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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오리온전을 통해 우리의 문제점을 알게 됐다."
KCC 이정현은 오리온과의 6강 플레이오프를 3승1패로 끝낸 뒤 "정규리그 때 이런 경기(방심)가 워낙 많았다. 오리온을 통해 우리의 문제점을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킨과 내가 쌍포를 이룰 수 있는 게 새로운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6강 플레이오프서 드러난 KCC의 단점은 명확했다. 오리온의 활발한 스크린과 패스게임, 거기에 따른 외곽 공략에 상당히 고전했다. 전통적으로 KCC는 외곽에서의 수비 압박이 좋지 않다. 경기력 기복이 있는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
여기에 순간적으로 선수단 전체에 스며드는 방심까지. 수비는 물론, 공격에서의 활동량마저 떨어지며 이정현, 브랜든 브라운 위주의 단조로운 루트로 일관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하승진을 기용할 때 발생하는 외곽수비의 약점, 느린 트랜지션까지. 오리온은 시리즈 내내 KCC의 약점을 제대로 찔렀다. 심지어 이승현과 최진수가 이탈한 4차전서도 그랬다.
그러나 KCC의 장점 또한 확실하다. 하승진은 수비에서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리바운드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발휘한다. 이정현과 브라운의 2대2는 여전히 까다로운 공격 루트. 여기에 마커스 킨이 6강 플레이오프를 통해 비밀병기로 떠올랐다.
특히 4차전 4쿼터에 오리온이 지치자 킨을 넣어 스몰라인업, 얼리오펜스로 승부를 뒤집었다. 이정현과 킨, 송교창 등 KCC에 트랜지션이 좋은 선수들이 있다. 스테이시 오그먼 감독은 적재적소에 빅라인업, 스몰라인업을 번갈아 사용하며 오리온에 되치기했다.
이제 현대모비스와의 4강 플레이오프다. KCC는 이정현의 말대로 단점을 가리고 장점을 극대화해야 한다. 일단 방심. 오리온보다 전력이 좋은 현대모비스를 상대로 나락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이정현은 "정신력이 해이해질 때가 있는데, 선수들도 인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같은 강팀을 상대로 KCC가 방심할 가능성은 낮다. 결국 외곽수비의 약점이 KCC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모비스는 이대성, 양동근, 섀넌 쇼터라는 막강한 앞선 자원들이 있다.
오그먼 감독은 선택해야 한다. 최승욱, 신명호을 넣어 앞선의 압박을 끌어올리거나, 오히려 공격력을 극대화해 약점을 최소화하거나. 최승욱과 신명호의 기용시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공격력 약화는 감수해야 한다.
이대성과 쇼터의 위력을 감안하면 최승욱, 신명호를 전혀 쓰지 않을 수도 없다. 오리온과의 6강 플레이오프 4차전서 최승욱 기용은 성공적이었다. 이대성과 쇼터는 득점력이 빼어난데다 라건아와의 연계플레이도 좋다. 다만, 외곽수비에 대한 약점은 단기간에 보완되는 문제는 아니다.(수비를 중시하는 오그먼 감독도 해결하지 못한 난제다)
또한, KCC는 라건아 위주의 정적인 포스트업을 한 현대모비스에 이정현과 브라운 위주의 2대2가 특효약이었다. 그러자 현대모비스는 1승3패로 밀리던 정규시즌 5~6라운드에 큰 변화를 줬다. 라건아의 골밑 옵션 대신 이대성을 활용하는 2대2 비중을 높였다. 그리고 쇼터에게 브라운 수비를 맡기며 라건아의 부담을 덜어냈다. 결국 3승3패 동률을 만들었다. KCC는 정규시즌서 이 부분에 대한 확실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
또 하나. 현대모비스는 쇼터를 중심으로 한 2~3쿼터 트랜지션이 상당히 빠르다. 오그먼 감독이 하승진 기용법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그는 6강 플레이오프 직후 "속공으로 밀어붙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공격 템포를 조율하면서, 장점인 공격력을 극대화하겠다는 뉘앙스.
그렇다면 킨의 활용법이 중요하다. 이정현과 브라운 옵션에서 공격루트를 다변화하는 카드. 킨은 마퀴스 티그보다 슈팅력이 한 수 위다. 신장이 작지만, 속공전개, 팀 오펜스 숙련도도 제법 좋다. 오리온과의 4강 플레이오프 4차전 3점슛 5개만큼 어시스트 9개가 인상적이었다. 오그먼 감독은 "킨의 득점력은 KBL 최고수준이다. 팀 농구를 할 줄 아는 선수"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킨을 많이 상대하지 못했다. 압박이 좋은 이대성과 양동근이라는 카드가 있다. 가드진이 약한 오리온보다 상대적으로 킨이 위축될 수 있는 환경. 때문에 KCC로선 이정현, 송교창 등과의 연계플레이가 중요하다.
이정현은 "킨이 슛과 패스 모두 좋다. 쌍포로 뛰면 현대모비스의 수비도 분산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KCC로선 킨이 높이가 좋은 현대모비스를 상대로 4쿼터에 나서긴 쉽지 않아도 2~3쿼터에 현대모비스 쇼터처럼 흐름을 바꾸는 역할을 해낼 경우 해볼만한 승부다.
[kcc 선수들(위), 킨(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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