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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9초대 진입만 생각한다."
육상 불모지 한국. 척박한 환경에서 야생마가 자라고 있다. 한국 단거리 최강자 김국영(26, 광주광역시청). 2015년 광주광역시청으로 이적한 이후 국내 남자 100m 기록을 급격히 단축하고 있다. 지난 6월 27일 코리아오픈서 찍은 10초07이 자신의 최고기록이자 한국 기록이다.
더 이상 한국에는 적수가 없다. 김국영의 시선은 아시아, 나아가 세계로 향한다. 8월 IAAF(국제육상연맹) 세계선수권 예선서 10초24로 한국 100m 역사상 최초로 세계선수권 준결승 진출을 일궈내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마이데일리가 창간 13주년을 맞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김국영을 만났다.
▲완연한 전성기
김국영은 중학교 2학년부터 스프린터의 길을 걸었다. 신장은 크지 않아도 빠르기로 소문난 청년이었다. 단거리 전문 선수로 육성됐다. 김국영은 "구기 종목에서 선수로 데려가고 싶다는 제의도 받았다. 그러나 기록 단축에 대한 욕심 때문에 뿌리쳤다"라고 떠올렸다.
2010년 전국 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김국영이 자신의 이름을 한국육상에 알린 대회였다. 10초31, 10초23을 잇따라 찍었다. 1979년 故서말구 해군사관학교 교수의 10초34를 31년만에 옛 기록으로 만들었다. 스무살에 일궈낸 쾌거였다.
이후 성장이 더디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무대는 석권했지만, 유독 큰 국제대회에 약하다는 비판도 따라다녔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서 10초35로 준결승서 탈락했다. 리우올림픽 예선서도 10초37에 그쳤다. 김국영은 "결과적으로 그런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큰 경기일수록 더욱 집중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라고 인정했다.
주저앉지 않았다. 김국영은 2015년 안양시청에서 광주광역시청으로 이적, 생애 최고의 은사 심재용 감독을 만났다. 김 감독은 심 감독을 만난 뒤 쭉쭉 성장했다. 2015년 광주 유니버시아드 준결승 10초16을 찍었고, 리우올림픽 기준기록까지 통과했다. 파워, 지구력, 막판 스퍼트를 보강한 결과 완연한 전성기에 들어섰다. 올 시즌 세계선수권 준결승 진출은 우연이 아니었다.
▲게이틀린과 볼트
런던세계선수권이 궁금했다. 김국영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대회였다. 세계선수권 결승도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걸 느꼈다. 좀 더 디테일하게 준비하면 된다. 내년 아시안게임 준비에도 아주 도움이 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라고 했다.
예선과 준결승서 잇따라 저스틴 게이틀린(미국, 세계선권 남자 100m 우승)과 함께 레이스를 한 건 큰 경험이었다. 김국영은 "게이틀린은 경기 전에는 그 누구와도 대화조차 하지 않고 자신의 레이스에만 집중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그는 마치 1등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1등을 한 것 같다"라고 회상했다.
외국 톱랭커들을 많이 연구하고, 벤치마킹한다. 김국영은 "나와 세계적인 선수들의 차이가 무엇인지 분석을 많이 한다. 이 선수가 가속도가 왜 빠른지, 내 몸에 어떻게 맞출 것인지 살펴본다.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는 경기 전 제스처부터 자신감이 넘친다. 엄청난 노력을 했기 때문에 그런 제스처가 나온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9초대만 바라본다
김국영은 전국체전 이후 안양에서 휴식과 동계훈련 준비를 병행하고 있다. 그는 "내년 1월 초에 제주도로 넘어가서 2달 정도 몸을 만들 계획이다. 지금도 휴식을 하면서 운동도 병행하고 있다. 동계훈련을 위한 준비"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이 있다. 2019년 카타르 세계육상선수권, 2020년 도쿄올림픽은 그 다음의 일. 김국영은 "내년에는 9초대 진입을 해야 한다. 9초대만 바라본다. 아시안게임 메달은 그 다음 문제"라고 했다.
현재 아시아 100m 최고기록은 페미 오구노데(카타르)의 9초91이다. 순수 아시아인만 추려도 기류 요시히데(일본)의 9초98이 최고기록. 10초07의 김국영은 이들에게 0.09~0.16초 뒤진다. 결코 작은 격차는 아니다.
김국영은 "일본과 중국은 물론, 중동 수입선수들의 기록이 엄청나다. 그 선수들과 대등하게 싸워야 아시안게임에서 메달도 바라볼 수 있다. 다만, 메달에만 집착하면 될 것도 안 된다. 기록만 생각하려고 한다. 좋은 기록을 내면 금메달은 따라온다. 9초대만 바라본다. 9초대를 찍고 아시안게임에 가는 게 가장 좋다. 그 이후에 다음 목표를 세우겠다"라고 말했다.
아시아인은 한계가 있다는 일각의 편견, 국내에서 적수가 없는 환경 등은 김국영을 힘들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씩씩하다. "그렇지 않다. 중국, 일본 선수들과 경쟁해서 이겨야 한다. 투자를 해서 기량을 끌어올리는 걸 보면 대단하다. 우사인 볼트도 자메이카에선 경쟁자가 있었지만, 국제무대서 경쟁자가 없었음에도 잘했다"라고 말했다. 9초대 진입을 위한 강인한 마인드가 엿보인다.
[김국영.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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