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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판사 분들을 직접 만났는데 모두가 다 달라요. 판사로서 제가 모두를 품고 가야한다는 마음이었어요."
7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배심원들'(감독 홍승완 배급 CGV아트하우스) 관련 인터뷰에는 배우 문소리가 참석했다.
'배심원들'은 2008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의 실제 사건을 재구성한 작품으로, 첫 국민참여재판에 어쩌다 배심원이 된 보통의 사람들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조금씩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문소리는 대한민국 첫 국민참여재판을 이끄는 재판장 김준겸으로 분했다. '판사는 판결로 말해야 한다'는 강한 신념과 판사 본연의 논리와 원칙을 고수하는 원칙주의자 재판장 김준겸은 사법부 내에서도 강단과 노력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물이다. 배심우너들의 엉뚱한 제안과 돌발 행동에 난감해하면서도 국민참여재판 과정을 통해 법조인으로서의 초심을 찾아가는 모습으로 또 다른 공감대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판사 역할에 대해서는, 남들도 다 힘들게 준비하니까, 이번에는 특별히 힘들었다는 말을 안하고 싶어요. 약간 힘든 포인트가 있어야 재미도 있는 것 같아요. 풀어나가고 헤쳐나가는 재미도 있는 것 같아요. 준비할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하는데 대본을 받아서 '이건 바로 나야'라는 인물은 거의 없잖아요. 그동안 해왔던 몇몇 캐릭터들 중에는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도 그랬고 전직 무용수 캐릭터도 그랬고, 저와 거리가 처음엔 멀게 느껴졌어요. 우리도 살다가 전혀 다른 직업군의 사람들을 만나면 나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일 것 같다고 거리감을 두게 되잖아요. 살다가 그런 사람을 많이 만나보지 못했던 것 같은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초반에 있었어요."
문소리는 김준겸 판사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실제 판사들과 만나 캐릭터를 공부했고 실제감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자신이 직접 보고 느낀 판사 캐릭터들의 특징에 대해 "각자 나름대로 달랐다"라고 말했다.
"공통적인 특징을 찾아보고 싶었는데, 선고하는 판결문도 문체가 각자 나름대로였어요. 법정에서 말하는 태도도 사실 다른데 법대 밑에 있는 사람들은 판사라는 이유만으로 말의 무게를 비슷하게 느껴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다 달랐어요. 여러 타입이 있는 것 같았고 실제 여성 판사 분들을 몇 분 만났는데 그 분들도 각자 개성이 있더라고요. 그런 사람이 갖고 있는 자긍심 등 단단한 느낌을 주고 세공이 화려한 보석이라기보다는 순도가 높은 순금 같은 24k 같은 느낌이었어요. 저는 저대로 김준겸을 소화해도 되겠구나 라는 안도감이 들었어요. 그 분들이 제게 '문부장님'이라고 불러주셔서 그 말에 용기를 냈고 제 스타일대로 해보겠다고 접근하게 됐어요."
문소리는 그동안 전작들에서는 몸을 많이 쓰는 캐릭터를 했지만 이번에는 재판장으로서 법대 위에 앉아있는 모습들이 대부분이었다. 배우로서 캐릭터를 표현하기에 더욱 어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애초에 제 이야기를 표현하고 펼쳐보이려는 의지 자체를 마음 속에 정리하고, 모두를 품어야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법정에 있는 검사, 피고인, 변호인 모두를 품고 가야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게 어려운 지점이었어요. '내가 이길거야' 이런 느낌의 이야기라면 좀 더 수월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애초부터 프리 단계부터 이야기하기를, 그런 구도로 가기를 원한 게 아니었어요. 그들의 입장에서는 보수적으로 보일 수도 있으니까요. 형사부만 18년 한 것은 권력 지향적인 판사는 아닌 거예요. 재판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크게 느끼고 감당해야 하는 형사부니까, 자신의 소신과 실력으로만 여기까지 버텨온 인물이라는게 미묘했어요."
[사진 = CGV아트하우스·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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