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깜짝 놀랐다."
키움 이정후는 26일 잠실 두산전서 호수비를 선보였다. 4회말 무사 1루 상황. 두산 김재환이 밀어낸 타구가 좌익수 이정후에게 향했다. 이정후의 수비 위치는 비교적 깊숙했다. 장타력이 좋은 김재환이니 담장 쪽으로 가는 게 당연하다.
타구는 낮은 탄도의 라인드라이브였다. 처리하기 아주 까다로운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정후가 앞으로 뛰어나와야 하는 시간을 감안할 때 슬라이딩이 불가피한 상황. 이정후는 두 다리를 굽히면서 글러브를 낀 왼손을 쭉 뻗고 타구를 응시, 절묘하게 걷어냈다. 타구를 잡고 자연스럽게 뒤로 넘어졌다. 그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털고 일어났다.
자연스럽게 약 5개월 전의 장면이 떠올랐다. 작년 10월20일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었다. 7-5로 앞선 9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서 김회성의 타구를 걷어낼 때 취한 자세와 흡사했다. 당시 이정후는 타구를 걷어내면서 어깨에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왼 어깨 전하방 관절와순 손상. 잔여 준플레이오프는 물론, SK와의 플레이오프에도 뛰지 못했다. 당시 히어로즈는 준플레이오프서 한화를 눌렀고, 플레이오프서 SK와 대등한 싸움을 했다. 그러나 이정후의 공백은 분명히 있었다.
스스로도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건강하게 야구하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다. 지난해 크고 작은 부상으로 자주 쉬었던 아픔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 그러나 스프링캠프 귀국 당시에도 "오히려 몸을 사리면 부상이 찾아온다"라고 말했다. 정상적으로 플레이하면서 건강하게 시즌을 보내겠다는 다짐이었다.
5개월만에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지만, 이정후는 피하지 않았다. 무사 1루라 안전하게 원 바운드로 처리하면 대량실점 위기가 온다는 것을 계산하지 않았을 리 없다. 다만, 장정석 감독은 27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깜짝 놀랐다"라고 말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됐다는 뜻.
이정후의 대체자는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어느덧 키움에 이정후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장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 슬라이딩 훈련을 계속했다. 비슷한 상황서 슬라이딩 방법을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어깨에 부담이 덜 가는 대처법이 있다는 뉘앙스.
그러나 장 감독은 "선수가 타구에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부분까지 어떻게 하라고 할 수가 없다. 다만, 되도록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한다. 중요한 건 건강이다. 다치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시즌 초반이다. 모험을 건 수비를 하느니 차라리 한 점 더 주는 게 낫다는 뜻이다.
그만큼 이정후를 애지중지하는 장 감독의 진심이 엿보인다. 그는 "투수들에게 자신 근처로 날아오는 타구에 절대 손을 갖다 대지 말라고 말한다"라고 말했다. 키움은 시즌 초반 2승4패로 주춤하다. 하지만, 장기레이스는 한 경기 승패 이상으로 개개인의 건강이 중요하다. 장 감독의 철칙은 분명하다.
[이정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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