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휴스턴은 벌랜더 덕분에 웃었고 다저스는 다르빗슈 때문에 고개를 떨궜다.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2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7차전 LA 다저스와의 경기에서 5-1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휴스턴은 시리즈 전적 4승 3패를 기록, 1962년 팀 창단 이후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반면 1988년 이후 29년만에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은 다저스는 우승 꿈을 이루지 못했다.
올시즌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100승 고지를 넘긴 팀은 딱 3팀이다. 그 중 두 팀이 다저스(104승)와 휴스턴(101승)이다. 다른 한 팀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102승)가 막판 무서운 속도로 승수를 쌓은 반면 다저스와 휴스턴은 시즌 내내 안정적인 전력을 선보였다.
덕분에 이들은 시즌 중반부터 월드시리즈 우승을 호시탐탐 노렸다. 많은 상위권팀들이 그렇듯 이들에게도 '결정적 한 방'이 필요했다. 다저스의 선택은 다르빗슈 유였다. 다저스는 윌리 칼훈 등 유망주 3명을 내주고 다르빗슈를 데려왔다.
트레이드 데드라인 당시 별다른 보강이 없었던 휴스턴은 9월 1일 벌랜더를 영입했다.
벌랜더는 2011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이며 다르빗슈 역시 2013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오른 '거물'들이다. 하지만 두 명 모두 올시즌에는 예년 같은 압도적인 모습은 선보이지 못했다.
벌랜더는 디트로이트에서 28경기 선발 등판, 10승 8패 평균자책점 3.82에 만족했다. 팀 성적이 좋지 않기도 했지만 평균자책점에서 보듯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지는 못했다. 다르빗슈 또한 텍사스에서 6승 9패 평균자책점 4.01에 그쳤다.
이적 후에는 두 명 모두 어느 정도 팀의 기대에 부응했다. 특히 벌랜더의 경우 휴스턴으로 이적한 뒤에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예전 '벌괴'라는 별명이 떠오를 만한 모습이었다. 5경기에 등판해 5승 무패 평균자책점 1.06을 기록했다. 다르빗슈도 다저스 이적 후 9경기에 나서 4승 3패 평균자책점 3.44를 마크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이들의 활약은 이어졌다. 벌랜더는 챔피언십시리즈 MVP에 오르는 등 압도적인 투구를 이어갔으며 다르빗슈도 텍사스에서의 포스트시즌 부진을 씻고 호투했다. 디비전시리즈에서는 5이닝 2피안타 7탈삼진 1실점, 챔피언십시리즈에서는 6⅓이닝 6피안타 7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월드시리즈에서 이들의 희비는 극명히 엇갈렸다. 결론적으로 두 명 모두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투구내용은 극과 극이었다. 벌랜더는 2차전에서 6이닝 2피안타 5탈삼진 2볼넷 3실점, 6차전에서는 6이닝 3피안타 9탈삼진 1사사구 2실점을 남겼다.
2차전에서는 휴스턴이 연장 혈투 끝에 승리했으며 6차전 패배 역시 벌랜더보다는 타자들의 침묵 영향이 컸다. 무엇보다도 벌랜더는 자신이 맡아야 할 이닝을 소화하며 코칭스태프의 구상을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벌랜더가 나섰던 2경기 모두 끝까지 승부의 향방을 알 수 없었다.
다르빗슈는 달랐다. 다르빗슈는 3차전에서 1⅔이닝 6피안타 1볼넷 4실점에 그쳤다. 후속투수들이 무실점 투구를 펼쳤지만 초반 점수차가 크게 벌어진 탓에 다저스는 3차전을 내줘야만 했다.
이어 월드시리즈 우승팀이 가려지는 7차전에 다시 한 번 기회를 얻었지만 결과는 1⅔이닝 3피안타 1볼넷 5실점(4자책)이었다. 다르빗슈 뒤에 모든 투수들이 대기하고 있었지만 조지 스프링어에게 결정적 홈런을 맞으며 순식간에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으로 변했다.
투수교체 템포가 빠른 데이브 로버츠 감독 뿐만 아니라 다른 누구라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실점 숫자였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향한 승부수였던 벌랜더와 다르빗슈 영입. 챔피언십시리즈까지만 해도 이들의 선택은 양 쪽 모두 틀리지 않은 듯 했지만 월드시리즈에 들어서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낳았다.
[저스틴 벌랜더(왼쪽)와 다르빗슈 유. 사진=AFPBBNEWS]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