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②]실화의 힘, 광장에 있는 듯한 생생한 몰입감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장준환 감독의 ‘1987’은 100% 팩트로 제작됐다. 캐릭터에 몇 가지 영화적 설정이 추가된 것을 제외하면, 모든 이야기의 근간이 사실이다. 허구적 인물로 등장하는 87학번 새내기 대학생연희(김태리) 조차도, 그 당시 1학년이라면 대부분이 집회에 나갔을만큼 보편적인 인물이다.

영화가 다큐멘터리 방식으로 시작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박종철 군이 고문으로 숨을 거둔 뒤 이를 은폐하려는 경찰과 화장에 동의를 해주지 않는 최검사(하정우)가 부딪히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의혹을 품고 취재에 나서는 기자, 이를 막으려는 안기부, 사건을 축소하려는 경찰, 진실을 알리려는 민주시민이 씨줄과 날줄로 엮이면서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거대한 벽화가 그려진다.

남영동 대공분실의 좁은 공간에서 시작하는 영화는 민주주의의 도도한 흐름을 따라 마침내 서울시청 앞 광장에 다다른다.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해 온 몸을 바쳤던 당시 시민들의 열정적인 헌신 덕에 호헌 철폐와 직선제를 쟁취한 역사가 스크린 위에 펼쳐진다.

TV가이드, 마이마이, 타자기, 신문 등 소품 하나하나에 사실성을 부여했고, 80년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로케이션으로 생동감을 더했다.

광장에서 독재타도를 외쳤던 중장년층이라면 지난 시절의 열정이 고스란히 되살아날 것이다. 그 시절을 체험하지 못한 채 교과서로 배운 세대는 이 땅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배우게 될 것이다.

12월 27일 개봉.

[사진 제공 = CJ엔터테인먼트]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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