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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이 정도면 참을 수 없을 정도의 가벼움이다.
SBS 새 수목드라마 '이판사판'(극본 서인 연출 이광영)에 대한 혹평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 첫주만 방송됐을 뿐인데 벌써부터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불편하다는 시청자들의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이판사판'은 기존 법정 드라마에서 검사, 변호사들을 다뤘던 것과 달리 처음으로 판사를 다룬다고 해 관심을 모았다. 판사 장려 드라마라고 밝혔고, 극중 설정을 위해 직접 재판을 참관하고 법원을 견학하며 사소한 부분에도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신경썼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방송 첫주만에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제목 그대로 '이판사판' 드라마가 될 처지다. 첫 회에서는 악질 범죄를 다루는데 있어 자극적인 소재만을 내세워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했다. 제작진은 "다음 회를 풀어내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밝혔으나 극중 아동 성범죄자에게 발끈해 법정에서 난동을 부리는 판사 이정주(박은빈)의 모습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첫 회였기 때문에 자극적인 소재가 어쩔 수 없었다 치자. 2회에서 이를 잘 풀어나가기만 한다면, 또 시청자들을 공감시킬만한 이유가 나오거나 인물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면 제작진의 이야기를 수긍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판사판'은 이를 입증하지 못했다. 아무리 로맨스 코미디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고 해도 법정을 다루는 드라마인데 이토록 가벼울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장면들이 난무했다. 차라리 위트 있는 웃음이라도 줬다면 이토록 아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판사판'은 여주인공 이정주부터 한없이 가벼운 캐릭터로 그려냈다. 지하철에서 변태를 위협한답시고 전화 통화로 살인, 강간 사건 등을 크게 떠들어댔다. 재판장에서는 범죄자에게 물병을 던지고 법복을 벗어 던지며 난동을 부렸다.
불안한 심리를 다스린답시고 껌까지 씹었다. 양해를 구했고, 다른 사람들은 이를 이해해줬지만 굳이 왜 저런 설정을 하는지 의문이었다. 보호 받기만 하는 이정주가 어찌 여자 판사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인지, 아쉬움만을 남겼다.
반면 남자 캐릭터들은 다소 이성적으로 그려졌다. 법정 난동을 부리는 이정주를 말리고 황당해 하는 것은 남자 판사들이었다. 범죄자마저 어이없다는 듯 비웃었다.
범죄자에게 인질로 잡힌 이정주를 구하기 위해 사의현(연우진)이 나섰는데 이정주는 사의현의 의도도 모른 채 감정적으로 윽박지르기도 했다. 진짜 판사들 뿐만 아니라 법정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 시청자들까지도 황당하게 만드는 장면들의 연속이었다.
불과 일주일 전 '이판사판' 시간에 방송된 '당신이 잠든 사이에'(이하 '당잠사')와도 사뭇 비교됐다. "정의가 강물처럼"이라며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고, 이를 법정에서 잘 풀어 나갔던 '당잠사'와 '이판사판'의 재판장은 확연히 다른 모습. 한주만에 이토록 가벼워진 법정이 안타깝기만 하다.
지난 2일 종영된 MBC 드라마 '병원선'은 실제적인 고증 없이 의학 드라마를 그려내 문제가 됐었다. 배우들까지 이를 인식하고 인터뷰에서 해명까지 했을 정도. '이판사판'이 이같은 해명을 하지 않는 드라마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사진 = SBS 방송캡처]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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