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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설득한다고 미국 진출을 막을 수 있나요? 선수가 마음을 바꿔야죠.”
메이저리그 진출이 오랜 꿈이었다고 말한 손아섭의 선택은 롯데 자이언츠 잔류였다. 롯데 이윤원 단장은 그의 98억 대형 계약을 두고 위와 같이 말했다. 2년 전 포스팅시스템을 통해서라도 미국에 가고 싶었던 손아섭은 왜 이러한 선택을 내렸을까.
롯데는 지난 26일 오전 “자유계약선수(FA) 손아섭과 4년 총액 98억원의 조건으로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롯데의 이번 스토브리그 최대 과제는 내부 FA 단속이었다. FA 최대어 강민호-손아섭을 비롯해 최준석, 이우민, 문규현 등 주축 자원들이 대거 FA 자격을 얻었기 때문. 일단 문규현을 잡으며 리그 첫 계약에 성공했지만, 14시즌 동안 팀의 안방을 지켰던 강민호를 놓쳤다. 중심타선의 약화, 얇은 선수층을 고려했을 때 손아섭을 반드시 잡아야하는 상황이 전개됐다.
문제는 손아섭의 의지였다. 손아섭은 지난 2015시즌 종료 후 포스팅시스템으로 미국 무대를 노크했을 정도로 빅리그 진출 의지가 강했다. 2년이 지나 FA 자격을 얻었고, 포스팅 비용이 없는 자유계약 신분에서 역시 빅리그 진출을 배제하지 않았다. 11월 초 KBO 시상식에서 만난 그는 “메이저리그 진출은 오랜 꿈이었다. 거취는 하늘에 맡기겠다”라는 말로 다시 한 번 의지를 표명했다.
때문에 손아섭이 롯데에 남더라도 메이저리그 내 준척급 자원들의 거취가 결정되는 내년 1월 말~2월 초에나 계약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대호는 2월 초, 황재균은 1월 말 각각 마이너리그 스플릿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전망과 달리 손아섭은 KBO리그서 5번째로 계약을 마친 FA가 됐다.
전날 계약 직후 연락이 닿은 롯데 이윤원 단장은 이에 대해 “선수의 잔류 의지가 강했다”라고 말했다. 롯데는 FA 대상자 발표 이후 손아섭과 지속적으로 만나며 의견을 조율했다. 강민호를 놓쳤기에 손아섭을 향한 정성이 더욱 커졌을 터.
그러나 역시 걸림돌은 선수의 미국 진출 의지였다. 아무리 좋은 조건을 제시해도 선수가 스플릿 계약이라도 빅리그에 한 번 도전하겠다하면 구단은 어쩔 수 없었다. 이 단장도 “미국 진출이 계약에 있어 마지막으로 걸렸던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롯데는 손아섭 계약에 성공했다. 이 단장은 "조건으로 선수를 설득한다고 미국 진출 의지를 어떻게 막을 수 있겠나. 선수가 마음을 바꿔야하는데 그 부분에서 서로 이해가 맞아 떨어졌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롯데에서 무언가 해보고 싶은 마음이 강했던 것 같다. 고마운 마음이 크다. 팀을 위하는 마음이 강한 선수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손아섭 역시 계약 후 자신의 SNS를 통해 “수많은 선택의 기로 속에서 롯데 팬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이번 선택의 가장 큰 이유는 팬들 때문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라고 확신하며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 반드시 롯데의 우승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항상 감사한 마음 잊지 않고 야구하겠다”라고 감사 인사를 남겼다.
[손아섭.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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