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창간인터뷰①]에 이어.
양효진은 V리그 여자부의 명실상부 최고 센터다. 지난 2007년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그는 리그 적응을 마친 뒤 2009-2010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무려 8연속 블로킹 1위에 올랐다. 29일 오전 기준 통산 블로킹은 960개(세트당 평균 0.853)로 역대 1위. 정대영(도로공사), 김세영(현대건설) 등 자신보다 배구를 약 7년 먼저 시작한 선배 센터들을 모두 제쳤기에 의미가 크다.
양효진의 블로킹 달성 속도를 보면 그의 진가가 더욱 드러난다. 양효진은 데뷔 여섯 시즌 만에 리그 최초로 500블로킹 고지에 올랐다. 이후 해가 바뀔 때마다 빠르게 역사를 갈아치웠다. 여자부에서 800블로킹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양효진이 유일하다. 2위는 752의 정대영. 양효진의 기록은 남자부 1위 이선규(KB손해보험, 968)와도 불과 8개 차이다. 이선규 역시 양효진보다 2년 먼저 V리그에 발을 디뎠다.
고교 시절만 해도 프로 지명을 걱정했던 양효진은 어떻게 여자부 최고의 센터가 될 수 있었을까.
▲배유나의 신인상을 보며 최고를 꿈꾸다
신인 시절만 해도 양효진은 동기 중 전체 1순위로 뽑힌 배유나에 밀려 지금처럼 크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배유나는 2007-2008시즌 소속팀 우승과 함께 신인왕을 수상했고, 양효진은 단상에 올라가는 친구의 모습을 바라봐야 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양효진에게 자극제가 됐다.
양효진은 “신인 때는 (배)유나가 워낙 독보적이었다. 사실 유나가 신인상 받을 때 너무 신기했다”라고 당시를 떠올리며 “유나의 수상을 보고 나도 어떻게 해서든 상을 받겠다고 다짐했다. 2년 차부터는 배구에 미쳐 살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어떻게 그렇게까지 배구에 몰두했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나를 보고 최고가 되고 싶었다. 배구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양효진은 “그렇다고 유나를 시기한 적은 없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양효진은 그렇게 배유나라는 선의의 경쟁자를 둔 덕에 자신을 채찍질하며 지금의 위치에 왔다.
▲'에이스' 김연경을 만난 양효진
양효진은 “배구를 하면서 가장 많은 도움을 받은 건 김연경 언니다”라고 말했다. 양효진에게 김연경은 그만큼 특별한 존재다. 나이는 한 살 차이지만 김연경의 배구를 보며 프로의 자세를 배웠고, 국가대표의 자부심을 깨달았다. 이제는 둘도 없는 절친이 된 이들은 지난 5월 한 예능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하며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양효진은 “10년 전 언니를 처음 봤을 땐 말도 못 붙였다. 워낙 성격이 내성적인 데다, 그냥 어려웠다”라며 “그러나 천천히 다가가다 보니 의외로 너무 잘 챙겨줬다. 보이는 것과 다르게 마음도 따뜻했다”라고 김연경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이어 “지금은 너무 편하다. 내가 너무 막 대한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양효진은 지금도 종종 함께 나왔던 예능프로그램을 보며 웃곤 한다.
양효진은 2008 베이징올림픽 최종 예선 때 처음으로 성인 국가대표가 됐다. 당시에는 김연경을 보며 끊임없이 의문을 가졌다고 한다. “언니가 왜 그렇게 국가대표에 집착하는지 궁금했다. 대표팀에서 무언가 해보려는 의지가 부러웠다. 어떻게 하면 나도 저런 마인드를 가질 수 있을지 고민했다”라는 게 양효진의 설명. 양효진은 그렇게 김연경을 보며 고민을 거듭했고, ‘진심으로 애착을 가지면 결과가 나온다’라는 값진 결론을 얻었다.
▲주장 양효진을 다독이는 왕언니 김세영
양효진은 올해 V리그 11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다. 최고가 되겠다고 다짐한 루키는 어느덧 최고의 자리에 올라 한 팀의 주장이 됐다. 한 분야에서 10년 이상을 일하면 어느 순간 매너리즘이 오기 마련. 그러나 자신보다 무려 8살이 많은 김세영의 플레이를 보면 결코 안주할 수 없다. 양효진은 “(김)세영 언니가 정말 열심히 한다. 언니는 나보다 더 힘들고 몸이 아플 텐데 어떻게 그렇게 열심히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신기해했다.
김세영은 한국 나이 37살의 베테랑 센터로 현대건설에서 가장 나이가 많다. 그런데도 그의 높이는 여전히 견고하다. 올 시즌 양효진에 이어 블로킹 2위를 달리고 있고, 고비 때마다 노련한 속공으로 상대 수비를 무력화한다. 양효진이 “언니는 작년보다 실력이 늘었다. 언니를 보고 나이가 들어도 실력이 늘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라고 말할 정도다.
양효진은 올 시즌 김세영을 보며 계속 마음을 다잡고 있다. “언니도 열심히 하는데 난 너무 안주하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운을 뗀 그는 “나이가 들어도 열심히 해야 하는 게 운동선수의 숙명이다. 배구를 놓을 때까지 계속 열심히 할 생각이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양효진은 “배구는 배움의 연속인 것 같다”라고 웃었다.
[양효진(첫 번째), 배유나(좌)와 양효진(두 번째), 김연경(좌)과 양효진(세 번째), 김세영(네 번째), 양효진(다섯 번째). 사진 = 용인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마이데일리 DB, KOVO 제공]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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