맞은 건 패스트볼 위주의 성급한 승부를 시도한 자신의 판단 착오라고 했다. 당시 "헥터의 변화구가 덜 떨어지는 편이었고, 직구는 좋았다. 결과적으로 내 판단이 틀렸다"라고 했다.
흔들릴지언정, 쓰러지지 않았다. 2~5차전서 선발투수들의 호투는 물론, 필승계투조와의 호흡도 완벽에 가까웠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5차전 9회말 7-6리드서 토종 에이스 양현종이 선두타자 김재환에게 볼넷을 내줬을 때였다.
김민식은 마운드에 올랐다. 양현종에게 건넨 말이 걸작이었다. "대투수가 왜 쫄아요? 양현종이니까 떨지 마세요." 양현종이 KBO 최고의 왼손투수지만, 갑작스럽게 마무리로 나서서 잘 던지는 게 쉬운 건 아니다. 김민식은 그런 양현종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줄 정도로 성장했다.
당시 양현종은 "공(구위)이 어떠냐?"라고 김민식에게 물었다. 그때 김민식은 "괜찮아요, 좋아요"라고 했다. 그는 "2차전서 완봉을 한 뒤 사흘 쉬고 등판했다. 구위가 떨어진 상태였다. 솔직히 선두타자 볼넷을 내주면 위험하다고 생각했는데 딱 나왔다. 하지만, 그 상황서 도저히 '아니요'라고 할 수는 없었다"라고 회상했다.
사실 김민식도 양현종 못지 않게 긴장했고, 정신도 없었다. 김주형의 실책까지 나오면서 1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5차전이 열리기 전만 해도 "(김)세현이 형이 마운드에 있으면 들어올리긴 어려울 것 같다. 임창용 선배님이면 들어올릴 수 있다"라며 우승 세리머니 계획까지 밝혔다.
하지만, 막상 마지막 타자 김재호의 파울 타구를 직접 처리한 뒤 정신이 없었던 나머지 공을 주변에 던졌다. 우승 직후 마지막 공을 찾지 못해 안타까워했다. (알려진 바로는 KIA 관계자가 챙겼다. 김민식도 안도했다는 후문)
그래도 김민식은 어떻게든 양현종에게만큼은 힘을 주고 싶었다. '선의의 거짓말'을 통해 진심을 전달했고, 양현종은 1사 만루 위기를 극복하면서 김민식과 부둥켜안았다. 절체절명의 위기서 투수에게 힘을 줄 수 있는 포수. 성장한 김민식의 실체다.
[김민식과 양현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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