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23일 밤 방송된 SBS 새 수목드라마 '이판사판'(극본 서인 연출 이광영)에서 이정주(박은빈)은 사의현(연우진)이 '옷 벗어라'고 말하는 시그널을 알아 듣고 극적으로 강간범 김주형(배유람)에게서 벗어나 서류를 지켰다. 정주는 '서류를 태우든지 옷을 벗든지 하라'는 주형의 위협에 결국 서류를 태우는 척 하면서 라이터로 도발한 뒤 법복을 벗어 제압했다. 그 틈을 타 특공대가 출동해 주형을 잡았다.
지난 1회와 2회에서 보여줬던 개연성 없는 전개가 이번 3,4회에서 잡힐까 기대했지만 역시나 무리였다. 김주형이 어떻게 칼과 라이터를 손에 넣게 됐는지, 태도가 극도로 불량했던 강간범이 어떻게 포승줄도 없이 자유롭게 법정에 서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게다가 목에 칼을 겨눈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옷을 벗으라'는 의현의 말만 듣고 법복으로 범인을 제압했다는 것 역시 현실성이 떨어지며, 허무함만 남겼다.
법정 고증이 결여된 장면은 또 등장했다. 정주는 자신의 오빠인 최경호(지승현)가 교도소에서 김주형을 폭행한 혐의로 열린 재판에 몸 배석 판사로 참석하게 됐다. 통상, 형소법상 8촌 이내 친인척은 재판할 수 없다는 판사제척사유에 따라 정주는 경호의 재판에 참석할 수 없으나 정주는 별다른 절차 생략된 채 법정에 앉았다. 게다가 정주는 판결 중 경호에게 "가증스럽다"며 또 한번 격분하는데, 철저하게 이성적인 판단이 오가는 법정에서 어울리지 않는 처사였다.
'이판사판' 측은 개연성이 결여됐다며 논란이 됐던 22일 방송분에 대해 "정주가 법정에서 범인에게 협박당하는 부분은 다음 회에서 풀어내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했지만, 이번 방송에서 해당 논란이 잘 풀어졌는지 의문이 든다. 제작진과 출연진은 극중 설정을 위해 직접 재판을 참관하고 법원을 견학하면서 사소한 부분에도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신경 썼다"고도 했으나 이 역시 입증해 내지 못한 듯 하다.
'판사 장려 드라마'를 표방한다고 밝힌 '이판사판'은 판사의 실상과 애환을 현실적으로 그려내야 하지만, 판타지에 가깝다는 시청자들의 볼멘소리를 듣고 있다.
[사진 = SBS '이판사판' 방송화면 캡처]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