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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부천 김진성 기자] "솔직히 사흘 쉬고 경기하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KB 안덕수 감독이 11일 KEB하나은행과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일반적으로 현장에선 연전이나 이틀만에 한 경기를 치르는 일정을 굉장히 부담스러워한다. 이미 주축들의 체력소모가 큰 시즌 막판에는 더더욱 스케줄에 민감하다.
홈&어웨이 일정을 맞추기 위해 불가피하게 소위 말하는 '퐁당퐁당'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KB가 이 일정에 돌입했다. 9일 2위 우리은행과 대혈투를 치른 뒤 단 이틀만의 경기. 더구나 하나은행은 8일 신한은행을 상대로 연패를 끊었다. 상승 리듬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경기.
기본적인 전력은 당연히 KB의 우위다. 샤이엔 파커를 박지수가 막는다고 해도, 카일라 쏜튼을 막을 국내선수가 마땅치 않다. 두 사람에 대한 매치업은 어느 팀이나 고민이다. 승부처서 결국 풀어내는 박지수, 엄청난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얼리오펜스에 능한 쏜튼. 쉽게 막을 수 없다.
더구나 매치업 우위를 바탕으로 심성영 염윤아 강아정으로 이어지는 외곽 플레이어들과의 위협적인 연계플레이까지 나오면 상대로선 힘들게 된다. 결국 하나은행으로선 이 연결고리를 최대한 차단하고, 파커와 강이슬을 활용한 화력을 극대화하는 게 중요한 경기.
경기초반 하나은행의 외곽 수비 약점이 여실히 노출됐다. 심성영의 외곽포와 쏜튼의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한 공격이 잇따라 나왔다. 그러나 하나은행도 강이슬과 고아라, 김예진 등의 외곽포가 만만치 않았다. 공격형 가드로 급성장 중인 신지현의 좋은 패스가 몇 차례 돋보였다. 반면 샤이엔 파커 위력을 좀처럼 활용하지 못했다. KB는 파커에게 투입되는 패스 루트를 최대한 균열시켰다.
KB는 박지수 이점을 극대화해야 하는 2쿼터에 오히려 흔들렸다. 하나은행의 수비응집력이 올라갔고, KB는 드라이브 인, 골밑 슛 정확도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여기에 심판의 콜도 하나은행에 조금 더 유리한 분위기. 실제 2쿼터 종료 1분35초전 고아라가 돌파에 의해 자유투를 얻기 전 하프라인을 넘어오는 과정에서 바이얼레이션이 있었으나 지적이 되지 않았다. 고아라가 돌파할 때 심성영의 파울 역시 석연치 않았다.
결국 하나은행이 2~3쿼터에 꾸준히 외곽포를 가동하면서 KB를 턱 밑에서 압박하는 흐름으로 진행됐다. 반면 KB는 고비마다 염윤아가 풀어냈다. 수 차례 터프샷을 꽂았고, 3쿼터 초반에는 기습적으로 김민정의 속공 득점을 돕는 등 코트비전과 센스, 피니쉬 능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안덕수 감독도 "잘 데려왔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잘해줄지 몰랐다"라고 말했다.
KB는 3쿼터 초반 박지수의 스틸에 이어 파커에 대한 교과서적인 수직점프에 의한 굿 디펜스. 이때 염윤아의 좋은 패스와 강아정의 우측 코너 3점 뱅크슛이 있었다. 이때 하나은행의 파울성 수비가 있었으나 넘어갔다. 오히려 6분47초전 트랩에 걸린 파커가 골밑의 김단비에게 패스를 넣을 때, 강아정의 디펜스파울이 나왔다. 그러나 느린 그림상 접촉은 없는 듯했다.
KB는 3쿼터 중반 염윤아의 패스에 의한 박지수의 중거리포, 염윤아의 스틸에 의한 강아정의 골밑 득점으로 9점 리드를 만들었다. 그리고 4쿼터 초반 강아정이 4파울에 걸리는 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10점 내외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하나은행의 공수응집력이 2~3쿼터만 못했다. 파커의 결정적 턴오버가 두 차례 나왔다. 쏜튼이 응집력을 발휘하며 연속 득점한 모습과 대조됐다. 김단비, 김예진도 턴오버를 쏟아냈다. 결국 KB는 4분55초전 김민정의 중거리포, 4분17초전 쏜튼의 돌파 15점차까지 달아났다. 승부가 결정된 순간. 77-61 완승.
KB는 우리은행과의 혈투 후 단 이틀만에 경기를 치렀다. 전반적인 경기력은 좋지 않았으나 위기관리능력은 확실히 향상된 모습. 쏜튼의 꾸준한 다득점에 염윤아, 김민정, 박지수의 건실한 플레이가 고비마다 나온다. 반면 하나은행은 잘 따라가다 승부처에 쉽게 무너지는 악습을 반복했다. 올 시즌 또 다시 플레이오프 진출이 멀어진 이유다.
[KB 선수들.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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