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1987년 6월, 장준환 감독은 고3이었다. 대학생 형, 누나들은 왜 데모를 할까 궁금해하던 시기다. 그 무렵 친구가 비디오를 보러가자고 했다. 광주민주화운동 다큐멘터리였다.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이 나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게 믿기지 않았다. 친구와 말없이 걸었다. 어쩌면, 영화 ‘1987’은 그때부터 장준환 감독의 마음 속에 태동했을지 모른다. 당시의 강렬한 기억이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을 것이다.
“불과 30년전의 일이잖아요. 역사적 책임감을 갖고 연출했어요. 저를 포함한 제작진이 고증을 철저하게 했고요. 보통사람들이 역사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죠.”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처럼 시작해 인물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스타일로 설계됐다.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으로 시작해 이한열 열사가 죽음을 맞이하고 6월 항쟁이 일어나는 과정이 시대의 벽화로 새겨진다. 이 과정에서 새내기 대학생 연희(김태리)의 심경 변화가 중요한 포인트로 작용한다.
“역사는 평범한 사람들을 기록하지 않아요. 사실 그분들이 역사를 만들죠. 그래서 허구의 인물인 연희가 굉장히 소중합니다. 과연 그날이 올까라고 의심하던 인물이 어떤 변화를 겪게 되니까요.”
‘지구를 지켜라’ ‘화이’의 전작과 달리, 이 영화는 모두가 주인공이다. 이렇게 많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만큼 힘들었다. 특별히 참고한 영화는 없었다. 기억 속에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숏컷’을 떠올렸다. 모든 인물이 연결된 큰 그림을 만들었다.
영화는 시계의 초침 소리로 시작한다. 관객을 한 순간에 1987년의 시공간 속으로 데려간다. 너무 세련된 음악을 경계했다. 시대의 공기를 담아내는 음악을 추구했다. 메인 테마곡으로 사용한 ‘그날이 오면’은 영화 중간에 다양하게 변주했다.
“그날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를 생각했어요. 연희가 그날 같은거 안와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사실 이 말을 하려고 했죠. 우리가 그날을 향해 가고 있는건지 생각해보고 싶었어요.”
2017년은 1987년 민주열사들이 꿈꾸었던 ‘그날’일까. 장준환 감독은 ‘1987’을 통해 다시 민주주의의 가치를 되새기자고 말하고 싶었을테다. 이 영화를 보는 관객도 평범한 사람들이고, 역사의 주인이니까.
[사진 제공 = CJ엔터테인먼트]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