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지영 선배님은 베테랑이니, (함께하면)불안하지 않다."
이승호는 키움이 2017년 트레이드 마감일을 앞두고 김세현을 KIA에 내주고 영입할 때부터 미래의 선발투수로 점 찍은 유망주였다. 프로 입단 후 팔꿈치 수술과 재활로 데뷔하지 못한 상태였다. 2년이 흐른 지금, 당시 키움의 선택이 옳았다는 게 증명된다.
작년 포스트시즌서 확실히 두각을 드러냈다. 장정석 감독은 부상으로 이탈한 최원태의 빈 자리를 이승호에게 맡겼다. 작년 10월31일 SK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 4이닝 무실점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풀타임 선발 안착 가능성을 보여준 경기였다. 140km대 중~후반의 패스트볼에 까다로운 체인지업을 구사했다. 수준급 완급조절능력, 승부처서 흔들리지 않는 담력도 돋보였다.
장 감독은 작년에 이승호를 구원투수로 활용했다. 올 시즌 풀타임 선발 안착을 위한 준비였다. 시즌 중반까지는 연투 없이 투구수와 등판간격을 철저히 관리했다. 후반기에는 연투를 시키며 경과를 지켜봤다. 그리고 포스트시즌서 소중한 경험을 쌓게 했다. 잠재력을 확인한 동시에, 더 이상 건강에 대한 부작용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4선발로 낙점 받았다. 이승호는 "캠프에서 슬라이더를 많이 연습했다"라고 말했다.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조합으로 많은 이닝을 효과적으로 소화하는 건 쉽지 않다. 좌타자를 효과적으로 상대하기 위해 슬라이더를 연마할 필요는 있었다.
이승호는 "체인지업도 좀 더 다듬었다"라고 말했다. 체인지업을 다듬는다는 건, 제구와 함께 어떤 타이밍에 구사할지를 연구했다는 의미. 그는 "자신감이 붙었고, 다음 등판에 좀 더 잘 던질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물론 "슬라이더는 더 연습해야 한다"라고도 말했다. 여전히 승부처서 체인지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양날의 검. 우타자에겐 굉장히 까다롭다.
그렇게 개막과 동시에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수립했다. 9일 고척 KT전서는 6이닝 5피안타 4탈삼진 2볼넷 2실점으로 데뷔 첫 선발승을 따냈다. 이승호는 "조바심은 없었다.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또 하나. 경험과 주변 선배들의 조언을 자신의 경쟁력으로 승화해나가고 있다. 이승호는 작년 포스트시즌 경험에 대해 "긴장하면 내 공이 나오지 않는다. 작년 포스트시즌부터 어떤 상황이든 내 공을 던지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데뷔 첫 선발로테이션 소화. 주변 선배들을 보고 배운다. 이승호는 "등판 전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것부터, 등판 다음날 어떻게 운동을 하고 다음 등판을 준비하는지에 대한 루틴을 만들었다. 선배들을 보고 배웠다"라고 말했다.
베테랑 포수 이지영에게도 배운다. 경기 도중 이닝 교대 때 이승호와 이지영이 포옹하기도 했다. 그만큼 이지영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크다. 이지영은 9일 경기 도중 이승호에게 "몸이 앞으로 쏠려서 밸런스가 좋지 않은 것 같다. 몸을 뒤에 잡아놓고 던져라"고 조언했다.
실제 1회 볼넷 2개와 적시타 2개를 잇따라 맞는 등 투구내용이 좋지 않았다. 이승호를 정면으로 바라본 이지영이 밸런스 난조를 간파했다. 이승호는 "지영 선배님이 밸런스나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도 잘 던질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을 해주셨다"라고 말했다.
좋은 잠재력을 실전서 조금씩 표출하는 단계다. 거기에 경험과 노력, 주위의 조언이 더해져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키움은 과거부터 확실한 토종 좌완 에이스가 없었다. 1999년생 이승호가 적임자가 될지도 모른다.
[이승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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