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퍽퍽퍽."
서울 고척스카이돔 1루 덕아웃 뒤에 특별한 샌드백이 있다. 복싱장에나 있을 법한 이 샌드백은 약 3주 전부터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본래 지하 불펜에 있었다. 그러나 선수들의 필요에 의해 관중석에선 보이지 않는 덕아웃 뒤편에 놓였다. 외부에선 볼 수 없다.
키움 타자들이 애용한다. 용도는 다양하다. 한 타자는 "타격 연습용이다"라고 웃었다. 실제 키움 관계자에 따르면, 타자들이 경기 중 방망이로 가볍게 이 샌드백을 두드리며 타격감을 조율할 때도 있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한 마디로 키움 타자들의 '스트레스 해소용' 기구. 타격은 3할의 예술. 7할은 실패한다. 타석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때보다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때가 많다.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때때로 타자로선 화가 날 수도 있다.
실제 선수들은 경기 중 자신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종종 덕아웃 뒤에서 글러브를 집어 던지거나 쓰레기통을 걷어차는 등의 행위를 한다. 중계방송 카메라에도 간혹 잡힌다. 팬들이 보기에 좋지는 않다.
장정석 감독은 "경기 중에 한 번씩 뒤에서 '퍽퍽퍽' 소리가 난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직접 본적은 없다"라면서 "타자들이 한번씩 샌드백을 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다. 스트레스를 분출할 수도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장 감독 말대로 스트레스를 적시에 해소하고, 다음 플레이를 더 잘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프로 선수가 승부욕이 없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어떠한 행위로 인해 덕아웃 혹은 경기장 시설물을 파손하거나, 선수가 다치는 건 좋지 않다.
10개 구단 홈구장 시설물은 대부분 지방자체단체 소유다. 그리고 선수가 다치면 결국 자신과 팀에 손해다. 때문에 키움은 고척돔 1루 덕아웃 뒤에 샌드백을 내놓았다. 이정후는 "2할3푼 정도 쳤을 때 친 적이 있다. 우리 팀에서 내가 제일 먼저 쳤을 것이다. 요즘 샌드백을 치는 선수는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임병욱 케이스도 있다. 2일 창원 NC전서 3타수 무안타에 삼진만 3개를 당했다. 당시 타율은 0.167. 최악의 출발을 했고,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당시 임병욱은 방망이를 덕아웃에 강하게 내리쳤다. 방망이가 부러지면서 발생한 파편이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때렸다. 결국 26일 고척 KIA전서 1군에 복귀할 때까지 24일간의 공백기가 필요했다.
장 감독은 확실하게 짚었다. "그건 명백히 프로답지 못한 행동이었다. 화가 나서 스트레스를 풀 수도 있지만, 선수가 다치면 팀에 손해를 끼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임병욱은 선수단 내규에 따라 벌금을 냈다.
올 시즌 키움 선수들, 특히 타자들이 샌드백에 얼마나 스트레스를 풀까. 고척돔 1루 덕아웃 뒤에서 '퍽'소리가 덜 들릴수록 키움 타자들이 잘 나가는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고척돔 1루 덕아웃 뒤에 있는 샌드백. 사진 = 고척돔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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