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선수들이 적응해야 한다."
페넌트레이스 144경기 시대에서 주축 타자들의 에너지 비축 및 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때문에 '주전 지명타자'의 개념이 점점 희미해진다. 예전에는 타격이 확실하지만 수비가 다소 약한 선수에게 주전 지명타자를 맡겼다. 그러나 최근 대부분 구단은 사실상 지명타자를 주축 타자들의 체력안배용으로 운용한다. 팀이 수비를 할 때 덕아웃에서 쉬는 것과 그라운드에 있는 건 분명히 다르다.
지명타자 기용의 폭은 팀마다 차이가 있다. A포지션의 주전 B타자를 지명타자로 기용한다고 가정해보자. C(백업 야수 혹은 다른 포지션 주전)가 A포지션을 맡을 경우 라인업, 공수의 무게감이 떨어진다면 감독이 B를 지명타자로 과감하게 기용, 체력 안배를 시켜줄 수 있을까.
플랜B가 약한 팀일수록 기존 포지션 플레이어에게 지명타자를 맡기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지명타자 기용 폭이 좁아진다. 반대로 백업이 풍부하고, 멀티포지션을 능숙하게 소화하는 선수를 많이 보유한 팀일수록 지명타자 기용 폭이 넓을 수밖에 없다.
키움이 후자의 대표적인 예다. 몇년 전부터 주전 야수들의 더블포지션을 준비해왔다. 젊은 백업들의 발탁 및 육성도 소홀히하지 않았다. 그 결과 현재 키움은 야수 주전들을 돌아가며 지명타자로 맡기며 철저히 체력을 안배한다. 플랜B가 든든하니 누가 지명타자로 기용돼도 특정 포지션에 거의 구멍이 느껴지지 않는다.
키움은 12일 수원 KT전까지 9명(이정후, 김하성, 박병호, 제리 샌즈, 장영석, 서건창, 허정협, 김규민, 박동원)의 지명타자를 기용했다. 다른 팀들보다 많은 편이다. 서건창이 11경기로 가장 많이 기용됐다. 김규민과 박동원은 단 한 경기만 지명타자로 나섰다.
놀라운 건 5월 들어 거의 완벽하게 '지명타자 로테이션'이 자리잡았다는 점이다. 1일 인천 SK전부터 12일 수원 KT전까지 11경기 지명타자는 장영석~박병호~서건창~제리 샌즈~김하성~이정후~샌즈~서건창~장영석~박병호~김하성이었다. 이렇게 지명타자 기용 폭이 넓고, 사실상 돌아가며 맡는 팀은 거의 없다.
빈틈은 느껴지지 않는다. 서건창이 지명타자로 나서면 송성문과 김혜성이 2루를 커버할 수 있다. 장영석이 지명타자로 나서면 송성문이 3루를 커버하면 된다. 샌즈가 지명타자를 맡으면 허정협이나 김규민이 외야에 들어가면 된다. 이정후가 좌익수와 중견수, 김혜성이 유격수와 2루수, 송성문이 2루수와 3루수, 김하성이 유격수와 3루수를 두루 맡을 수 있다.
지명타자 기용 폭, 그리고 각 포지션 로테이션 폭이 다른 팀과는 차원이 다르다. 기온이 올라가기 전부터 철저히 장기레이스 맞춤형 운용을 한다. 주축 선수들이 순위가 결정되는 시즌 막판에 최대치의 에너지를 내기 위한, 그래서 팀 전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사전준비작업이다.
재미있는 건 대부분의 포지션 플레이어가 지명타자 기용을 반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비를 하면서 적절히 땀도 흘리고 리듬을 유지하는 게 타격에도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하지만, 장정석 감독은 "코치들을 통해 선수들에게 (돌아가며 지명타자 기용) 적응해야 한다고 했다. 대부분 선수가 지명타자를 싫어하지만,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수비 부담을 덜어야 한다. 선수들에게(의사를) 물어보고 지명타자 기용을 결정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병호와 샌즈(위), 서건창(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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