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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자기 전에도 포스트플레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한다."
KB 박지수가 데뷔 두 번째 시즌에 WKBL을 평정하고 있다. 4경기서 평균 38분52초간 뛰면서 16점(9위), 14.3리바운드(1위), 3.0블록(1위), 3.8어시스트(6위)를 찍었다. WKBL이 산정하는 공헌도도 158.25점으로 1위.
스탯만 봐도 어지간한 외국선수보다 낫다. KB 개막 4연승 일등공신이자 부동의 에이스. 스트레치 빅맨 다미리스 단타스의 합류가 KB 전력을 살 찌운 건 맞다. 하지만, KB 공수시스템을 들여다보면 핵심은 박지수다.
데뷔 첫 시즌에도 위력적이었다. 제공권, 세로수비, 패스센스 등에서 엄청난 잠재력을 뽐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강력해진다. 한 농구관계자는 "특급센터라는 표현도 부족하다. 여자농구에서 이렇게 단기간에 쭉쭉 성장한 케이스가 있었나. 괴물로 진화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부족했던 두 가지 부분을 채워나가고 있다. 첫 번째는 신체 밸런스다. 시즌 초반 박지수의 플레이에 외국선수들과의 골밑 몸싸움에서 쉽게 밀려나지 않는 게 가장 눈에 띈다. 신체 밸런스가 좋아졌다.
박지수는 "몸 밸런스가 좋아진 걸 느낀다. 발목이 완전하지 않아서 밸런스 운동을 꾸준히 하는데, 지난 시즌보다 더 많이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물론 파워가 눈에 띄게 향상된 건 아니다. 그러나 안덕수 감독은 "골밑에서 힘을 쓰는 요령이 좋아졌다"라고 말했다.
첫 시즌만해도 골밑에서 힘 좋은 빅맨과의 몸싸움을 힘겨워했다. 자신보다 신장이 작아도 힘이 좋은 양지희(은퇴)와의 1대1를 버거워했던 이유다. 이젠 다르다. 밸런스가 좋아지면서 골밑에서 몸싸움을 적극적으로 한다. 파워를 갖춘 외국선수에게도 쉽게 밀리지 않는다.
몸싸움 능력이 좋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골밑 1대1 공격의 파괴력이 향상됐다. 물론 기술적 준비가 동반됐다. 박지수는 "첫 시즌보다 포스트플레이 연습을 많이 한다. 코치님들이 골밑에서 자신 있게 1대1을 하라고 한다. 자꾸 부딪혀봐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공을 받고 한 번에 골밑에 들어가는 연습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전설의 센터였던 신한은행 정선민 코치는 수 차례 "지수가 더 좋은 선수가 되려면 1대1 기술을 더 키워야 한다. 패스를 잘 하는 것도 좋지만, 직접 1대1를 통해 골을 넣어야 상대에 더욱 위협적이다"라고 밝혔다.
박지수는 정 코치의 말대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포스트업을 해도 뻣뻣한 느낌이 있었다. 올 시즌에는 그렇지 않다. 1대1로 만드는 득점 비중이 점점 높아진다. 포스트업 이후 기민한 풋워크와 페이크를 통해 레이업 슛을 올려놓거나, 순간적으로 공간을 만든 뒤 점퍼로 마무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대표적인 장면이 4일 신한은행과의 1차연장 종료 2.8초전 동점 득점이었다. KB는 73-75로 뒤졌다. 박지수는 6.7초를 남기고 왼쪽 하이포스트에서 김보미의 패스를 받았다. 곽주영을 상대로 포스트업을 했다. 침착하게 오른쪽으로 돌아서면서 골밑으로 치고 들어갔다. 그리고 곽주영의 점프를 피해 백보드를 맞춰 골밑 득점을 올렸다. 밸런스와 기술의 향상이 일궈낸 천금의 득점. 박지수는 "샷 클락을 보면서 움직였다. 무조건 넣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라고 말했다. 여유까지 생겼다.
중거리슛도 한층 좋아졌다. 백보드를 맞춰서도 넣는다. 물론 기본적으로 단타스가 외곽에서 움직이는 걸 선호한다. 박지수가 로포스트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단타스가 골밑으로 들어가고 박지수가 하이포스트로 나올 때가 종종 있다.
수비수가 떨어질 때 기습적으로 던지는 슛 적중률이 괜찮다. 이젠 수비수가 박지수의 중거리슛까지 체크해야 한다. 박지수는 "코치님들이 슛 타이밍에는 자신 있게 던지라고 한다. 단타스가 골밑에 있으니 안도감이 든다"라고 말했다.
타고난 하드웨어에 본인의 남다른 노력, 주변의 도움까지. 박지수가 괴물로 진화하고 있다. 발전에 대한 의욕이 넘친다. 박지수는 "자기 전까지 포스트플레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박지수.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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