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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아직 몸이 안 돼 있어서…"
16일 인천도원체육관. 우리은행 특급신인 박지현이 신한은행을 상대로 데뷔전을 치렀다. 그러나 박지수(KB)의 2년 전처럼 화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불품 없는 데뷔전도 아니었다. 사실상 가비지타임에 뛰었지만, 나름의 의미는 있었다.
위성우 감독은 실전에 나설 수 있는 몸 상태를 중시한다. 정확히 말하면 다른 지도자들보다 그 기준이 훨씬 높고 까다롭다. 체력과 웨이트트레이닝에 의한 몸 밸런스가 제대로 갖춰져야 실전서 자신의 역할을 소화할 수 있다는 지론이다.
박지현은 작년 가을 전국체전 이후 실전 없이 쉬었다. 전주원 코치는 "다른 팀에 갔더라도 지금은 뛸 수 없는 몸 상태"라고 말했다. 위성우 감독도 "당장 박지현을 위해 뭔가를 준비할 시간도 없고, 팀 합류도 사흘 밖에 되지 않았다. 몸이 안 돼 있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위 감독은 수비를 중시한다. 정확하게는 팀 디펜스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거나, 그에 따른 정확한 움직임을 실전서 구현할 준비가 되지 않은 선수에겐 기회를 주지 않는다. 그래서 비 시즌에 강도 높은 훈련, 디테일한 훈련을 소화한다. 이를테면 기본적인 로테이션이나 스크린 이후의 약속된 움직임 등이 어긋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당연히 우리은행 훈련에 가세한지 사흘 밖에 되지 않은 박지현은 준비가 된 상태가 아니다. 때문에 위 감독은 당장 박지현을 핵심 로테이션 멤버로 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올 시즌 후 제대로 준비시켜 다음시즌부터 핵심 가드로 쓰겠다는 구상이 깔려있다.
그러나 박지현에게 기회는 찾아왔다. 27-16으로 앞선 2쿼터 5분27초전이었다. 위 감독은 김정은 대신 박지현을 투입했다. 박지현은 한엄지와 매치업 됐다. 외국선수가 뛸 수 없는 상황. 임시방편으로 4번 수비를 맡았다. 양인영의 공을 한 차례 가로챘다. 박지현 특유의 좋은 농구센스가 드러난 장면.
2분8초전. 위 감독은 박혜진을 뺐다. 박지현이 박혜진 대신 볼 운반을 했다. 그러나 팀 오펜스에 스며들지 못하고 겉돌았다. 결국 1분3초전 다시 박혜진으로 교체됐다. 이후 승부가 갈린 경기종료 5분36초전 다시 박혜진 대신 투입됐다.
전반적인 움직임은 좋지 않았다. 신한은행 김규희, 윤미지 등 가드들을 제대로 따라다니지 못했다. 몸이 만들어지지 않은 부작용. 그래도 위 감독은 박지현에게 의도적으로 공격을 지시했다. 4분33초전 돌파를 시도, 김아름의 파울을 유도했다. 자유투 2개로 데뷔 첫 득점.
이후 2분27초전 박다정의 정면 3점포를 도왔고, 1분32초전에는 좌중간에서 3점포를 터트렸다. 수비수가 스크린에 걸리면서 완벽한 오픈찬스. 박지현은 정확히 솟구쳤다. 10분간 3점슛 1개 포함 7점 1어시스트 1스틸 1파울 2턴오버.
경기는 예상대로 우리은행의 72-53 완승. 박혜진이 세트오펜스와 얼리오펜스를 기 막히게 조율하며 손쉽게 승리했다. 크리스탈 토마스도 처음 만난 자신타 먼로와의 매치업에서 판정승했다. 전력차가 컸고, 이변은 없었다.
박지현의 데뷔전이 실질적 볼거리. 강렬하진 않아도, 순간순간 좋은 농구지능이 표출됐다. 우리은행 특유의 팀 농구에 적응하면서, 세부적인 약점들만 보유하면 좋은 센스와 함께 특급가드의 탄생이 기대된다.
[박지현. 사진 = 인천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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