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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영화 '부라더'가 마블 히어로물 '토르: 라그나로크'의 공세에도 10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두며 흥행 순항 중이다. 박스오피스 1, 2위를 엎치락뒤치락하며 한국영화의 힘을 발휘한 바 있다.
'부라더'는 장유정 감독의 숙원사업이었다. 자신의 창작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를 영화 '부라더'로 재탄생시키기까지 무려 7년여 동안 심혈을 기울였다.
"뮤지컬 대본을 영화 시나리오로 각색하는 과정이 너무나 오래 걸렸어요. 지방 촬영의 장소를 찾고 섭외하는 것도 쉽지 않았죠. 하지만 이 긴 시간들은 저를 탄탄히 다질 수 있는 세월이었어요. 힘들었지만 꼭 필요한 시간이었죠."
여러 차례 각색 과정을 통해 시나리오를 보강했다. 디테일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야말로 한 땀 한 땀 수정 작업을 거쳤다.
"고쳐야 할 부분을 작은 포스트잇에 적어 집에 있는 커다란 컴퓨터 모니터 테두리에 붙여놨어요. 정말 빼곡하게 붙어 있었죠(웃음). 하나씩 하나씩 수정하면서 또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포스트잇을 추가로 붙이기도 하고 이러한 작업이 반복의 연속이었어요. 지금도 컴퓨터를 보면 포스트잇이 붙어 있는 것처럼 헛것이 보일 정도예요. 크랭크 인 직전까지 매일 붙어 있었거든요. 작품의 퀄리티를 높이려고 한 대학교의 연극영화과를 찾아가 시나리오 리딩도 진행했었어요. 똑같은 캐릭터도 다들 다르게 표현하더라고요. 이들 중에서 실제로 캐스팅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공들여 완성한 '부라더'는 뮤지컬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뼈대 있는 가문의 진상 형제 석봉(마동석)·주봉(이동휘)이 멘탈까지 묘한 여인 오로라(이하늬)를 만나면서 100년간 봉인된 비밀을 밝힌다는 내용을 그린다. 단순한 웃음 유발을 넘어 전통적 가부장제 문화를 꼬집는 뼈 있는 메시지까지 담겨 있다. 그러면서도 결혼이란 제도를 마냥 비관적으로 바라보진 않는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젊은 세대인 미봉 부부(조우진·송상은)의 에피소드로 산뜻한 미소를 선사한다.
종갓집 문화를 생생하게 담을 수 있었던 건 실제로 장유정 감독의 외조모가 종갓집 며느리이기 때문.
"외할머니께서 종갓집에 시집을 가셔서 제가 그 문화에 대해 다 알 수밖에 없어요. 할머니께서 얼마나 고생을 하셨냐면, 저희 어머니가 명절 때 저도 외갓집을 못 가게 할 정도였어요. 일거리 는다고 명절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갔던 기억이 나요. 당시 저는 어리다 보니까 남의 일처럼 불구경하듯 바라봤어요."
현실감 넘치는 종택의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몇 년에 걸쳐 전국 팔도를 누비기도. 그 덕분에 장유정 감독은 500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안동의 퇴계 태실(퇴계 이황 선생 출생지)과 의성 김씨 종택에서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다.
보물 제450호로 지정된 의성 김씨 종택은 전통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한몫했다. 또한 경상북도 민속문화재 제60호로 지정된 퇴계 태실은 '부라더'에서 최초로 촬영을 진행해 그 의미가 더욱 뜻깊다.
이에 장유정 감독은 안동에서 특별 시사회를 열고, 지난 추석 때 직접 안동을 찾아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로케이션 촬영 장소를 찾는데 혈안이 돼 있었는데 여러 차례 문을 두드린 끝에 감사하게도 최적의 장소를 촬영 허가받았다. 큰 도움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부라더'는 거창한 메시지를 말하는 게 아니에요. 가깝지만 먼, 가족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고 돌아보는 계기를 주는 영화에요. 우리 엄마, 아빠도 누군가의 딸이고 아들이고 애인이었다는 걸 새삼 일깨워주고요. 영화를 보시고 부모님과 전화통화를 시도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메가박스플러스엠]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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