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KBO 토종좌완 경쟁구도가 흥미롭다.
양현종에겐 최고의 2017년이다. KBO 최초 정규시즌 MVP와 한국시리즈 MVP를 동시에 석권했다. 정규시즌 20승6패 평균자책점 3.44에 한국시리즈 2차전 완봉승과 5차전 세이브까지. 생애 첫 경험이었고, KIA에도, 양현종에게도 특별했다.
양현종의 '더블 MVP'는 무엇을 의미할까. KBO 토종 좌완투수 넘버 원 등극을 의미한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올 시즌 KBO서 양현종보다 뛰어난 성적, 임팩트를 보여준 토종 왼손투수는 없었다. 이젠 양현종이 KBO 토종좌완 경쟁구도서 주도권을 잡았다.
양현종은 2007년에 데뷔했다. 2009년 12승, 2010년 16승으로 잠재력을 터트렸다. 그러나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17승에 그쳤다. 엄밀히 볼 때 이때까지 KIA 에이스는 윤석민이었다. 양현종은 팀내 투수 2인자 이미지였다.
이 시기까지 KBO 토종 좌완경쟁은 류현진(LA 다저스)과 김광현(SK)이 양분했다. 그리고 꾸준함을 앞세운 장원준(당시 롯데)과 다크호스로 떠오른 차우찬(당시 삼성)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류현진이 메이저리그로 떠났고, 김광현도 2011년~2012년에 주춤했다. 장원준도 2012년~2013년에는 경찰청에서 군 복무했다.
양현종이 이 시기에 본격적으로 튀어 올랐다. 2013년에 9승에 그쳤지만, 평균자책점 3.10을 찍으며 재기를 알렸다. 그리고 2014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에 세 차례 15승 이상 따냈다. 최근 3년 연속 3점대 이하 평균자책점을 찍으면서 팀은 물론, KBO 좌완경쟁서도 선두권으로 올라섰다. 올 시즌에는 생애 첫 20승에 더블 MVP까지 해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후반기에 체력이 떨어지며 퍼포먼스가 떨어지는 치명적 약점이 있었다. 타자들을 압도하다가도 기복 있는 투구도 했다. 그러나 작년과 올해는 확연히 달랐다. 시즌을 치르면서 고비는 있었지만, 거의 타자들을 압도하는 투구를 했다. 단순히 강속구로 압도하는 레벨에서 경기 상황, 상대 타순에 따라 자유자재로 완급조절을 하는 레벨로 진화했다는 평가다.
장원준이 2015년과 2016년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끌었다. 양현종도 올해 KIA를 통합우승으로 이끌며 에이스 역량을 과시했다. 김광현이 팔꿈치 수술과 재활로 올 시즌 통째로 쉬면서 올 시즌 KBO 토종좌완 경쟁구도는 양현종 대 장원준이었다. 장원준도 좋은 투수다. 그러나 올 시즌만큼은 양현종의 판정승이다. 한국시리즈 2차전 맞대결서도 우세승이었다.
양현종은 지난해 처음으로 FA 자격을 얻었다. 1년 계약 조건으로 KIA에 남았다. 이변이 없는 한 다시 FA 자격을 얻을 때까지 KIA에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 KBO 최고의 좌완투수로서 경쟁자들의 도전을 받아들여야 할 입장이다.
장원준은 특유의 꾸준함을 앞세워 계속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한다. 류중일 감독을 다시 만난 차우찬도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내년에는 김광현이 공백을 딛고 컴백한다. 이들의 활약이 양현종에게도 긍정적인 자극이 될 수 있다. 양현종도 자극 속에서 발전을 도모했고, 여기까지 왔다.
KBO 토종좌완 경쟁구도가 흥미롭다. 사실상 1인자가 된 양현종이 2018시즌에는 또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까. 이미 많은 걸 보여줬지만, 아직도 보여줄 게 많다. 그는 내년이면 겨우 만 서른이다.
[양현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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