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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양 김진성 기자] 진정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였다. 오리온이 6강 플레이오프서 올 시즌을 접었지만, 충분히 박수 받을만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오리온은 27일 KCC와의 6강 플레이오프 4차전 패배가 너무나도 뼈 아팠다. 이승현이 1쿼터 막판 햄스트링을 다쳤고, 최진수도 경기종료 직전 발목을 다쳤다. 이밖에 박재현과 김진유도 부상에 신음하며 4차전 결장이 확정됐다. 국내 주축선수 4명이 한꺼번에 빠진 것.
오리온은 이번 시리즈서 좋은 경기력을 뽐냈다. KCC의 외곽수비, 트랜지션 약점을 철저히 찌르는 동시에 공격의 핵심 이정현을 잘 막아왔다. 그러나 최진수가 사라지면서 이정현을 막을 카드가 사라졌다.
또한, 브랜든 브라운을 맡는 이승현의 부재로 베테랑 박상오가 등장했다. 그러나 공격에서 KCC에 부담을 주지 못하는 카드. 한호빈의 부상에, 박재현마저 빠지면서 가드진이 무너졌다. 김강선과 임종일, 함준후를 적절히 기용했으나 경기력은 미지수.
주축멤버를 정상 가동해도 KCC는 쉽지 않다. KCC 역시 대릴 먼로의 약점을 철저히 파고 들고 있었다. 몸싸움에 약하고 활동량이 많지 않으며, 슛 거리가 길지 않은 먼로 매치업을 하승진에게 붙였다. 스테이시 오그먼 감독은 경기 전 "먼로가 (하승진을)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그먼 감독은 "골밑을 적극 공략하겠다"라고 말했다. 오리온의 골밑 미스매치를 극대화하겠다는 것. 그러나 오리온의 외곽 압박은 예상 외로 강력했다. 코트를 넓게 쓰면서, 프레스와 지역방어를 병행했다. KCC에 최대한 외곽슛을 던지게 해 롱 리바운드 상황을 유도하겠다는 의도. 그나마 오리온으로선 골밑보다 외곽에서 리바운드 경합을 해야 승산있다.
3쿼터까지 오리온의 계산대로 됐다. 수비에서의 높은 응집력에, 리바운드서 오히려 KCC를 압도했다. 하승진은 자신의 주위에 떨어지는 공은 잘 잡지만, 기동력이 느리다. 리바운드 범위는 좁다. 브라운은 초반에 파울 2개를 받으면서 심판에게 자주 어필, 공수 집중력이 뚝 떨어졌다.
오리온은 그렇게 따낸 공격을 최대한 빠르게 처리했다. 5대5 게임을 하면 승산이 낮은 상황. 먼로가 특유의 패싱센스를 발휘하면서, 박상오, 김강선, 허일영 등이 정확한 중, 장거리포를 가동했다. 특히 김강선은 엄청난 리바운드 응집력과 평소 보여주지 않은 더블클러치까지 선보였다. 오랜만에 경기에 나선 민성주의 리바운드 가담도 좋았다. 즉, 오리온의 공수 활동량은 KCC를 압도했다.
에코이언은 3점슛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선수들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절체절명의 위기서 활동량을 높이고, 리바운드 응집력이 올라갔다. KCC의 허약한 외곽 수비로테이션, 하승진을 제외하면 의외로 4~5번 높이가 압도적이지 않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전반 10점 리드는, KCC의 약점을 정확하게 찌른 결과였다.
그러나 3쿼터에 오리온의 수비 압박강도가 떨어졌다. 이정현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크린을 타고 공간을 만들면서, 서서히 응집력을 높였다. 3쿼터 초반 두 차례 연속 상대 파울을 유도, 자유투 득점을 올렸다. 이후 먼 거리에서 3점포를 잇따라 터트렸고, 송교창의 3점포도 도왔다.
킨의 공헌도 있었다. 속공 전개할 때 패스센스가 상당히 우수한 편. 이날 역시 초반에 몇 차례 그런 모습을 보여줬고, 송교창과 브라운의 득점을 도왔다. 그리고 먼 거리에서 3점포를 터트리며 서서히 오리온을 옥죄였다.
결국 오리온이 4쿼터에 한계를 드러냈다. 일단 외곽에서의 압박이 되지 않았다. 초반에 많은 활동량이 결국 후반에 체력저하로 이어졌다. 백업멤버들에게 40분 내내 응집력을 발휘하길 바라는 건 무리였다.
그럴수록 KCC는 공격 템포를 적절히 조율하면서, 다양한 선택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오리온은 킨이 멀리서 던진 3점포가 몇 차례 림을 통과하자 전체적으로 흔들렸다. 이정현의 움직임도 제어하지 못했다. 쉬운 슛과 오픈 3점포도 놓쳤다.
KCC는 이정현과 킨이 살아나면서 공격을 주도했다. 두 사람은 서로와 다른 국내선수들의 공격을 적절히 도우면서, 시너지를 냈다. 오히려 지친 오리온을 상대로 얼리오펜스로 재미를 봤다. 4쿼터에 브라운 대신 킨을 넣으며 공격 템포를 올려 지친 오리온을 괴롭힌 게 적중했다. 오리온은 수비가 되지 않으면서 리바운드, 공격까지 한꺼번에 균열됐다. 경기종료 5분9초전 이정현의 3점포로 승부를 갈랐다. 결국 KCC의 100-92 승리.
하지만, 전체적인 내용상 KCC가 상당히 고전한 경기였다. 수비허점과 가공할만한 공격 파괴력을 동시에 드러낸 경기. 오리온은 멤버구성상 선전했지만, 전력 한계는 어쩔 수 없었다. 진정한 졌잘싸였다.
[오리온 에코이언과 먼로(위), 오리온 벤치(아래). 사진 = 고양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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