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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사진가 최경자가 천연기념물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를 담은 사진집 '사구'(沙丘)를 출간했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지난 2007년 태안 앞바다에서 유조선과 해상 크레인이 충돌하면서 1만 2,547킬로리터의 기름이 유출되어 심각한 오염을 겪은 곳이다.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오로지 손으로 일일이 기름을 닦아내며 참사를 극복하는 기적을 보여준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구'는 그런 극적인 사고 전후의 모습을 담은 책이 아니다. 최경자 작가는 '사구'에서 본래 사구라는 자연이 가진 깊이와 내면에 집중했다. 신두리 사구의 생태해설사로 활동하며 매일 매일 사구가 변하는 모습을 관찰, 자신만의 방식으로 중첩해 바라본 사구의 모습을 사진집에 실었다.
특히 베트남에서도 개인전을 펼칠 만큼 아시아 각지를 다니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이국적인 풍경은 물론, 생활인들의 삶을 기록해온 그가 첫 책에서 선보이는 사진이 신두리 해안 사구라는 데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최경자 작가는 태안 출신이지만, 유년 시절 이후로는 서울에서 살아왔다. 이때 사고 현장과 봉사자들의 모습을 카메라로 기록하면서부터 다시 태안에 거주하기 시작했다. 태안을 대표하는 사진가이자 신두리 해안 사구를 안내하고 보호하는 데 앞장서는 생태해설가로 거듭났다.
'사구'의 해설에서 소설가 정도상은 최경자 작가가 보여준 시선에 대해 풍경이 담긴 지역적 특성에 갇히지 않고, 이미지가 갖는 아름다움을 섬세하게 들여다본 것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높이 샀다. 누구나 바라볼 수 있는 풍경 대신 자신만의 시선으로 보여줬다는 것.
"최경자가 렌즈에 담아낸 풍경은 그렇게 거대하고 장엄한 풍경이 아니다. 태안의 신두리 해안 사구는 말 그대로 '모래언덕'이다. 별 새로울 것도, 위대할 것도, 장엄할 것도 없는 작고 야트막한 모래언덕인 것이다. 최경자는 작고 야트막한 모래언덕을 담아내기 위해 특별한 시간을 선택하지 않았다. 특별한 시간이란 빛이 일상과 다르게 작용하는 시간이다. 맑고 희고 큰 덩치의 구름이 많은 날일수록 저녁노을은 참으로 장엄하다. 그 노을의 붉은 빛이 섬세하게 뿌려질 사구와 주변 풍경을 담기보다는 특별하지 않은 보통의 시간에 보통의 풍경을 담아냈다. 하지만 보통의 풍경을 작품으로 담아내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사람이 사는 여느 골목이나 거리처럼, 극적인 사건도 없고 태풍이 할퀴고 간 자국과 같은 폐허의 슬픔도 보이지 않는 그저 그런 밋밋한 풍경이니 말이다. 다행히 최경자는 그 밋밋한 풍경을 밋밋하게만 본 것이 아니라 수없이 겹쳐진 주름으로 보았다." (정도상 소설가)
최경자 작가의 '사구'는 '바람의 독백'이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사진전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오는 22일부터 27일까지 서울 갤러리 인덱스에서 개최된다.
한편 최경자 작가는 1956년 충남 태안에서 태어났다. 1999년 강화도 바다를 촬영한 사진으로 개인전 '수평선 너머'를 선보이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바 있다. 2000년 중앙대 예술대학원을 수료했다.
2007년 12월 '태안 기름 유출사고' 현장을 카메라로 기록한 것을 계기로, 유년 시절 이후 40년간 살던 서울을 떠나 태안읍의 한 폐교에서 생활하며 사진 작업을 이어왔다. 이후로 고향 '태안'을 대상으로 렌즈에 담고 있다.
'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모임'의 회원으로 활동하며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몽골, 중국, 필리핀 등 아시아 각지를 촬영했다. 특히 문인들과 깊이 교류하며 문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사진가로도 꼽힌다.
분단 이후 처음으로 2005년 7월 평양에서 열린 '민족작가대회'에서 사진 취재를 담당했고, 정영국 시인의 글과 최경자의 사진으로 5박 6일간의 방문기 '평양에서 길을 찾다'를 펴냈다.
현재 (사)한국사진작가협회 태안지부장, (사)한국여성사진가협회 회원, (사)아시아문화네트워크 이사로 활동하며, 천리포 수목원 전속 사진가이자, 프리랜서 사진가이다.
2017년 11월 태안 신두리 해안 사구 사진을 전시한 '바람의 독백' 외 개인전을 6회 선보였고, '여성사진 페스티벌 2016, 이상한 여자들'(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2016)을 포함하여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사진 = 마리 출판사]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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