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앨범 몇 장에 그 친구의 인생이 담겼다. 그 친구의 인생을 앨범 몇 장으로 모두 말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우린 그의 노래로 그 친구를 그리워 한다.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이 돌아왔다. 고(故)김광석과 그룹 동물원 멤버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1988년 고 김광석과 동물원 멤버들의 첫만남부터 이들이 국내 최고 뮤지션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음악에 대한 견해가 달라 각자의 음악 인생을 펼쳤던 이들, 이 가운데 세상을 떠난 고 김광석. 이들의 이야기를 90년대 감성과 추억, 그리움을 담아 표현했다.
주크박스 뮤지컬인 만큼 '그여름, 동물원'의 음악은 완벽 그 자체다. 탄탄한 원곡의 힘은 이들의 음악 인생을 표현하는데 더할 나위 없다. 당시의 추억을 간직한 세대, 동시대에 함께 하진 못했지만 이들의 음악을 가슴 속에 안고 사는 세대 등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음악의 힘이 가히 놀랍다.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이한 동물원 멤버 박기영이 음악 수퍼바이저로 나선 만큼 이들의 디테일한 감성이 100% 표현됐다. '혜화동',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널 사랑하겠어', '사랑했지만, '잊혀지는 것',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 등 주옥 같은 명곡들이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다.
주크박스 뮤지컬이 자칫 놓칠 수 있는 이야기의 힘도 뒤처지지 않는다. 실제 인물의 이야기를 그리는 가운데 음악이 곧 인생이었던 이들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극적인 사건을 극대화시키지 않고도 물 흐르듯, 과하지 않게 표현해내는 것이 작품의 매력과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다.
배우들의 100% 라이브 연주 및 가창력, 연출도 돋보인다. '히든싱어 김광석 편'에 출연해 대중을 놀라게 했던 뮤지컬배우 최승열은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합류했는데 김광석과 비슷한 가창을 하면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놀랍도록 유지한다. 특히 김광석이라는 뮤지션의 감성을 섬세하게 표현해내 관객들을 울린다.
김창기 역 윤희석은 뮤지컬과 드라마를 오가는 탄탄한 연기력으로 극의 중심을 잡는 것은 물론 의외의 노래 실력으로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준다. 피나는 연습으로 얻게 된 연주 실력도 훌륭하다.
동물원에서 드럼을 맡고 있는 멤버 경찬 역을 연기하는 병헌 역시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상대 배우들보다 어린 나이임에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아이돌에서 배우로 변신한 그는 앞서 SBS 드라마 '딴따라'에서 배웠던 드럼 실력을 더 키워 작품의 음악성을 높인다.
감성 충만한 음악은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고, 각기 다른 청춘들의 이야기는 공감대를 형성한다. 음악과 이야기를 모두 갖추니 감동은 더욱 커진다. 김광석을 다룬 뮤지컬 중 최고의 뮤지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이들의 섬세한 음악적 표현과 연출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뮤지컬 '그여름, 동물원'. 공연시간 110분. 내년 1월 7일까지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
[사진 = 샘컴퍼니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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