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그 때 생각이 많이 납니다.”
지난 2011년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준우승 주역들이 나라를 위해 다시 뭉쳤다.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오는 16일부터 나흘 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 참가한다. APBC는 24세 이하 또는 프로 입단 3년차 이하의 선수가 참가하는 대회로, 한국-일본-대만 3국이 유망주를 발굴하자는 취지로 올해 1월 개최에 합의했다.
24세 이하라는 나이 제한에 따라 6년 전 고등학교에서 이름을 날리며 청소년대표로 활약했던 선수들이 다수 엔트리에 합류했다. 박민우, 이민호, 김성욱(이상 NC), 구자욱(삼성), 하주석(한화), 류지혁(두산) 등 93년생 동갑내기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
6년 전 짧은 머리를 한 꿈 많은 고등학생에 불과했던 이들은 현재 프로팀의 주축 전력으로 자리매김했다. 박민우는 3년 연속 3할 타율과 함께 올해 타격 3위에 올랐고, 이번 대표팀 주장 구자욱은 2015시즌 신인왕, 3년 연속 3할 타율로 대구의 인기 스타가 됐다. 그 밖에 이민호는 NC의 필승조 일원으로 도약했고, 하주석, 류지혁, 김성욱 등도 각 소속팀 야수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대회를 향한 훈련에 한창인 박민우는 “친한 선수들이 많아서 재미있게 훈련하고 있다. 확실히 또래끼리 모여 심리적으로 편하고 웃으면서 지낼 수 있는 것 같다”라고 다시 친구들과 함께하게 된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박민우는 6년 전 ‘그 날’을 떠올렸다. 청소년대표팀은 지난 2011년 9월 1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제9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일본을 만나 1-6으로 맥없이 무너졌다. 상대 선발투수 요시나가 겐타로에게 꽁꽁 묶인 결과였다. 요시나가는 9이닝 1피안타 13탈삼진 1실점 135구 역투로 완투승을 거뒀다. 당시 박민우는 도루상을 받았고, 류지혁은 대회 올스타 3루수에 선정됐다.
박민우는 “아무래도 고등학교 때 같이했던 선수들이 많아 그 때 생각이 많이 난다”라고 운을 떼며 “결승전에서 일본에 너무 맥없이 패했다. 요시나가에게 13탈삼진을 당하며 1안타로 묶였다”라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공교롭게도 한국의 APBC 첫 상대는 숙적 일본이다. 최소 1승 1패는 거둬야 결승 진출을 바라볼 수 있어 첫 경기가 상당히 중요한 상황. 게다가 상대는 6년 전 이들에게 굴욕패를 안긴 일본이다. 아쉽게 요시나가는 대학 진학 후 부상을 당해 프로 진출에 실패하며 이번 대회에 나서지 않지만 당시 맞붙었던 몇몇 선수들이 그대로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그래서일까. APBC에 나서는 박민우의 각오는 더욱 비장했다. 그는 “태극마크는 영광의 마크다. 스스로 자랑스럽고 뿌듯한 기분이 든다”라며 “국제대회는 과정이 어떻든 무조건 이기는 게 중요하다. 이길 수만 있다면 더 뛰어야 하고 더 몸을 날려야 한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박민우는 끝으로 “일본전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승리하는 게 우선이다. 아쉬움이 컸던 만큼 더욱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일본전 필승을 다짐했다.
[2012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한 박민우(좌)와 하주석(첫 번째), 2011년 청소년야구대표팀(두 번째), APBC 대표팀에 승선한 구자욱(좌)과 박민우(세 번째). 사진 = 마이데일리 DB, 대한야구협회 제공]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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