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챔프전인데, 턴오버 2개 하고 지면 뭐하나요."
챔피언결정전이다. 현대모비스는 예상대로 전자랜드에 전력상 미세한 우위다. 라건아에 대한 포스트업과 2대2 옵션, 거기에 따른 외곽포, 그리고 섀넌 쇼터가 이끄는 트랜지션 게임까지. 궁극적으로 전자랜드가 완벽하게 봉쇄하기 쉽지 않은 부분들이다.
수비 디테일에서도 현대모비스가 한 수 위다. 예를 들어 오른발을 앞으로 차며(잽 스텝) 페이크를 하는 기디 팟츠를(왼 발로는 하지 않음) 막기 위해, 현대모비스 선수들의 왼발은 꿈쩍이지 않았다. 팟츠에게 공간을 덜 내주며, 자연스럽게 외곽슛 허용률을 낮췄다.
반면 전자랜드는 95-95 동점이던 경기종료 6초전 양동근에게 좌측 코너 오픈 찬스를 내줄 때, 이대성과 라건아의 2대2, 그리고 함지훈-라건아의 하이-로 게임과 거기서 파생되는 수비에 대한 약점을 드러냈다. 이대헌이 스위치하며 라건아를 견제하자 하이포스트에서 이대성에게 공을 받은 함지훈이 절묘하게 양동근에게 내줬다. 전자랜드는 양동근에 대한 커버가 되지 않았다. (그만큼 이대성, 함지훈의 패스 센스가 좋았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라고 약점을 드러내지 않은 건 아니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4승2패를 한다고 생각하고 임한다. 설령 2차전서 져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변형 2-3 지역방어는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실제 현대모비스는 3쿼터 막판부터 4쿼터까지 전자랜드 지역방어에 제대로 대처가 되지 않았다. 물론 유재학 감독은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크게 이기고 있다 쫓기면서 급하게 슛을 던져서 그렇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흐름상 의미 있는 대목이었다. 전자랜드 추격의 시발점이 됐기 때문.
하지만, 유재학 감독 말도 일리 있다. 실제 외곽슛이 적시에 들어갔으면 더 이상 지역방어를 폭넓게 쓸 수 없었다. 현대모비스가 전자랜드 지역방어에 슛 찬스를 전혀 만들지 못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유 감독이 짚은 건 턴오버다. 1차전서 8개를 범했다. 쫓기는 흐름에서 집중적으로 나왔다. 1차전서 전자랜드에 11개의 3점포를 맞았는데, 유 감독은 "실책 후 트랜지션 상황서 얻어 맞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5대5 상황서는 외곽포를 많이 맞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턴오버만 줄이면, 전자랜드 외곽을 효과적으로 막으면서 자신들의 강점을 극대화, 유리한 승부를 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미디어데이서 4승0패로 우승하겠다는 자신감 표현의 이유였다.
그래도 몇 가지 보완은 필요하다. 유 감독은 "이대헌에게 맞은 3개의 3점슛 중 라건아가 도움수비를 들어가다 맞은 1개는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2개는 지훈이가 맞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순간적으로 함지훈의 움직임이 느슨했다는 뜻.
팟츠에 대한 수비에 대해서도 유 감독은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팟츠 특유의 페이크에 속지 않았지만, 여전히 경계한다. 경기 전 "치고 들어가다 쏘는 마커스 킨(KCC)보다 공 없는 움직임에 의해 잡고 올라가는 팟츠가 막기 까다롭다"라고 말했다. 조직적인 팀 디펜스가 필요하기 때문. 실제 팟츠는 오프 더 볼 무브가 좋고, 간결한 농구를 한다. 까다로운 선수다.
팟츠가 공 없는 지역에서 공간을 만들지 못하도록 하는 약속된 움직임, 예를 들어 공 없는 지역에서 팟츠의 수비수가 스크린에 걸렸을 때 팟츠를 봉쇄하기 위한 동선 조정 등을 의미하는 듯하다. 이대성도 "내가 팀 디펜스를 잘못 이행했다. 팀으로 막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런 약점들을 완벽히 보완하면,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유재학 감독과 양동근, 그리고 이대성의 생각이다. 다만, 이대성은 확실히 멘탈이 남다르다. 그는 "턴오버 2개를 하고 지면 뭐하나요. 정규리그도 아니고 챔프전인데 이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한술 더 떠 그는 "만족스러운 경기를 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승리도 했고, 팬들에게 마지막까지 즐거운 경기(비록 큰 점수 차를 막판에 잃으며 접전을 펼쳤지만)를 보여줬다. KBL 흥행에 플러스가 되지 않겠나"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이대성은 "점수차가 벌어지니 자유이용권(좀 더 자유로운 플레이를 하고 싶어하는 이대성과 유 감독의 일종의 밀당, 유 감독은 챔프전 미디어데이 당시 통합우승을 할 경우 이대성에게 좀 더 자유로운 플레이를 용인하겠다고 약속했다)이 아른아른하더라. 개인적으로도 동기부여가 확실한 시리즈다. 정말 재미 있는 경기를 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양동근이 "와, 이렇게도 생각하구나"라고 웃었다. 반성할 건 해도, 주눅 들지 않고 큰 무대를 즐기려는 이대성의 강력한 멘탈이 돋보였다. 이대성의 이런 부분도 현대모비스의 전력(양날의 검이긴 하지만)이다. 기복이 있지만, 이대성은 팟츠를 잘 묶었고, 공격에서도 4쿼터 막판 결정적 외곽포를 두 방 연속으로 꽂았다. 분명 승부처서 무서운 선수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서 강력한 현대모비스가 약간 부족한 2%를 메워가는 과정, 그리고 이대성의 강인한 멘탈이 어떻게 경기력 상승 및 하강을 이뤄가는지 지켜봐야 한다. 전자랜드의 대응 역시 관심사다.
[이대성과 양동근.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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