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종합
제1회 ‘섬의 날’ 유치 성공 요인
전라남도(김영록 도지사)가 제1회 ‘섬의 날’ 유치에 성공했다. ‘섬의 날’은 미래의 보고(寶庫)인 섬의 가치를 알리고 그 중요성을 국민과 함께 공유하기 위해 새롭게 제정된 국가 기념일로 올 8월8일 첫 기념행사를 갖는다. ‘섬의 날’은 전라남도가 행정안전부에 제안해 새롭게 제정된 국가 기념일이다. 지난해 8월 행정안전부에서 국민 여론조사와 전문가 토론회 등을 거쳐 ‘도서개발촉진법’을 개정, 매년 8월 8일을 ‘섬의 날’로 정했고 전라남도(김영록 도지사)에서 제1회 ‘섬의 날’ 행사를 치룬다. 전라남도에서 섬의 날을 제안한 만큼 제1회 ‘섬의 날’을 개최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축하할 일이다.
섬의 날 행사 전남 유치 성공 요인은 전남도의 섬의 날 제정 기여도, 지역적 상징성, 국제 녹색 섬 포럼 등 관련 행사 개최 경험 등을 꼽을 수 있다. 전남의 이런 경쟁력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 섬의 날 첫 기념식을 하는 영광을 안은 것이다.
‘섬의 날’을 8월 8일로 정한 것도 매우 깊은 의미가 있다. 국민들이 기억하기 쉽고 팔팔한 활어와 연상되어 섬의 싱그러움이 느껴진다. 또 8이라는 숫자를 옆으로 뉘어보면 ‘∞’이 된다. 8이라는 숫자가 섬의 무한한 발전가능성(8=∞)을 상징해 ‘섬의 날’이 국민적 축제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든다. 그리고 8월 초는 여름휴가가 절정을 이루는 시점이어서 섬 방문객이 크게 늘어나는 때라 시기도 안성맞춤인 것 같다.
‘섬의 날’은 그야말로 전국 섬이 하나가 돼 도시민과 교류하는 살아있는 활어(活魚) 같은 생동감 있는 장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런 만큼 전라남도는 첫 기념행사를 개최하는 시.군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야한다고 보는데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중요한 한 가지가 제1회 ‘섬의 날’을 국민적 축제로 만드는 것이다.
섬 관광 1번지 목포와 신안
전라남도가 제1회 ‘섬의 날’ 유치 달성함으로써 전라남도 섬지역이 후끈 달아올랐다. 엊그제 23일 전남CBS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한 전남 김영록 도지사는 적절한 지역을 잘 선정해서 '제 1의 섬의 날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섬 주민들 입장에서 '계속해서 살고 싶은 섬', 관광객은 '또 가고 싶은 섬'이 될 수 있도록, 국제 세미나도 개최하면서 여러 섬의 발전 방안들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기회로 삼겠다는 포부를 펼쳤다. 이렇게 야심차게 제1회 ‘섬의 날’을 준비하고 있는 전남의 보폭에 맞춰 여수와 목포 등 여러 지차제가 기념행사 유치를 위해 애를 쓰고 있는 가운데 신안군과 목포시가 손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신안군청에서 박우량 군수와 김종식 목포시장이 공동 개최 합의문에 서명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시의적절한 만남이라는 생각을 했다.
신안군과 목포시는 전국의 30%를 차지하는 섬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약 3,400여 개 정도의 섬이 있는 것으로 나와 있는데 이 중 30%가 목포.신안.무안에 속해 있으니 이곳의 섬은 약 1000개가 넘는다. 그런데다가 섬마다 다양한 문화와 특색이 타 지역에 비해 월등하다. 섬 고유의 정체성은 곧 경쟁력이나 다름없다. 이런 강점들이 충분히 존재하는 만큼 제1회 기념행사 개최지로 명분과 타당성이 충분하다고 판단돼 공동유치키로 합의한 것이다.
오는 3월이면 신안 천사대교가, 그리고 4월에는 목포 해상케이블카가 개통된다. 이렇게 섬·해양관광 인프라가 확충됨에 따라 이 지역 섬이 해양관광 중심지로 떠오를 것이라 충분히 짐작된다. 서남권 관광자원 개발사업으로 자은도 해양복합시설인 신안아일랜드, 안좌도 테마공원, 천사대교 명품경관조명 설치와 홍보관 겸 특산물판매장인 1004타워, 칠산대교(무안 해제∼영광) 공사 등이 추진되고 있다. 새로운 관광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신안 팔금·암태 선착장에 푸드트럭 특화 거리 조성과 신안 중부권 임시버스 환승장 설치, 암태 오도 폐항을 활용한 경관 카페 조성, 관광안내표지판 정비 등 관광객 편의 도모를 위한 편의시설을 대폭 강화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
지역축제 총감독 김종원의 시선에서 보자면 이런 구체적인 인프라 육성 계획에 하나 더 보태져야 할 것이 있다. 알차고 의미 있는 콘텐츠 개발과 ‘섬의 날’을 국민적 축제로 만드는 동력(動力)이 필요하다.
관광객이 원하는 섬 고유의 정서
평생 섬을 여행하면서 ‘섬’을 주제로 한 시를 많이 펴낸 이생진 시인의 시 중에 ‘섬. 고독’이 있다. 첫 구절이 “어디 가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섬에 간다고 하면 왜 가느냐고 한다/ 고독해서 간다고 하면 섬은 더 고독할 텐데 한다”로 되어 있다. 섬은 바로 이런 곳이다. 여름철이면 가고 싶은 휴가지로 ‘섬’을 꼽는 사람이 많은데 가장 큰 이유는 인산인해를 이루는 유명관광지를 피해 고요히 머물고 싶기 때문이다. 육지와 섬. 섬과 섬을 연결하는 연륙교가 많이 생겨 섬에서 고독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그러면서 섬을 찾는 이유는 배로 가던 차로 가던 출렁거리는 바다를 건너 잠시 세상과의 연결을 접어두고 온전히 내 안으로 들어가는 기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어쩌면 ‘섬의 날’를 제정한 여러 가지 이유 중 한몫을 차지했는지도 모른다.
신안군과 목포시가 제1회 ‘섬의 날’ 공동개최를 위해 손을 잡은 만큼 승부수는 존재한다고 본다. 신안군은 유인도 111개, 무인도 719개 등 총 830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신안군에 속한 섬 숫자는 우리나라 전체 섬 숫자의 26%에 달한다. 섬이 많아 천사(1004개)의 섬이라고 불린다. 홍도, 흑산도, 비금도, 도초도, 증도, 하의도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고 보유한 자원과 문화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이상으로 많다. 예를 들어 흑산도 하나만 보더라도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가 있는 친근한 섬이다. 흑산도 인근에는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제170호로 지정된 홍도가 있고, 바다낚시의 명소로 이름난 상·중·하태도, 중국의 닭울음소리가 들린다는 서해의 최서남단섬인 가거도가 있다. 또 신안군하면 ‘해저유물인양’과 ‘김대중 대통령’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도 많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여야 보배이듯 목포와 신안군이 보유하고 있는 ‘섬 자원’을 브랜드화 하고 축제콘텐츠로 육성시켜야한다. 그래야 만이 ‘섬의 날’ 개최의 당위성이 담보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섬의 날’을 국민적 축제로 만들려면
사실 지난 2006년도에 전라남도에서 주최하고 신안군이 주관하는 ‘제1회 섬·갯벌올림픽 축제‘가 열린 바 있다. 신안해저유물 발굴로 널리 알려진 보물섬 ‘증도‘(전남 신안군 증도면)에서 우리 민족의 해양문화유산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마련된 축제로 서남해의 아름다운 다도해와 광활한 갯벌생태계의 중요성을 알리고 여름철 국민관광지로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끝없이 펼쳐지는 모래사장과 울창한 송림으로 유명한 증도면 우전해수욕장 일원에서 8. 4(금) ~ 8. 6(일)까지 3일간 열린 ‘섬·갯벌올림픽 축제’는 나름대로 큰 의미도 있고 흥행도 했지만 국민적 축제로 떠오르지 못한 것이 큰 아쉬움이기도 하다. 섬마라톤대회, 머드축구대회, 갯벌씨름, 바다낚시대회, 개막이(개매기)·석방렴(독살) 어로체험, 백합캐기대회, 염전체험, 섬하이킹 등 바다와 섬 주제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었고, ‘신안해저유물 사진전시회‘, ‘세계 전통 모형배 전시‘, ‘해양문화재 목판 인쇄체험‘, ‘바다소리 체험‘ 같은 교육 콘텐츠도 많았다. 우전해수욕장에 있는 갯벌생태학습전시관 현관홀에 이동박물관을 설치하는 등, 관람객 맞이에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이 축제가 관광상품으로 변질되었다는 질타의 목소리로 많았고, 이곳 사람들이 아니면 이 축제가 있는 지도 모른다. 목포시와 신안군이 ‘섬의 날’을 국민적 축제로 만들려면 이런 옥(玉)의 티부터 꼼꼼히 살펴야 할 것이고, 무엇보다도 축제를 흥(興)하게 만드는 전문가 참여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필자 소개
김종원 축제칼럼니스트는 지역축제의 귀재로 알려져 있다. 지역 축제를 성공시켜 문화관광 활성화와 지역 경제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축제콘텐츠대상 (연출상) 외 많은 상(賞)을 수상했다. 또한 지역 축제 총감독 으로 이번에 수행한 ‘지리산 산청곶감 축제’를 비롯 ‘마포나루새우젓축제’ ‘양구배꼽축제’ ‘지리산함양 곶감축제’ 등 10여개 지역 축제의 지휘봉을 잡았다.
- (現) 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위원장
- (現)제이스토리미디어 대표
- 대한민국축제콘텐츠대상 (연출상 수상) 외 다수 수상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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