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이용승(38) 감독은 전작 ‘10분’ 시나리오 개발 단계에서 극중 인물과 비슷한 느낌의 배우가 떠오르지 않아 동물에 비유했다. 각각의 특성에 맞게 말, 고양이, 암사자, 너구리 등으로 캐릭터를 표현했다. 그렇다면 ‘7호실’의 DVD방 사장 두식(신하균)과 알바생 태정(도경수)은 어떤 동물을 떠올렸을까.
“전혀 생각하지 않았어요(웃음). 제작사 명필름이 배우를 캐스팅했기 때문에 동물을 생각할 이유가 없었죠. 지금 떠오른 생각인데, 둘은 톰과 제리가 아닐까요. 벼랑 끝에 서 있는.”
‘7호실’은 서울의 망해가는 DVD방 7호실에 각자 생존이 걸린 비밀을 감추게 된 사장 두식(신하균)과 청년 태정(도경수), 꼬여가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두 남자의 열혈 생존극을 그린 블랙코미디다.
두식과 태정은 점점 막다른 골목에 몰린다. 경찰의 포위망이 좁혀오고, 도망갈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이 과정에서 각자의 비밀을 안고 몸싸움까지 벌인다. 둘 다 처절하기는 마찬가지다. 누가 손을 놓지 않고 벼랑 끝에 매달리게 될까.
“2012년 대학원 다닐 때, DVD방에서 잠깐 알바로 일한 적이 있어요. 사장님이 대리운전 나가는 시간에 일을 봐줬죠. 그 분도 극중 두식처럼 미신을 믿으셨어요. ‘10분’에서 사무직 노동자 이야기를 했으니까, 이번엔 자영업자 삶을 그려보자고 생각했어요. 마침, 그 시절의 DVD방 사장님이 떠올랐죠.힘든 현실에서 자구책을 찾는 사람의 이야기에 끌렸어요.”
중학생 시절부터 ‘씨네필’로 살았던 그는 25살에 중앙대 영화과에 들어갔다. 34살 단국대 대학원을 졸업할 때 까지 10년간 학교에서 영화를 배웠다. 영화 작업이 너무 힘들어 그만두고, 한국영상자료원에 비정규직으로 취직했다. 사람의 앞일은 아무도 모르는 법. 졸업작품으로 찍은 ‘런던유학생 리차드’가 호평을 받자 다시 영화판으로 돌아와 ‘10분’을 찍었다. 평가가 좋아 기대를 했는데, 정작 3,400여명의 관객에 그쳤다. 실망하고 있을 무렵, 세계 각국의 영화제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행운이 찾아오면 어느새 불행이 깃들고, 안 좋은 일이 생겼다가도 느닷없이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행운과 불행의 반복. 그게 인생이었다.
“자연스럽게 제가 겪었던 인생의 행운과 불행이 ‘7호실’에 녹아들었어요. 너무 기대해도 안되고, 그렇다고 일찍 실망할 필요가 없었죠. 그래서 영화를 ‘열린 결말’로 마무리했어요. 두식과 태정에게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저도 궁금하거든요.”
11월 15일 개봉.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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