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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심민현 기자] 배우 이이경은 유쾌하고 친절했다. 시종일관 웃는 얼굴과 활기찬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간 그는 처음 만났지만 마치 오랜 친구와 대화하는 듯한 편안함을 줬다.
17일 오후 서울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진행된 영화 '아기와 나' 관련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이경은 영화에 대한 애정과 더불어 자신에 대해 가감없이 들려줬다.
23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아기와 나'는 결혼을 앞두고 갑자기 사라진 여자친구를 쫓는 도일(이이경)의 드라마틱한 여정을 통해 미래가 막막한 '갓세대'(입학, 취업, 결혼 등 갓 사회로 진입하는 세대)의 현실적 고민을 대변한다. 제23회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 에밀기메상 수상,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 영화의 오늘 비전 부문에 공식 초청돼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이이경은 '아기와 나'를 촬영한 2년 전에는 아무것도 몰랐던 시절이라 걱정조차 안됐었다며 감독님과 현장에서 많은 대화를 하며 촬영을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모든 신을 제 중심으로 이끌어간 건 처음이었어요. 앞으로도 힘들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요. 그런 역할을 일찍 맡은 느낌도 있었죠. 그래서 감독님을 더 많이 의지했던 것 같아요. 막상 영화를 찍은 2년 전에는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 지금 영화를 보니까 조금 민망하네요."
이이경은 '아기와 나' 손태겸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더 인지도 높은 배우를 섭외할 수도 있었는데 자신에게 기회를 준 손 감독을 위해 더 열심히 촬영에 임했다고.
"극중 도일은 워낙 큰 롤을 가지고 있는 역할이에요. 제가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죠. 감독님도 분명 더 유명한 배우를 쓸 수 있었는데 왜 나를 선택하셨을까. 처음에는 의심도 들었어요. 감독님이 사전에 미리 저를 조사해서 캐릭터에 얹으셨다고 하더라고요. 이러니 제가 어떻게 열심히 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웃음)"
사실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되고, 아빠가 된다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일. 영화 속 도일이라는 캐릭터는 분명 이이경에게도 연기하기 어렵고, 부담이 많이 됐다.
"쉽지는 않았죠. 그래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지 말자. 그냥 실생활을 보여주자고요. '연기하고 있네' 그런 말 듣기가 싫었거든요. 그냥 도일의 생활 그 자체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감독님이 항상 전체적인 맥락을 잘 잡아주신 것도 도움이 많이 됐죠."
'아기와 나'는 주연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와 청춘의 아픔을 현실적으로 보여줘 호평을 받았지만 '고구마' 같이 답답한 엔딩 신으로 약간의 아쉬움을 남겼다. 이이경 역시 이 부분에 대한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다.
"저도 엔딩 신이 조금 더 확실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데 사실 많은 감정을 내포하고 있는 장면이거든요. 순영(정연주)이 중심이 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마지막에는 순영이에게 의지했어요. 연주 씨도 많이 부담이 됐을 거예요.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 모두 연주 씨를 따라서 가야겠다 생각했어요."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는 이이경. 영화 속 도일은 커다란 사건들을 계기로 점점 성숙해져가지만 현실의 자신은 아이 같은 순수함을 잃고 싶지 않다고 얘기했다.
"저는 어른이 되기 싫은 사람 중 한 명이에요.(웃음) 예전에 어떤 선배님이 '철들면 연기 못 한다' 그런 철학적인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그 말을 들은 후 어른이 되면 안 되는 것 같은 그런 두려움이 생긴 건지는 모르겠는데 그래서 조금 더 신선하고 호기심 있게 바라보고 싶어요. 다양한 일도 많이 도전하고 말이죠."
[사진 = KAFA/CGV아트하우스 제공]
심민현 기자 smerge14@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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