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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인생 최대 목표가 오직 성공 뿐인 변호사 정엽(이동휘)은 서울에서 성공할 꿈에 부풀어 있다. 잠시 머물렀던 사회복지센터를 통해 알게된 다빈(최명빈)과 민준(이주원) 남매를 다정히 대해주면서도 귀찮게 여기던 그는 대형 로펌 회사에 취직한 뒤 햄버거를 같이 먹자는 남매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어느날, 10살 소녀 다빈이 7살 남동생을 죽였다는 충격적인 자백 소식을 전해듣고 엄마 지숙(유선)의 숨겨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나선다.
2013년 실제 일어났던 사건을 스크린에 옮긴 ‘어린 의뢰인’은 학대받는 아이를 지켜주지 못하는 사회 복지 시스템을 비판하는 동시에 어른의 미안한 마음을 고백하고 책임감이란 무엇인지를 묻는 작품이다. 친권이라는 이유로 방치돼왔던 아동에 대한 폭력의 구조적 문제점을 바탕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아이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어른의 참회를 묵직하게 그러냈다.
‘선생 김봉두’ ‘여선생 VS 여제자’에서 알 수 있듯, 장규성 감독은 아이의 진심을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 어른의 뒤늦은 후회와 깨우침을 다뤄왔다. 폐교문제를 다룬 ‘선생 김봉두’, 임용고시 문제를 그린 ‘여선생 VS 여제자’는 아이의 마음은 모른 채 자신의 앞길만 생각하는 어른의 뉘우침을 뭉클하게 담아냈다. 그의 영화는 아이에게 무책임한 어른과 무관심한 사회에 대한 경종을 울린다.
‘어린 의뢰인’ 역시 사각지대에 버려진 학대받는 아이들의 충격적 실화 속으로 들어가 부모가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 사회는 어떻게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피해자가 가해자와 살아갈 수 밖에 없고, 경찰은 법이 그런 것을 어떻게 하냐며 가족문제 개입을 꺼려하고, 이웃은 남의 집 일에 끼어들지 말자며 팔짱을 낀다. 서로 나 몰라라 하는 사이에 아동학대는 비극으로 치닫는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영화 ‘극한직업’에서 알 수 있듯, 능청스러운 연기가 인상적인 이동휘는 사건의 실체를 안 뒤에 진실을 파헤치려는 변호사 역을 진정성 있게 표현했다. 아역배우 최명빈, 이주원은 학대로 고통받는 모습을 리얼하게 연기했다. 유선은 진실을 숨기는 두 얼굴의 이중적 모습을 섬뜩하게 열연했다. ‘과연 유선이 맞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는 기존의 착하고 선한 이미지를 뒤집었다.
이 사건의 영향으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아동학대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법은 갖춰졌지만, 가학적인 부모와 무관심한 어른은 줄어들지 않았다. 장규성 감독은 ‘어린 의뢰인’으로 이 사회에 또 다시 아이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들어야할 외침이다.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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