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193cm 103kg. SK 와이번스 2년차 우완투수 정동윤의 공식 신체조건이다. KBO리그 전체 선수들의 신체조건 역시 1982년 원년에 비해 좋아졌지만(176.5cm→183cm, 73.9kg→87kg) 정동윤은 2017년 등록선수 평균에 비해서도 월등하다. 지도자라면 누구나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는 하드웨어다.
SK는 신인 1차 지명 때 야탑고 출신인 그를 지명했다. 당시 SK는 "직구의 각과 공의 무브먼트가 좋고 평소 성실한 모습으로 자기 관리도 철저한 선수로 평가 받고 있다"며 "또한 올해 들어 출전 기회가 늘면서 경기 운영 능력이 빠르게 향상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후 2년이 지났다. 아직까지 그의 1군 출장 기록은 2경기가 전부다. 하지만 2016년과 2017년은 전혀 달랐다. 정동윤은 허리 부상으로 전혀 뛰지 못한 2016년 아쉬움을 털고 알찬 2017년을 보냈다.
▲ "TV에서 보던 선수들 상대해봐서 더 재미있었다"
정동윤은 허리 부상으로 2016시즌에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퓨처스리그 등판 역시 '0'이었다. 올시즌 초반 퓨처스리그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던 정동윤의 2017년은 7월 14일 열린 퓨처스리그 올스타전 출전을 계기로 풀리기 시작했다.
당시 정동윤은 1⅔이닝 무안타 2탈삼진 무사사구 무실점 투구를 펼치며 우수투수상을 수상했다. 일주일 뒤인 7월 22일에는 프로 데뷔 후 첫 1군 등록까지 됐다. 끝이 아니었다. 등록 당일 1군 데뷔전까지 치렀다.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2이닝 2피안타 2사사구 무실점을 기록했다.
정동윤은 "시즌 초반만 해도 '이렇게 1년이 지나가는구나…'라고 생각했다. 퓨처스 올스타전에 뽑히고 난 뒤 우수투수상도 받고 1군에 올라갈 기회도 생겨서 좋았던 것 같다"고 한 시즌을 돌아봤다.
1군 데뷔 당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1군 등록) 전날 자려고 누웠는데 김경태 코치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내일 1군에 등록된다'고 하시더라.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다. 22일 새벽에 KTX를 타고 마산으로 가서 감독님과 코치님께 인사를 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불펜에 있는데 너무 긴장 됐다. 마운드까지 뛰어가는 투수들도 많은데 나는 다리가 풀릴까봐 걸어갔다"고 웃은 뒤 "막상 마운드에 올라가니까 긴장이 안됐다. 관중도 많고, 응원 소리도 들리니까 재미있더라. TV에서 보던 선수들을 상대해봐서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비록 정동윤의 1군 생활은 2경기 등판, 일주일로 끝났지만 그에게는 결코 잊지 못할 순간이 됐다.
▲ "가고시마 캠프, '더 했으면 좋겠다'라고도 생각"
정동윤은 시즌 종료 후 열린 가고시마 유망주 캠프에도 참가했다. 단순한 참가 선수 중 한 명이 아니었다. SK에 새롭게 합류한 손혁 코치는 여러차례 정동윤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큰 체격에도 불구하고 유연성이 좋으며 손 감각도 좋다. 정동윤 본인과 주위에서 "너무 유연해서 문제"라고 할 정도.
구단 역시 내년 시즌 정동윤에게 많은 기회를 줄 계획을 갖고 있다. 제 아무리 가능성이 많은 선수라 하더라도 경험만큼 좋은 자산은 없기 때문.
그는 "가고시마 캠프 때 목표는 투구폼 수정이었다. 허리가 아파서 1년을 쉬었는데 힘을 쓰는 것 같지도 않고 구속도 잘 안 나왔다. '투구폼에 잘못된 게 있구나, 힘을 잘못 쓰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투구폼에 답답한 면이 있었는데 김경태 코치님과 손혁 코치님께서 많이 가르쳐 주셨다. 김경태 코치님은 기술적으로 세세하게, 손혁 코치님은 느낌과 관련된 부분을 많이 알려주셨다"고 전했다.
성과가 만족스러웠기 때문일까. 정동윤은 "(캠프를)'더 했으면 좋겠다'라고도 생각했다. 기간이 길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정동윤에게 2017시즌은 더 높은 곳을 향하기 위한 1년이었다. 그는 "일단 내년에는 안 다치는 것이 제일 중요할 것 같다. 그동안은 아팠던 적이 많았다"면서 "기회가 된다면 내년에는 1군에서 많이 뛰고 싶다.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팬분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하며 2018시즌 활약을 다짐했다.
비록 아직까지는 원석에 가까운 선수이지만 워낙 많은 장점을 갖고 있기에 어느 순간 '대도약'을 하더라도 결코 놀랄 일은 아니다.
[SK 정동윤. 사진=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SK 와이번스 제공]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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