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일본 도쿄 이후광 기자] 선동열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이 운명의 한일전에서 독한 야구를 펼치겠다고 공언했다.
한국은 16일 오후 7시 일본 도쿄돔에서 일본과의 2017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망의 개막전을 치른다. 대표팀은 지난 14일 도쿄로 입국해 휴식을 가진 뒤 15일 오후 공식 훈련을 갖고 도쿄돔 적응에 나섰다. 약 2시간 30분의 훈련을 마친 선수들은 하나 같이 “다른 야구장과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라고 입을 모으며 순조로운 적응을 알렸다.
도쿄돔은 2년 전 한국이 이른바 ‘도쿄 대첩’을 이뤄낸 장소다. 한국은 2015년 11월 프리미어12 준결승전에서 일본을 만나 오타니 쇼헤이(니혼햄)에게 7회까지 1안타 무득점으로 꽁꽁 묶였지만 뒷심을 발휘하며 4-3 역전승을 거뒀다.
당시 투수코치였던 선 감독은 이제 어엿한 대표팀의 전임 감독이 됐다. 2년만의 재방문에 감회가 남다를 터. 선 감독은 “책임감이 코치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라면서도 “한일전을 반드시 이겨야한다는 마음은 그대로이다. 젊은 선수들이 즐기면서 제 기량을 십분 발휘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국전 설욕을 노리는 일본은 15승 투수 야부타 가즈키(히로시마)를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야부타는 우완 강속구 투수로 올 시즌 38경기 129이닝 15승 3패 3홀드 평균자책점 2.58로 활약했다. 이는 센트럴리그 승률 1위, 다승 2위에 해당하는 기록. “가장 좋은 투수를 한국전에 내겠다”라는 이나바 아츠노리 감독의 공언에 딱 맞는 선수다.
대표팀이 야부타를 상대로 연속안타를 때려내기란 쉽지 않다. 퀵모션까지 빨라 출루를 해도 좀처럼 스타트를 끊기 어렵다. 선 감독이 예측한 일본전 최대 득점은 3점 정도다. 그렇기에 주자가 출루하면 세밀한 작전을 통해 어떻게든 진루를 모색해야 한다.
다행히 이번 대표팀에는 박민우, 구자욱, 최원준, 이정후, 나경민 등 기동력이 우수한 선수들이 많다. 선 감독은 “일본 투수들의 퀵모션이 빠르고, 포수들은 송구가 좋지만 그게 두려워 뛰지 않는 건 맞지 않다. 그린라이트를 주면서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를 권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전 역시 중요하다. 1사 1루에서도 희생번트를 시킬 수 있다”라고 독한 야구를 선언했다.
아울러, 마운드에서도 선 감독표 독한 야구가 실현될 전망이다. 선 감독은 일본전 선발투수로 장현식(NC 다이노스)을 택했다. 일본의 기동력을 저지할 빠른 슬라이드 스탭과 두둑한 배짱을 높이 산 결과. 당연히 최상의 시나리오는 장현식이 최소 5이닝을 소화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어린 나이에 도쿄돔이 처음이라 변수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선 감독은 이러한 변수들을 대비해 경기 시작과 함께 불펜투수들이 몸을 풀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선발을 5, 6회까지 놔두면서 기회를 주고 싶지만 흔들리면 잘 던질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 없다. 승리를 위해선 냉정함이 필요하다”라는 게 선 감독의 속마음. 선 감독은 또한 이에 대비해 세 나라 중 가장 많은 12명의 투수를 엔트리에 집어넣었다. 선 감독은 “장현식을 못 믿는다는 개념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이 모든 구상은 선수들이 제 기량을 펼친다는 가정 하에 이뤄질 수 있다. 감독이 아무리 작전을 내도 선수들이 긴장하면 그만큼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선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긴장하지 않고 자신 있게 자기 실력을 뽐냈으면 좋겠다. 제 기량만 나온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라고 선수들을 독려했다.
[한국 야구대표팀(첫 번째), 선동열 감독(두 번째), 이정후(세 번째). 사진 = 일본 도쿄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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