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김종국 기자]분데스리가 레전드에 선정된 차범근 전 감독이 침체기의 한국축구가 독일 축구의 교훈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뜻을 나타냈다.
차범근 감독은 2일 오전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분데스리가 레전드투어 기자회견에 참석해 독일 축구와 비교해 현재 한국축구의 상황에 대한 견해를 전했다. 차범근 감독은 1979년 분데스리가 입성 후 프랑크푸르트와 레버쿠젠에서 유럽축구연맹(UEFA)컵 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프랑크푸르트에서 122경기 46골을 기록했고 레버쿠젠에선 185경기서 52골을 터트린 차범근 감독은 분데스리가 사무국으로부터 레전드로 선정됐다.
차범근 감독은 "65년을 살아오면서 가장 잘한 결정은 40여년 전에 겁없이 분데스리가에 도전한 것이다. 전재산이었던 아파트 한채를 팔아 독일 생활 비용을 마련했다. 1년 동안 죽어라고 뛰었다. 그 당시 분데스리가는 월드컵 영화나 티비에서만 보던 게르트 뮐러, 바켄바우어 등이 있었다. 나 같은 아시아 선수가 분데스리가서 활약하는 것과 돈과 명예를 얻겠다고 기대할 수도 없는 높은 곳에 있었다. 그래도 매주 월요일 밤만 되면 분데스리가 중계를 보며 두려움보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분데스리가는 나의 고향 같은 곳"이라며 분데스리가에 도전했던 시절을 회상했다.
차범근 감독은 현재 위기에 빠져있는 한국축구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차범근 감독은 유로 2000전후로 침체기에 빠져있던 독일 축구가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우승한 것을 예를 들며 "한국축구가 어렵고 위기다. 축구선수가 되겠다는 어린이들은 줄어들고 있고 팬들 역시 관심을 거두고 있다. 월드컵 9회 연속 출전 티켓을 얻었지만 상황은 좋아지지 않고 있다"며 "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 열렸던 유로2000에서 중도 탈락했을 때의 독일도 그랬다. 당시 독일 축구의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여기저기서 들었다. 유로2000 조별리그 탈락으로 불안이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선수권대회서 하차한 그날밤 독일 대표팀 숙소에 있었고 답답하고 걱정스러웠던 밤이었다. 20년이 채 되지 않은 지금 독일은 월드컵 우승은 물론이고 각종 대회와 연령별 대회에서 성적을 거두며 세계축구의 리더가 됐다"고 덧붙였다.
차범근 감독은 "독일 대표팀 뿐만 아니라 분데스리가는 평균관중 4만5천명을 기록하고 있다. 평균 관중 3만여명의 프리미어리그나 유럽 각국 리그와 비교되지 않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슈퍼스타를 영입하기 보단 체계적인 관리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하다. 우리나라도 아시아 최강의 위용을 찾아 당당함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라며 "수원 감독 시절에서 서울과 경기를 하면 그 장소가 어디든 관중석에는 빈 곳이 없었고 선수들의 발꿈치 절로 움직였다. 우리나라 축구가 발전할 계기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아쉽지만 현실로 돌아와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해야 한다. 축구협회와 축구인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00년의 독일처럼 필연적으로 변화해야 하고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독일이 2000년의 아픔을 딛고 전성기를 가져온 것 처럼 우리도 그런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는 차범근 감독은 "독일 축구도 2000년 유럽선수권대회 예선 탈락을 하면서 정말 대단한 진통을 겪었고 그 현장에 나도 있었다. 그들은 많은 토론 후에 어떤 결과물을 얻어서 오늘의 자리를 만들 수 있었다"고 전했다.
차범근 감독은 유소년 육성 뿐만 아니라 지도자 발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지도자 육성에 대해 "언제까지 히딩크 감독을 그리워하고 외국인 감독이 와야한다고 생각해야 하는가"라며 "독일처럼 완벽한 지도자를 키우기 어렵지만 우수한 지도자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 한국에서 보면 여러 많은 지도자들 가운데 꼭 축구를 잘하지 않았어도 좋은 지도자를 꿈꾸고 희망하는 지도자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독일 축구가 어려움을 겪고 나서 지금자리로 올라서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무명의 선수 독일 친구 뢰브가 지도자를 하면서 거두고 있는 성과는 우리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종국 기자 calcio@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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