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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스스로 못된 점을 봐야 하는 시기에요. 인기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초연하게 가려고 해요."
배우 박훈은 최근 마이데일리와 케이블채널 tvN 토일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극본 송재정 연출 안길호) 종영 인터뷰를 가졌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남자 주인공 유진우(현빈)가 스페인 그라나다에 방문하면서 기묘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서스펜스 드라마로, 국내 최초로 증강 현실(AR: Augment Reality) 게임을 배경으로 삼아 이목을 집중시켰다.
현빈, 박신혜라는 화려한 조합과 더불어 박훈은 극중 현빈과 첨예하게 대립을 이루는 차형석 역을 맡아 열연했다. 방송 초반, 알 수 없는 게임 오류로 인해 현빈의 손에 죽음을 맞이한 그이지만 매회 방송에 등장하며 이른바 '차좀비'라는 재치 있는 닉네임까지 얻었다.
이미 촬영을 마친 터라 집에서 시청자 입장으로 드라마를 보고 있다는 박훈은 "과거에도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사전제작을 경험했다. 그 때는 데뷔작이라 누구를 챙길 여유가 없었는데 그새 나이를 더 먹었다고 본방도 열심히 챙겨보고 다른 사람들 응원도 해주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7.5%(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가구 기준/이하 동일)으로 시작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빠르게 입소문을 타면서 10%(14회 기준)라는 두 자릿수 시청률까지 맛봤다. 배우들의 탄탄한 열연도 인기 견인에 한 몫 했지만 증강현실 게임이라는 가상 세계를 브라운관에 구현해놓은 연출의 힘이 컸다. 극 중반부터는 모든 제작진이 의기투합해 컴퓨터그래픽(CG) 작업에 몰두했다.
CG가 눈앞에 그려지기 전, 대본으로 먼저 극을 접한 박훈은 "CG 예정 장면을 보면서 정말 이게 가능할까 싶었다. 촬영하면서도 현장에서는 확인할 수 없지 않나. 그래서 사실은 엄청 불안했지만 그냥 믿고 갔다. 결과를 봤더니, 충격적이었다"라며 "너무 놀랐고 보면서 '우와'만 했다. 시청자 분들의 시선도 굉장히 높아지시지 않았나. 허술하면 다 알아차리신다. 드라마가 CG로 찬사 받는 걸 보면서 굉장히 좋았다. 이후 나올 콘텐츠에도 굉장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본다"라고 기분 좋은 웃음을 지었다.
CG 작업 전, 머릿속 상상에만 의존해 연기를 해야 했기에 힘든 지점도 있었다.
"예를 들어 '원이 생긴다'라는 지문이 있으면 어디까지 원이 생길지 봐야 해요. 상대방과 서로의 상상이 다를까봐 걱정도 했죠. 만약 현빈 씨는 저기 멀리로 갔는데 저는 이 앞에 오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서로 계속 이야기를 하면서 맞췄어요. 또 골동품 가게에서 표창을 맞는 장면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걸 없이 하잖아요. 그래서 어느 정도 맞고 던질지를 하나하나 다 정했어요. 재미는 있었는데 어려웠어요. 그래도 3, 4개월 지났을 때쯤에는 말 하지 않아도 룰이 생겼죠."
스페인 그라나다의 풍광, 생소하지만 고차원적으로 구현된 CG 효과, 현빈의 맹렬한 액션 연기 등 덕에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탄탄한 매니아층을 형성했지만 헐거운 개연성에 대한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다소 뜬금없이 이어지는 주인공들의 감정선 뿐만 아니라 반복만 지속되는 전개에 시청자들은 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박훈은 어느 정도 이해하는 모습을 보이며 "사실 그걸 제일 아쉬워할 분이 작가님이실 것 같다. 사실 안 아픈 손가락이 있겠냐. 주인공의 메인 드라마를 설명하기 위해서 때로는 분량상 그 외의 드라마를 함축해야 하는 일들이 생길 거다. 제가 작가라면 너무 아쉬울 것 같다"라고 생각을 전했다.
"시청자 분들 눈에 보이지 않는 걸 표현해야 하는 저희 입장에서는 최대한 함축시켜 연기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사실 수진(이시원)과 저의 전사가 잘 쌓이지 않아서 힘들기도 했지만 저희들의 행동의 결과를 봤을 때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나요. 그 때 연출적인 도움으로 해결된 장면들이 있었다. 제게 기회를 주신 감독님과 작가님께 굉장히 감사한 마음이에요."
특히 박훈은 극 초반부터 사망한 캐릭터로 설정됐기에 죽은 상태, 이른바 '좀비' 모습으로 줄곧 등장했다. 그 탓에 대사보다는 눈빛으로만 이야기해야 했다. 베테랑 배우도 소화하기 어려울 법한 연기이지만 박훈은 과거 연극 경험을 살려 도움을 받았다고. 그는 "연극에서는 대사를 추가하기 보다는 없애려고 하는 작업들이 많다. 그래서 현빈 씨와 아이컨택하는 것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게 가능한 걸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시청자 분들이 처음에는 (차)형석이를 무서워하다가 나중에는 불쌍해하고 슬퍼하시더라고요. 처음에는 오로지 NPC로서 건조하게 가야 할지, 어느 정도 표현을 해야 할지 고민했어요. 원론적으로는 감정이 있으면 안 되는 인물이니까요. 하지만 죽는 장면이 반복되니까 시청자 분들 입장에서는 지루할 수도 있어요.감독님이 '감정을 표현하지는 않지만 무언가를 표현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게 대체 뭘까 싶었죠.(웃음) 애썼어요. 처음에는 살인자 같은 느낌으로 연기를 했다면 샤워부스신 같은 곳에서는 '우리는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거니'라는 눈빛으로 봤어요. 표현이 안 될 줄 알았는데 알아주셔서 다행이에요."
연극 무대를 주무대로 삼아 활약했던 박훈은 지난 2016년 KBS 2TV 드라마 '태양의 후예'(극본 김은숙 연출 이응복)을 통해 브라운관으로 진입했다. 배우 송혜교, 송중기의 로맨스에 힘 입어 신드롬급의 인기를 누렸던 드라마인 만큼, 알파팀의 무뚝뚝한 최중사 역을 맡은 박훈 역시 첫 드라마 데뷔작에서 크게 사랑 받았다.
"그렇게 사랑을 받는 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인 줄 몰랐다"라고 말하며 멋쩍게 웃던 박훈은 "방송은 원래 그런 줄 알았다. 이제야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감이 온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원래 연극할 때부터 TV로 가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연극만 10년을 하던 때, 우연치 않게 오디션 제안이 왔는데 운이 기가 막힌 거죠. 드디어 나한테도 때가 온 건가 싶었어요. 열심히 하면 알아봐주실 거라고 생각했고 그런 기회가 오면 확장할 생각이 있었어요. 배우로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경제적인 문제도 있었어요, '언제 부모님께 용돈이라도 드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죠. 지금은 맛있는 걸 사드리고 있어요.(웃음) 그 시간이 주어진 것에 대해 감사하게 돼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으로 자신이 지닌 저력을 재차 과시한 박훈은 스스로를 여전히 담금질이 필요한 '애송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저는 욕도 더 많이 먹어야 한다. 또 사람들이 좋아했던 이미지를 계속 하는 것도 나쁜 건 아니지만 새로운 걸 보여드려야 하는 의무감도 있다. 여러 이야기를 겸허하게 듣고 담금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못된 점을 봐야 하는 시기다. 인기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초연하게 가려고 한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박훈은 오는 2월 11일 첫 방송될 SBS 새 월화드라마 '해치'(극본 김이영 연출 이용석)으로 시청자들과의 만남을 이어갈 예정이다.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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