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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사실 숨도 못 쉬었어요.”
종영을 1회 앞둔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에서 김주영 역을 연기한 김서형은 이런 심경을 전했다. 답답해서 뛰어나가고 싶은 적도 있었고, 눈물을 흘린 적도 있었다고.
‘SKY 캐슬’의 결과는 성공적. 배우뿐 아니라 감독, 작가에 대한 극찬이 뒤따랐고, 신드롬을 불러일으켰으며, 비지상파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상황의 전개가 너무 빠르다 보니 인물들이 표현해 내는 것에 대한 재미, 반응 이런 것들이 나중에 더 커졌던 것 같아요.”
모든 촬영을 끝낸 후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지만 촬영이 진행될 때는 자신과의 싸움이나 다름없었다. “울면서 김주영을 바라봤다”고 이야기할 정도.
“혜나를 집으로 들이라고 한 뒤부터는 사실 멘붕이었어요. ‘혜나를 들이고 김주영이 뭘 더 하지?’라는 건 대본이 나와야 알 수 있잖아요. 대본이 나오기 전까지는 저희도 알지를 못하니까. 혜나를 들이고 다음 회를 찍으러 가는데 아무리 해도 감정이 안 올라오더라고요. 김주영의 다음 행보가 뭐길래 싶었죠. 그걸 기다리는 게 힘들기도 하지만 전개를 알 수 없으니 답을 못 찾겠더라고요.”
이런 고민은 혹시나 자신의 연기가 ‘반복된 패턴’으로 비춰질까봐에서 온 우려였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김주영. 혹시 시청자가 지루할까, 한서진(염정아)과의 밀당이 비슷하게 느껴질까, 긴장감이 없어지진 않을까 걱정했다. 김주영의 공간들이 한정적이라는 것도 김서형을 갑갑하게 만들었다. 오로지 홀로 에너지를 축적해 보여줘야 한다는 무게감도 있었다.
“기가 엄청났어요. ‘판이 돌아갈 줄 알았어’ 하며 기다리는 우두머리 자리를 처음 연기해보니 어떻게 다룰지도 모르겠더라고요. 한 편으로는 저도 한서진처럼 사이에 껴서 체크도 해보고 싶은데 그걸 하는 게 조선생(이현진)이고. 그런 데서 오는 답답함? 답답해서 뛰쳐나가 막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데, 또 나가려고 하면 대본이 신경 쓰이고. 저도 한서진이 어떻게 하고 다니는지 뒤라도 밟고 싶은데 100% 예상을 하고 기다리는 사람이었잖아요. 사실 숨도 못 쉬었어요.”
휘몰아치는 사건의 중심에서, 외적으로 드러나는 감정들을 철저히 숨긴 채, 망망대해에 홀로 우뚝 서 있는 섬 같은 김주영을 연기한 김서형. 그는 제작진이 자신을 과대평가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쫑파티 때도 작가님에게 ‘절 과대평가한 것 같아요’라고 했어요. 김주영은 싸그리 감추고 사는 여자잖아요. 거기에 단어 선택과 할 수 있는 말의 선상이… 그냥 김서형을 너무 과대평가해 주는 것 같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왜 잘 해낼 거라고 생각하는지가 제일 미지수였고, 그걸 해결 못 하는 상황에서 계속 대본을 마주쳐야 했고 완급조절도 해야 했어요. 그렇다고 ‘아내의 유혹’ 신애리2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어요. 냉소 짓는 게 나와서 씩 웃으면 신애리 같아 보이기도 했고. 김서형이 신애리를 연기했기 때문에 김서형이 가지고 있는 얼굴의 근육이나 습관이 묻어나오는 부분이 있거든요. 제가 연기하는 걸 답습하기 싫다는 것에 대한 저 혼자의 트라우마가 있어요. 그런데 ‘어쩔 수 없이 비슷해 보이는 게 있겠지’ 싶고. 그런 것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김주영을 해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도망가고 싶었고요. 이렇게까지 도망가고 싶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일각에서 평가가 갈렸던 딕션에 대해서도 솔직히 말했다. 김주영의 인상 깊었던 말투를 호평하는 말에 오히려 “발음 지적 많더라”라고 먼저 이야기를 꺼낸 김서형. 정확한 딕션보다 신을 더 잘 표현하는 방법일 수 있다는 칭찬에도 자신을 냉정히 평가했다.
“다 인정해요. 집에서 더 신경 써야지 하고 오고 그럴수록 잘해야 한다, 더 발음에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김주영에 몰입하게 되면 잘 안 되더라고요. 설정을 잡은 게 대사를 쭉 (뒤쪽으로) 밀어서 하는 것이기도 했고요. 호흡의 문제도 컸어요. 잠을 잘 잤느냐, 밥을 먹었느냐에 따라 호흡이 다르기도 했고. ‘ㅅ’ 발음이 새는 걸 저도 알아요. 그런 것도 개선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지금도 큰 소리로 책을 읽는 건 하려고 해요. 집에서 좋은 책들을 큰 소리로 읽고 있어요.”
[사진 = 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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