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공주 최창환 기자] ‘국민타자’ 이승엽이 현역에서 은퇴한 후 처음으로 공식적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승엽은 3일 공주시립박찬호야구장에서 진행된 ‘제17회 박찬호기 전국초등학교야구대회 개회식’에 참석, 유망주들과 호흡했다.
이승엽은 유망주들에게 “은퇴 후 첫 자리에 불러준 박찬호 선배, 공주시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 이 시간에 어린 선수들은 야구 공부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면 한다. 부상 당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박찬호 선배처럼 훌륭한 선수로 성장하길 바란다”라며 격려했다.
이날은 이승엽이 지난달 3일 넥센 히어로즈를 상대로 은퇴경기를 치른 이후 정확히 한 달째 되는 날이었다. 이승엽은 그간 누리지 못한 소소한 행복을 즐긴 와중에도 향후 거취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해왔다.
“바쁘게 지냈다. 쓸데없이 바쁘더라(웃음)”라며 근황을 전한 이승엽은 “당장은 해설위원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공부(연수)를 다녀오는 것도 고려하고 있는데, 조금 더 신중히 생각해본 후 진로에 대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은퇴 후 정확히 한 달이 지났다. 어떻게 지냈나?
“바쁘게 지냈다. 지인들 만나고, 골프도 치고…. 쓸데없이 바쁘더라(웃음) 정신없이 한 달이 지나간 것 같다.”
-이제 야구를 하지 않는다는 게 실감이 나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예년에도 이 시기는 쉬는 기간이었다. 1~2월에 캠프를 못 가니 그때가 되면 (야구)생각이 많이 날 것 같다.”
-아들과 시간을 많이 보낼 것 같다.
“함께 농구도 하고, 탁구도 쳤다.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기도 했다. 저녁에는 약속이 잡혀서 잘해주지 못하지만, 그래도 시즌 때보단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 나도 좋다. 야구보다 소중한 건 가족이다.”
-행사에 참석하게 된 계기는?
“(박)찬호 형과의 친분 때문이었다. 나 역시 재단을 준비하는 입장인 만큼, 공부도 될 것 같았다. 공주는 처음 와봤다.”
-은퇴 후 첫 행보가 꿈나무대회 참석이라 의미가 큰 것 같다.
“그렇다. 나도 저 아이들과 같은 어린 시절이 있었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돼 올 수 있었다.”
-꿈나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프로는 1등만 존재하는 곳이지만, 아마는 그 발판을 마련하는 곳이다. 최고보단 최선을 당부하고 싶다. 지금이 전부가 아니다. 지금 야구를 잘하는 건 순간의 행복일 뿐이다. 꼭 프로선수가 되는 게 아니라도 사회에서 최고가 될 수 있도록 준비했으면 한다. 사실 아이들보단 학부모나 지도자들에게 당장의 성적에 연연하지 말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아이를 잘 키워서 보내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나도 어릴 때 ‘지면 안 된다’라는 생각으로 야구를 했지만, 지나고 보니 그건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다. 아이들은 동료와의 협동심, 성장에 포커스를 맞춰서 야구에 임했으면 한다.”
-향후 진로에 대해 결정했나?
“아직 고민 중이다. 공부(연수)를 하러 다녀올지, 한국에서 쉬면서 직업을 찾아봐야 하는지 생각하고 있다. 가족들과 상의 중이다. ‘잘한 선택’이라는 얘기를 듣기 위해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은퇴 후)한 달이면 결정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안 되더라. 아예 1년 쉴 생각도 하고 있다.”
-은퇴 당시는 해설위원도 고심 중이라고 했는데?
“해설은 안 하기로 결정했다. 야구계에 몸담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해설로는 최고가 될 자신이 없다. 전문적인 위원도 아니고, 준비가 안 된 상태로 가면 방송사에 결례다. 또한 야구를 보고 듣는 팬들에게도 해선 안 될 일이다. 물론 언젠가는 (해설위원을)할 수도 있다. 다만, 당장은 하지 않겠다고 결론 내렸다. 한때 99% 마음이 기울기도 했지만, 준비가 덜 됐다. 공부를 더 해야 한다.”
-은퇴 후 진로에 대해 박찬호가 조언도 해줬을 것 같은데?
“공부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하셨다. 하지만 한국을 떠나면 최소 1년은 다녀와야 하는데, 가족들과 함께 가야 한다. 이제는 가족들도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라 굉장히 고심하고 있다. 물론 야구계에서 찾아주고, 일정상 여유가 있으면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최근 끝난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를 봤나?
“재밌게 경기를 하더라. 역시 프로는 끝까지 살아남아서 경기를 해야 한다. 사실 이외의 8팀은 내년을 준비해야 하는데, 프로로서 그건 정말 비참한 일이다. 삼성 출신인 만큼, 삼성 후배들이 분하다는 마음으로 시즌을 준비했으면 한다. 2018년에는 트렌드에 맞게 미친 듯이 뛰어줬으면 한다.”
-돌아보면, 2015년 한국시리즈가 마지막 ‘가을야구’가 됐다.
“그땐 마지막이 될 줄 전혀 예상 못했다. 더 좋은 여건(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이 조성됐는데 2년 동안 9위에 그쳤다. 더 잘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갖고 있던 팬들에게 죄송하다. 프로는 결과로 말한다. 고참인 만큼, 나도 팀의 부진에 대해 책임을 갖고 있다. 다만, 은퇴 시기는 잘 정했던 것 같다. 계속 뛰었다면, 후배들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존재가 될 수도 있었다.”
-최근 들어 SNS를 시작했던데?
“방송을 안 나가니까 SNS로 조금씩 소통하는 것 정도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현역 때는 해서 좋을 게 없어서 안 했다. 나도 안 해도 될 말을 해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선수 때는 그런 면에서 언행을 더 조심해야 한다. 이제는 현역이 아니니까 잘못하면 나만 다치면 된다. 선수 때는 내 행동이 팀에 피해를 끼칠 수 있었다.”
-올 해 안에는 거취를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싶은 일은 몇 가지 있는데, 그것도 서로 원해야 되는 것 아니겠나. 더 신중하게 생각해보겠다.”
[이승엽. 사진 = 공주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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