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이동휘처럼 맛깔나게 대사를 소화하는 배우가 또 있을까. 신작 '부라더'에서도 그 진가를 발휘했다. 극 중 석봉 역의 마동석 동생 주봉 캐릭터를 맞춤옷을 입은 듯 흡수했다.
찰떡같은 소화력에 애드리브인지, 연기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다. 이는 이동휘가 철저하게 대본 분석과 캐릭터 연구를 바탕으로 만든 결과물. 작품에 대한 끝없는 고민이 그 비결이었다. 진중하게 접근하는 자세가 인상적이었다.
"현장에서 갑자기 연기를 꾸민 적은 별로 없어요. 보고 느낀 걸 말하는 것 말고는 늘 준비가 된 상태로 현장에 가요. 즉흥 연기처럼 보이는 건 지금까지 만난 감독님들과 잘 통한 덕분인 것 같아요. 캐릭터에 잘 녹아들 수 있게 저만이 할 수 있는 표현법을 원하셨어요. 제 특성을 잘 살려주셨어요."
'부라더'는 장유정 감독의 창작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동휘는 첫 주연작, 원작에 대한 부담감을 떨치고 주봉 캐릭터의 또 다른 매력을 엿보게 했다.
"공교롭게도 원작이 있는 작품을 여러 번 했어요. 항상 고민에 빠지는 게 남들이 했던 것을 얼마만큼 레퍼런스로 삼아서 연기할 것이냐예요. 다행히도 저만의 것으로 채우길 원해주셔서 원작 그대로 했던 적이 별로 없어요. 주봉 역시 저한테 집중해서 끄집어냈죠."
'부라더'가 코믹 영화이지만, 사실 주봉은 무거운 캐릭터다. 둘째로 태어나 늘 형에게 밀리며, 장남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진 인물이다. 때문에 형에게 버릇없이 막말을 일삼는다. 그럼에도 감정선을 섬세하게 드러내며 밉지 않게 표현해냈다.
"주봉이 코미디물에서 과연 어떤 웃음을 자아낼 수 있을까 고민이 많이 됐어요. 주봉은 재미없는 캐릭터인가 고민을 하다가 저는 진정성을 지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어요. 무게감 있는 사람이 망가질 때 나오는 재미가 있잖아요. 겁쟁이 면모 등 장치를 안 쪽에 숨겨 두고 터뜨리자는 생각이었어요. 형에게 쌓여왔던 것들을 폭발하고 답답해하는 감정을 표출하는 과정에서 웃음을 드리려고 했어요. 또 주봉 역할은 전사(前事)가 대부분 생략돼 대사로 설명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어요. 관객분들이 보셨을 때 '석봉은 왜 저렇게 형을 미워하지?' 하는 의문이 안 들도록 주어진 시간 안에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컸어요. 그래서 더욱 더 진정성 있게 다가가야 겠다는 마음이었죠."
그의 남다른 관찰력도 '부라더'의 재미에 한몫했다. 마동석의 신체조건이 갖는 특이점(?)을 캐치해 웃음 폭탄 신을 완성했다. 극 중 석봉의 팔을 발로 착각하거나 옆으로 누웠을 때 '머리가 안 닿네' 하는 주봉의 반응은 이동휘의 실제 리액션이었다.
"애드리브라기보다는 마동석 형을 보고 느낀 그대로 말한 것이었어요(웃음). 재미를 주기 위한 어떤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사람이 옆으로 누웠을 때 바닥에 머리가 닿지 않는 광경은 처음이었거든요. 마동석 형이 편안하게 대해주셔서 제가 잘 스며든 것 같아요. 무척 감사드려요."
"'응답하라 1988'로 정말 너무나 큰 사랑을 받았는데 어떤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천천히 가고 싶어요. 인생이 마음처럼 계획대로 흘러가진 않잖아요. 캐릭터보다는 작품, 글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역할의 크기와 상관없이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싶어요."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영화 '부라더' 스틸]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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