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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42·조윤석)은 귤과 음반을 패키지로 만들어 홈쇼핑에서 팔았다. 귤과 음반을 묶은 것도 재미있었는데, 유통 채널이 홈쇼핑이었다.
이번엔 책과 음반을 하나로 연결시켰다. 그리고 서점에서 판다. 루시드폴은 글과 음악을 하나로 연결시켰고, 책 안에 음악이 담긴 CD를 담았다. 이에 대해서 루시드폴은 간단하게 '루시드폴 8집 앨범'으로 봐달라고 했다.
'음악 농부' 루시드폴은 앨범 형식에 대한 고민이 컸다고 했다. 과거 카세트 테이프를 지나 CD의 시대가 왔을 때 루시드폴은 '꿈의 매체'라고 생각했다. 반복해서 들으면 늘어지고, 정확한 구간 반복이 어려운 카세트 테이프에 비해 CD는 거의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가 다시 또 변했다. MP3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음악사이트 스트리밍을 통해 새 음악을 접하는 때가 도래했다.
"어느 시점부터 CD가 애물단지가 되는 거 같더라고요. 집에 CD플레이어가 없는 분도 많으시잖아요. 노트북에도 없고요. 그럼 음질은 어떠냐 하면, 최근 개발된 고음질 음원보다 CD가 안 좋아요. 음질에서 경쟁력이 있는 거 같진 않고. 여기에 고민과 딜레마가 컸어요. 음악을 만드는 입장에서 내가 좋아야 다른 분들에게 '사주세요' 할 텐데 그 마음이 옅어졌죠. 지난 6집 때는 USB로도 음반을 만들어 봤었고, 지난 번엔 책과 귤을 패키지로 만들었어요."
책과 귤을 묶게 된 건 폴에게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결혼한 폴은 지난해 제주도에서 신접살림을 차리고, 귤 농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 7집에 담은 것은 폴의 삶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 음악, 그리고 귤이었다.
이번엔 책을 썼다. 음반을 만드는 과정들과 삶의 소소한 감정들을 글로 표현했다. 이는 음악과 시너지를 냈다. 글은 음악이 됐고, 음악은 글이 됐다.
"제가 할 수 있는 거 무엇이든 다 담아서 물리적인 앨범을 만들고 싶었어요. CD를 사시면 북 클립이나, 크레딧 정도가 들어있는데 이번 제 앨범은 확대된 북 클립으로 받아주시면 좋겠어요. 이전의 CD는 그 안에 뭘 많이 넣고 싶어도 넣을 수가 없어요. 그런 한계에 대해서 자유롭고 싶었죠. 가사를 쓰게 된 배경부터 고마운 사람들. 구체적으로 어떤 공간에서 어떻게 녹음을 했고, 그 당시 어떤 마음이었는지 다 담겨 있어요."
이렇게 다양한 꼴로 음반을 내는 루시드폴은 최근 가요계를 달궜던 그룹 빅뱅 지드래곤의 USB 앨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당시 지드래곤의 솔로 앨범은 USB로 발매됐는데, 그 안엔 실체적인 음악 대신 음악과 여러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사이트 접근 코드가 담겨 있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폴은 "뮤지션이라면 충분히 이해 가능한 방식"이라며 "대중 음악 하는 사람이라면 우리나라뿐 아니라 2017년을 살고 있는 대중 음악가라면 아마 모든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을 거 같다"고 했다.
"'음반은 뭘까? 앞으로 음악시장은 어떻게 될까? 손에 들고, 쥘 수 있는 음반이라는 게 의미가 있는 걸까. 음악은 사는 걸까? 공유하는 걸까?' 하는 것들요. 제 짧은 소견으로 지드래곤이 USB 음반을 낸 건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편이이에요. 사실 어떻게 보면 음악이란 거 자체가 형태가 없죠. 어떤 물성을 가진 음반이 나왔다가 사라져 가고 그런 흐름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진화하고 있는 거 같아요."
루시드폴의 다음 앨범은 어떤 모습일까. "귤 말고는 한계가 있어요"라고 미소 지은 폴은 "참신한 것 새로운 것을 떠나서 저라는 사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일을 창작의 범위 내에서 고민하고 있다"라고 했다.
[사진 = 안테나뮤직 제공]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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